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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Dec 23. 2023

천재는 다작(多作)을 한다.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 후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 중 하나는 의외의 장소에서 얻었다.


계획에 없었는데 시간도 남았고, 근처에 있다고 해서 가게 된 '피카소 미술관'.


작품을 쭉 감상하는데, 생각했던 피카소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어릴 때 피카소 그림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장난으로 ‘나도 그리겠다!’라고 했다.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딱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은 낙서 같았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다.)


미술관에 들어가서 마주한 피카소의 초기 그림은 사실적이고, 디테일했다.

13살부터 완성형에 가까운 그림을 그렸으며 15살 때는 이미 대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피카소가 15살 때 그린 유화


내가 알고 있던 대부분의 피카소 작품은 이후의 입체파 작품이었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 사실적인 그림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은 “평면에 입체의 여러 면을 한 번에 나타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렸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더 이상 감히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고 농담도 할 수 없었다.


피카소는 어릴 때부터 완벽에 가까운 그림 실력을 갖추어서, 오히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동경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독창적인 그림을 그린다. 그런 면에서 내가 느꼈던 '아이가 그린듯한 그림’은 어쩌면 피카소가 의도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카소 - 꿈 (1932)


사실 피카소는 그림뿐 아니라 도예를 포함해 다작을 한 예술가였다.

피카소는 10000개 이상의 작품을 남겼기에, 사람들이 피카소의 작품을 3개 이상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피카소 같은 천재도, 다작을 하지 않았으면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지금처럼 많이 알고 있진 않았을 거다.


다작을 하는 것이, 꾸준히 하는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어쩌면 천재는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


학생 때는 공부 얼마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성적 잘 나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괜히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그게 멋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는 이들이 가장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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