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의 가치, 경제와 감상의 경계에서
<그림값 미술사>는 미술 작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9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자본주의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평가되고 거래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개인적으로는 미술품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보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몇 년 전현대 작가의 작품을 조각으로 투자하게 된 경험 덕분이었다. 주식처럼 작품의 일부를 소유하는 그 과정은 미술 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그림의 가치가, 정확히 말하자면 값, 즉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9가지 요인으로 분석해서 책에 녹여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스타 화가의 사연’이다. 작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화가가 작품 안에 녹여낸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화가 자체의 이야기 그리고 이 작품과 관련된 헤프닝, 그리고 썰 등으로 스토리텔링이 되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삶과 예술이 대중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느냐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단순히 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이 브랜드화 과정은, 사실 요즘 사회에서 화가이든, 일반 직장인이든 중요한 개념이 되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겠지만, 클림트와 같은 저기 먼 옛날 시대에서도 유효한 중요성을 띈 개념이었다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의 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소유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챕터를 읽으면서도 과연 이게 맞는 건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경매장에서 몇몇 사람들이 작품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작품의 가격이 단순히 그 예술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경매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을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자부심까지 걸려 있는 심리적 게임이다. 이런 점에서 미술 시장은 때때로 감정보다도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가격을 좌우하는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미술품은 단순히 감상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 같다. 주요 투자층의 규모가 다르지만,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미술은 돈이 된다. 작품 가격은 제작비와 인건비로 계산된다. 화가의 기술력과 창조성이 중요한 셈이다. 그리고 현대 미술은 미래 가치가 선반영된 특징을 지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일찍 사두면, 그 작가가 나중에 주목받으면서 그 작품의 가치는 크게상승할 수 있다는 누구나 알면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 말이다.
이 과정은 마치 주식 투자를 떠올리게 한다. 나도 미술 조각품에 투자하면서, 작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그 가치가 변화할지 기대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 시장이 투자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곳이라는점을 다시금 느꼈다. 어쩌면 이런 자본주의적 메커니즘과 요소들이 적나라해서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나 현대 미술이 세속적이고 타락했다고 평하는 것 아닐까?
작품이 그리는 미적 세계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미술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질수 있다. 예를 들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는 인상주의의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폴 세잔의 <사과>는 현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적 중요성을 갖춘 작품들은 단순한 예술적 성취를 넘어, 미술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작품이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은 누구나 반박할 수 없는 것이기에 미술품의 가격이 한편으로는 수긍가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그림의 값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그 과정 속에서 예술이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미술품 가격에 대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여전히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다양한 예시와 함께 그림값이 왜 그렇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해 준 덕분에 조금씩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 책은 미술 시장에서 흔히 갖는 의문들에 대해공감대를 형성하며, 그 복잡한 메커니즘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미술품을 단순한 예술적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이해하고 나면 그 가격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예술을 보는 내 시각을 넓혀주었고, 그 이면에 있는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을 더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미술 시장에서의 경제적 논리가 예술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품의 본연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아름다움을 함께 바라볼 때,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을 통해 미술 시장을 이해하는 시각, 미술 그 자체를 감상하는 순수한 시각을 겸하고 싶다.
미술 시장에서도 예술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술 애호가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