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직장인 탈출을 위한 사이드프로젝트
나는 제법 잘 살고 있었다.
알만한 대학을 괜찮은 성적으로 졸업해서, 목표로 했던 국내 대기업에 단박에 취업했다. 사회생활의 진리라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뚫고, 무엇이든 가르쳐주기 좋아하는 팀선배들과 친절한 사수를 만나 그럭저럭 회사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문제는 노잼.
연령대 말고는 겹치는 게 없는 인간군상들이 널려있던 대학 시절과는 달리, 나의 직장은 연령대 말고는 별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비슷한 전공, 비슷한 직무, 사는 곳도 근처, 아는 사람도 비슷. 심지어 회사가 지방에 위치해있어 서울의 창발적인 만남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일하고, 회사 셔틀 버스를 타고 회사 기숙사로 돌아와서, 회사 동기들과 저녁을 먹으며 적당히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잠드는 일상이 반복됐다.
한 때 이야기 주머니 두둑한 할머니를 꿈꿨던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노잼 인생이었다. 회사에서 돌아와 다음 날 회사를 가야하는 사실에 절망하며 잠드는 인생이라니. 이대로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 운 나쁘면 사십대를 보내야한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들었다.
문제는 현실.
내게도 선택지는 있었다. 지금은 퇴사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때마침 젊은 엔지니어의 퇴사가 잇따랐다. 기숙사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면 '나도 언젠가..'로 시작하는 갖가지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상상과 행동 사이에는 '먹고사니즘'이라는 문제가 항상 있었다. 뿐 아니라 의무교육으로 인한 적절한 사회화는 나로 하여금 가족들의 시선, 사회의 시선, 그리고 나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었다.
결론은 딴짓.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건 아래의 유튜브 영상에서였다. 영상에서 소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란 '본업을 유지한 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정해진 기간 내에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굳이 본업을 유지한 채 해야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다 창의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영상을 볼 당시에는 취준생 신분이라 당장의 취업이 급했지만, 직장인이 되어 일정 월급을 보장받으니 그제서야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 삶이 창의성을 부추긴걸지도. 또, 아래의 영상을 본 후로는 '주3일만 일하고 지금보다 돈은 더 많이 버는' 미래의 나를 꿈꾸기 시작했으므로 미래를 위한 투자로도 볼 수 있겠다.
딴짓의 조건.
'딴짓'을 하기로 결정한 후, 가장 먼저 각종 정보를 수집하며 내 나름의 딴짓을 위한 조건을 정했다.
딴짓의 내용: 그동안 안해봤던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돈 버는데 보탬이 되면 더 좋음.
딴짓의 기간: 1개월 반~2개월(집중력과 의지를 고려하여 결정)
딴짓 소요시간: 하루 1시간 또는 주말 하루
기타 사항: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글로써 남길 것
나름의 안식처 혹은 새로운 수입처로의 딴짓을 기대하며.
미래의 나 자신은 항상 미심쩍지만, 생각만 하던 어제의 나보다는 글로 옮긴 오늘의 내가 훨씬 낫다. 작심삼일이라도 무언가 시도할 내일의 내가 좀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으로 딴짓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