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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도시 Aug 10. 2019

4. 구글은 '스마트 도시'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사이드워크 토론토의 공공공간 디자인

공공공간은 도시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풍부하고 접근 가능하며,  흥미로운 공공 공간은 독점적인 편의 시설이 아닌 도시 생활의 근본 요소입니다.


이전 글에서 구글의 도시개발 회사 ‘사이드워크랩’이 토론토에 추진중인 도시계획의 아웃라인을 살펴봤는데요. 이번 연재에서는 해당 마스터플랜 안에서 공공공간의 디자인이 어떤 방식으로 제안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히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이나, 편의상 '구글의 도시계획 회사'라고 쓰겠습니다.





 서두에 적힌 ‘공공공간이 도시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문장은 사이드워크랩이 토론토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인데요, 커피 한잔을 사지 않고서는, 잠시 시간을 보낼만한 공공공간의 수와 질이 턱없이 낮은 서울의 삶을 한번 생각해 볼까요?

공원을 찾아가도 뙤약볕 아래 설치된 벤치에 도저히 앉을 수 없던 경험.

빌딩 숲 공개공지에 설치된 쉼터는 직장인들의 흡연구역으로 숨을 참고 지나갔던 경험.

공원 같은 좋은 전망을 면한 야외 테라스는 값비싼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그림의 떡인 경험.

 서울에서의 위와 같은 경험 때문인지, 사이드워크랩의 공공공간에 관한 목표 설정이 눈이 번쩍할 만큼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소비를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풍부하고 질 높은 오픈스페이스의 확보는, 소득, 연령, 인종과 관계없이 누구나 도시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근본'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을 합니다.


그럼, 토론토 사이드워크 마스터플랜에 어떠한 방식으로 공공영역 디자인을 제안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사이드워크 토론토의 오픈스페이스 가이드라인


첫째, 더 많은 공공공간의 확보 : 전형적인 가로보다 보도를 두배로 확보

 보도와 도로, 공원 간의 경계를 유연하게 디자인해 쓰임에 따라 공공공간이 확장될 수 있도록 하며, 특히 공유 교통을 활성화 해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더 확충한다는 계획입니다.


둘째, 공공공간에서의 더 많은 시간 : 날씨에 관계없이 실외 공간 즐기기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야외의 공공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상패턴에 따라 가변적인 외부공간을 제공하는 데에, 구글의 디지털 노하우가 적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형적인 상업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소상공, 제조업 스페이스 등이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공간의 점유를 보다 촘촘하게 늘린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혹독한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한국에도 적용이 됐으면 하는 매력적인 플랜이군요!


셋째, 공유 도구로 공용 공간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커뮤니티

 오픈스페이스에 설치된 전원, 프로젝터 같은 물리적 인프라의 사용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지역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공공장소를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분수대, 쓰레기통, 유틸리티 파이프 등의 공공 자산을 지도화해서 운영을 쉽게 한다는 계획도 포함합니다.


좀 더 자세한 개별 공간의 디자인과 계획을 살펴볼까요?

가변적 가로 디자인

Pick-up, Drop-off zone


 보도와 차로 사이를 유연하게 디자인해 혼잡한 시간대에는 자동차가 잠시 정차할 수 있지만,  교통량이 적은 시간에는 공공장소로 활용합니다.  이로써 자동차에만 점령당하는 거리의 공간을 대폭 축소한다는 계획입니다.


모듈화 된 보도블록

Modular Pavment


 보도블록을 6 각형으로 된 모듈로 만들어 신속하게 교체, 수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수리작업을 위해 거리를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죠.  육각 모듈 안에는 난방(눈 녹이기), 조명, 복원을 위한 장치 등의 기능을 내장할 수 있습니다. 육각 모양은 마모에 더 저항력이 있기도 합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Shared Physycal Infrastructure


 프로젝션 스크린, 조명 마운트 및 유틸리티 연결 장치를 통해 커뮤니티가 공공장소를 쉽게 변형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추운 겨울에도 야외활동을, Outdoor System

 디지털을 통해 건물과 건물 사이의 미세기후를 파악하고 제어함으로써 야외 공간에 일광을 확보하거나 그늘을 확보하는 등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비 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에도 야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벼운 건축자재를 사용한 보도 보호용 커버,  바람이나 해를 차단하는 차양 시스템 등을 변화하는 날씨에 실시간으로 대응해 설치할 수 있게 합니다.


가변적 상업공간, Stoa

'스토아(Stoa)'는 여러 플랜들 중 가장 특징적인 계획이 아닐까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중앙 광장은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장소 일뿐만 아니라 스토아라는 덮개가 달린 산책로로 둘러싸인 시민 센터이기도 했습니다. 사이드워크랩은 이것을 재해석해 복합적이고 가변적인 상업시설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가변적 벽면 시스템과 개폐식 파사드로 로컬 상점과 레스토랑, 커뮤니티 공간, 제작자 스튜디오, 팝업 및 소규모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혼합되는 구조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Seed Space' 디지털 임대 플랫폼을 통해 중소기업 및 커뮤니티 상업시설이 단기 또는 장기적인 용도로 다양한 매장을 예약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외 공공공간에 설치된 시설물 들의 실시간 지도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앱을 통해 유지 보수를 효율적으로 하고, 이용자과 해당 공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는 계획 등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작 구글의 사이드워크랩은 '스마트 도시'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도시를 디자인함에 있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우리 도시는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를 매우 촘촘하고 구체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영역이 도시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라는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누구나, 어느 계절과 상황에서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세부 목표를 정한 뒤,

이를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 내는 것.


 구글이 연관되어 있음에도, 이들의 마스터플랜은 '스마트 도시'를 만든다는 표현을 쓰거나 이 부분에 집착을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매우 인간적인 가치들을 먼저 상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어떻게 쓸까?라는 식으로 녹이고 있죠.


'최고의 부동산 수익', '명품도시', '스마트 도시' 같은 거대한 수식어나 '살기 좋은 도시' 같은 뭉뚱그려진 테마들로 범벅이 된 우리나라의 도시개발을 떠올려보면, '구체적인 가치의 설정'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연재로는 구글이 계획하고 있는 사옥 프로젝트인 '구글 빌리지'에 관한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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