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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고 아름다운 Aug 21. 2022

비관론자의 친구

A friends of pessimist.

친구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친구가 없다는 고민을 하면 의아했다. 뭔가 채워지지 않아서 인가보다 라고만 짐작할 뿐이었다. 외로움이나 소속감 같은 건 각자 사람마다 채워지는 수치가 다르구나 확인할 뿐, 난 친구 별로 없는데도 그런 마음의 수치에 신경 쓰지 않고 지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나라는 사람은 친구가 없는 게 고민이다. 아니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왜 나의 친구였던 사람들이 나에게 등을 돌랄까? 한때 다정했던 사람들은 다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일까 다른 이들이 친구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가 부럽고, 다정하게 마음을 나눌 동료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약간 시렸다.

비혼인 나에게는 친구가 가지는 의미가 시간을 나누고 즐거운 활동을 함께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의 공유부터 상담, 의사결정의 논의까지 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작은 공동체, 느슨한 연결고리, 고민을 나눌 동료가 되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는 늘 친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재에 대해서는 그냥 벌어진 이빨 같았다. 어쩔 수 없는 것,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가 보다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걸 하기 어려웠다. 모임 등에 참여해도 깊은 관계나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가지는 건 내 욕심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 많고 늘 그룹으로 몰려다니던 10대의 내가 그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청소년 시절의 나란 사람은 지금의 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내 의지대로 친구를 골라 만났다기보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에 더 가까웠으니 말이다. 신기하게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인싸였다.


최근 들어 가장 가까운 친구 몇에게 손절당한 후로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맞고 있다. 평소 친구 없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담담했던 나는 어디 가고,  갑자기 생긴 단절과 고립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연락이 끊기고(그들도 모두 손절이었을까?) 소수의 가까운 친구를 꾸려나가는 게 나이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내 성향에고 맞는다 생각했기에 나는 스스로 의문하지도 그걸로 날 추궁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그들을 질리게 했을지?

유투브: 양브로의 정신세계 캡쳐
저요?

일전에 한 친구가 직접

“뭐가 그렇게 매사에 부정적이야” 그런 말 듣는 것도 한두 번이지 지겨워죽겠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걸 듣고 후로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직접 내가 싫은 이유를 어른 친구들은 말하지 않는다. 보통은 그냥 피하고 말 텐데 이렇게까지 말할까? 생각했지만 묻지 않았다. 나는 원래 부정적인 사람이었는데 많이 참았나 보다.. 생각만 했다.

어른이 되어 멀어진 관계들은 복구에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각자 바쁘고 자기 앞에 당장 중요한 삶의 문제들이 있는데 누구도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쓸 마음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남은 에너지로 활용해 해결할 일상이 잔뜩 쌓여있느니 친구는 잠시 잊으면 다른 일들로 금방 가려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을 것이다. 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싶어 힘들여 만나지 않는 관계 말이다.


그러나 내가 남겨둔 최소한의 편안함을 주는 몇 남은 사람들마저 사라져 버린 지금은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다. 우주에 날아가 끈이 떨어진 기분이라 더 쓸쓸해진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더더욱 그동안의 누적된 나로 단단해지기는 쉬워도 기질과 성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문제만 있고

해결책도 없고

어떤 다짐도 없는

이 글을 적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데 쓰면서 잠시나마 내가 요즘 왜 마음이 무거웠는디 조금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비관론자에게 친구가 없는게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물론 이런 글을 쓴다고 마음이 가벼워지거나 내가 바로 좋은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건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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