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chmarkt , Nasch는 naschen에서 온 말로, “간식거리·주전부리를 먹다”라는 뜻, 그래서 간식거리 시장인데 실제로는 과일·채소·향신료·육류·생선·치즈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재료와 레스토랑·노점이 모인 비엔나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장내 미생물에 관한 공부, 섭생에 관한 공부에서 가장 안정감을 주는 단어 하면, 지중해식 식사나 음식이다.
엊그제 봐뒀던 식당 Iris Mdern Greek Restaurant로 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Iris는 무지개 여신이자 신들의 전령(헤르메스와 비슷한 역할),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다리로 여겨졌기 때문에, Iris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자였다. 그리스 음식이 비엔나라는 다문화적 시장에 들어오는 것도 다리를 놓는 행위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그리스 음식이라니....
2014년 소피앙티폴리스가 인접한 니스로 출장 갔을 때 처음, 그 선명한 맛을 본 뒤로 스텔라 아르투아는 좋아하는 라거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맑고 명쾌하지만, 진하지 않고 약간 가벼운 느낌은 체코의 필스너우르겔과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틈 사이의 위치로 느껴진다. 물론 아메리칸 라거의 가벼움보다는 묵직하다. 벨기에 레페나 호가든도 묵직하지만, 독일 맥주의 묵직함에 이르지 못함과 같다. 그래서 벨기에 맥주는 파도파도 끝이 없을 만큼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366년에 세워진 덴 호른(Den Hoorn) 양조장이 있었는데, 1717년에 '세바스티앙 아르투아'라는 사람이 이 양조장을 인수하여 '아르투아 양조장'으로 이름을 바꾼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인수합병을 거쳤는데, 그중 인터브루란 사명을 사용하던 시기에 크리스마스 특별판으로 내놓은 맥주가 바로 이 스텔라 아르투아. 이게 대박을 치는 바람에 특별판이 아닌 일반 생산으로 바뀌고 이는 인터브루에 큰 성장을 가져다준다. 한국에서는 오비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다. Stella Artois 아르투아의 별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인기 있는 맥주 중 하나이며, 세계 맥주시장에서 5위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전형적인 유럽 페일 라거(European Pale Lager)로 ABV(알코올 도수)는 약 5.0%이며, IBU(쓴맛 지수)는 24~30 정도로,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다. 맥아보리 (Malted Barley)는 최고급 Saaz 홉(체코산 귀족 홉, 부드러운 쓴맛과 허브 향)을 사용한다. 질감과 깔끔한 피니시를 위해 옥수수를 첨가하기도 한다. 하이네켄(네덜란드), 코로나(멕시코), 기네스(아일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글로벌 맥주 브랜드로 꼽힌다. 스텔라는 특별한 컷 크리스털 스타일의 chalice(성배 잔)에 따라 마시는 전통이 있다. 이 잔이 너무 예뻐 제주에서 행사할 때 잔 여섯 개를 얻어 찬장에 보관 중이다. 어느 맥주를 따라 마셔도 잔에서 주는 맑고 투명한 느낌이 살아있다. 잔의 디자인에 관한 한 하이네켄 잔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예쁘다.
Frito misto mit knoblauchsauce (마늘소스를 곁들인 튀김 모둠) 오징어, 새우, 안초비를 튀기고 마늘 소스를 곁들인 음식에 레몬즙을 뿌린다. 레몬을 뿌리는 것이 침샘을 자극하고 소화를 촉진하는 일 정도가 아니라, 은근히 음식을 먹고 체했던 경험(사실은 체했다는 표현이 아니라, 위장이 경직되어 연동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더 정확할 텐데...)을 이제는 하지 않게 해주는 듯하다. 접시에 수북이 후추를 갈아놓는다. 피페린 성분이 몸에 주는 이득을 떠나 그 향이 음식과 밀고 당기는 조화로움과 맛에 점점 깊이깊이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지 않은 안초비를 상큼한 소스에 찍어먹을 때 입안에서 침샘이 폭발한다.
꼭 많은 양을 먹어야 만족하던 시기에서 맛을 음미하며 먹는 행위가 몸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을 생각해 본다. 숙소에 저울이 없어 달아보지 않았지만, 적당한 식사와 적당한 도보로 몸이 한 번도 무거웠던 적이 없다. 음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음식을 더 즐기게 만들어준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음미하는 태도. 달려들지 않고 찬찬히 살피며 먹는 태도.
싱싱하고 맑고 투명하고 진한 생맥주와 모든 음식이 다 잘 어울렸다. 돼지고기 꼬치를 태우지 않고 알맞게 익혀 바삭 담백한 맛을 선사한 수블라키도 훌륭하고, 연어 샐러드 모두 담백했으며, 신선한 채소와 잘 어울렸다. 넷이 먹기에 모자란 듯 충분한 느낌, 우리에게는 다음 끼니들이 계속 준비되어 있으므로 어디에서건 한꺼번에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 적당한 음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섭생의 기본이고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다니는 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 시장에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맥주 탭이 여러 가지 달려있고 사람들이 서서 마시고 있는 곳,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안타까웠던지 식구들이 가볍게 스낵바 같은 곳에서 맥주 한잔 더 허용해 준다. 이번 여행동안 낮술은 허용하지 않았던 터, 그 배려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가볍게 맥주를 한잔 더 했다. 저녁때 재즈클럽을 방문하는 마지막 일정을 향한 열망을 담아.....
햇살이 넘어가고 있는 시장의 풍경이 아스라하다. 디저트는 처음 맛보는 맛, 양귀비 씨앗이라니 !
'Waldviertler Mohnzelten'은 오스트리아의 북부 지역인 발트피어텔의 특산 디저트라고 한다. 'Mohnzelten'은 '양귀비 씨앗 빵' 또는 '양귀비 씨앗 만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주재료는 양귀비 씨앗(Mohn)이다. 발트피어텔은 양귀비 재배로 유명한 지역으로, 특히 회색 양귀비(Graumohn)가 특산물이다. 얇게 민 감자 반죽(Kartoffelteig)에 달콤하게 조리된 양귀비 씨앗 소를 채워 넣고 오븐에 구워 만든다. 반죽에 감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식감이 독특하고 부드러우며, 촉촉한 양귀비 씨앗 소와 조화를 이룬다. 양귀비 씨앗 소는 설탕, 버터, 꿀, 때로는 건포도나 시나몬, 바닐라 등을 넣어 만든다. 달콤하면서도 양귀비 씨앗 특유의 고소하고 쌉쌀한 풍미가 어우러져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얇은 반죽에 사과를 넣은 Apfelstrudel이나, 치즈(Quark)를 넣은 Topfenstrudel과 달리 Mohnzelten은 감자 반죽과 양귀비 씨 페이스트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구분된다.
헐! 양귀비 씨에 불포화 지방산, 칼슘, 마그네슘, 식이섬유가 풍부하다고 한다. 볶은 아마씨의 놀라운 효능을 발견한 뒤로 씨앗에 관한 영영적 관심을 높이고 있던 터라 새로운 발견이다. 짠 득한 질감과 달콤함, 처음 접하는 새로운 향들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선사한다. 가볍게 한 입 맛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엔나를 한 입 베어 물었다고 비엔나를 다 알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