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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클로시 Jul 04. 2023

화가가 사랑한 바다 [도서]

[Review] 바다를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 책을 읽으면서 바다는 어쩌면 모든 이의 사랑을 받은 대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콱 막히는 일이 있으면 뻥 뚫리는 동해안 바다를 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떠난 여행에서 햇빛 쨍쨍한 볕 아래서 파도를 맞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해 질 녘 바다 저 멀리 다음 날을 준비하는 해의 노을을 배웅하며 기운을 채운다. 차가운 밤공기,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된다.  


인생의 희로애락 순간에 떠오르며, 함께하는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그 애정의 깊이 상관없이 변화무쌍한 바다의 존재 가치를 풍성하게 만들어 낸다. 


그 증거로 이 책이 있다. 화가가 사랑한 바다의 조각과 순간들을 모아 담았다.





낮의 바다에 대한 그림은 본 적이 많아도, 밤바다는 본 기억이 없어 더 특별하다. 암흑이지만 주의 깊게 그림에 다가가 집중하면 그 안에서 힘 있는 파도와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무엇보다 역동적인 바다를 수려하고 웅장하게 담아내는 일도 화가의 의무이자 권리라고도 느껴진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을 실제로 본 관람객들이 느낄 전율과 기운, 느낌은 형용할 수 없을 것이란 강렬한 생각이 책 속 조그마한 작품 프린트에서도 와닿는다. 꼭 한번 웅장한 파도 속으로 작품을 통해 들어가 보고 싶다. 





수직과 수평으로 담아낸 바다라니,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웬 바다를 담은 책에 송곳 덩어리들만 가득한지 의아해했다. 추상파 몬드리안의 눈에는 바다가 직각과 수직, 수평으로 보인다니, 그렇게 나타낼 수 있다니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태껏 바다를 바라볼 동안 웨이브, 곡선의 화려함만 생각했지 그 반대인 직선, 수평선은 상상하지 못했다. 


옛날 사람들이 저 멀리 바다 끝으로 가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면 몬드리안의 눈과 사고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날 즐겁게 한다.





나만의 일일 도슨트가 먼저 화가에 대해 쉬운 말로, 차근차근 학파 소개와 더불어 그가 어떤 바다를 그리게 되었는지 그 시작을 풀어낸다. 그리고 마주하는 형형색색의 바다 모습은 더욱 마음에 들어온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이 책을 읽는 순간과 나에게 처음인 바다를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 몸을 깨끗하게 씻고 평온한 시간에 책 속 작품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색다른 바다의 모습, 내가 좋아하는 바다의 또 다른 형태를 알아가면서 참 바다는 사랑을 많이 받는 자연임을, 또한 사람이 의지를 많이 하는 대상임을 깨달았다. 이번 휴가 때는 시원한 파도가 오르내리락 나를 덮는 그런 바다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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