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literacy)을 갖추자
기업인이자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님은 자신을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 칭한다.
말 그대로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빅데이터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한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문해력(literacy)'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NS와 각종 정보가 범람하는 지금, 사람들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럴 땐 무작정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이 게시물을 왜 올렸을까?', '이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 알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바깥쪽에서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숨겨진 이면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 안 좋은 댓글을 달았다면, 그 사람의 댓글 이력을 살펴보고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
'아, 이 분은 원래 악플을 자주 다는 사람이네'
'이것에 대해 잘 모르고 말하는 사람이네'
즉, 데이터의 일부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의도를 파악하고,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인상 깊어서, 문해력에 대해 찾아보았다.
문해(文解, literacy)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
글을 해석하는 것, 그리고 더 넓게는 말하기 듣기 등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나의 의도를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직장에서 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도 내게 비슷한 말을 해주셨다.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한 끗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은 보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 인사이트는 어떻게 가질 수 있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좀 더 설명해 달라는 궁금한 표정을 짓자 "상대의 마음을 읽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말해주었다.
예를 들어, 업무 요청 메일을 하나 쓰더라도 단순히 요청 사항만 나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일은 왜 하지?'부터 시작해서
'이 사람은 무엇을 원할까?'
'그렇다면 요청사항과 더불어 그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음을 어떻게 전달할까'
와 같은 흐름이다.
이렇게 일을 할 때도, 의사소통을 할 때도, 협상을 할 때도
핵심을 관통하는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편이고, 속 뜻보다는 보이는 표현에 주로 집중하는 편이다.
내게 필요한 이 조언을 체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문제는 대강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히 이해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 건지도 몰라서 어려웠다.
그렇게 그 말을 까맣게 잊고 퇴근해서 밥 먹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문해력'을 가진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과 나눈 대화다.
아빠 : (장난식으로) 엄마가 요즘 나를 부려먹는 것 같아.
나 : 왜요?
아빠 : 오늘도 아침에 바쁘다고 설거지도 안 하고 나가서 아빠가 했어. 요즘 아빠가 거의 매일 설거지를 해.
나 : (진지하게) 엄마가 요즘 바쁘니까 아빠가 해줄 수도 있지. 아빠가 좀 이해해 줘요.
조용히 듣고 있던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 아빠는 엄마를 뭐라고 하고 싶어 하거나, 설거지 많이 했다고 푸념하는 게 아니야.
아빠는 요즘 설거지를 열심히 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야.
나 :..... 아!
문해력의 달인이 가까이에 있었다.
일이면 일, 인간관계면 인간관계. 무슨 일이든 잘하는 엄마였다.
나는 바로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아빠가 엄마 바쁘다고 설거지 열심히 해줬구나.
우리 아빠 멋지다. 고마워요.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요!"
무뚝뚝한 아빠가 조용히 뿌듯해하는 게 느껴졌다.
말의 의도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나는 아직 갈길이 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