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한 마디
퇴사 후 한 달 유럽 여행의 첫 번째 도시는 런던이다.
첫날 런던에서 봤던 달은 꿈에 나오는 달처럼 크고 밝았다.
퇴사하고 한 달 여행을 온 것도,
여기가 런던이라는 사실도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아주 가끔 현실에서도 '이게 꿈인가' 하는 순간이 있는데 런던의 첫 날밤이 그랬다.
다음 날 화창한 런던의 하늘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여기 런던이구나!
지나가는 버스마저도 너무나 런던스러웠다.
사람들은 옷을 정갈하게 잘 차려입고 다녔다.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었다.
모두가 유행하는 옷을 비슷하게 입었다는 느낌 없이 '이게 패션의 클래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 번째 도시 런던은 도시도 사람들도 깔끔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사의 나라답게, 여행객인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었다.
Can I give you a hand? (도와드릴까요?)
지하철 역에서 티켓을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헤매고 있을 때였다.
해리포터에서 듣던 억양으로 말을 걸어왔다.
Can I help you 도 아니고
Can I give you a hand 라니. 손을 준다니. 별게 다 멋있게 느껴졌다. (억양 때문이었을까...)
결국 그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티켓을 사서 이동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난 지하철에서는 앞만 보고 이동한다.
그때의 목표는 오직 탑승 혹은 환승. 분 단위로 앞만 보고 질주한다!
그때 생각했다.
한국을 돌아가면 나도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이나 여행객에게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여유를 가질 것.
때로는 주변을 돌아볼 것.
두 손 가득 채우지만 말고, 한 손은 내밀기 위해 남겨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