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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도시 Aug 21. 2019

연희동 정음철물 : 도시를 고쳐쓰는 방법

내 공간은 내가고친다, DIY 도시재생

요즘도시가 이번에 찾아간 곳은 연희동의 한 동네 철물점입니다. 


'정음철물'은 1993년 개업한 정음전자를 재해석해 '철물편집샵' 컨셉으로 최근 재 오픈한 곳인데요.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 각종 철물 및 집수리 용품 판매, 신진 디자인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로컬 문화를 기반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어반플레이, 쿠움파트너스, 프로젝트데이 가 합작해 만든 공간이라는 소식에 기대를 안고 달려가 봤습니다.


연희동 터줏대감인 사러가 쇼핑이 있는 코너를 도니, '정음전자'라는 주황색 간판이 보이는데요, 보통은 레트로 한 느낌으로 간판을 새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의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정음철물의 외관

정음철물이 재미있는 지점은 동네 철물점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기로 의기투합한 세 주체인데요.


연희동을 기반으로 50여 채가 넘는 주택 리노베이션 등을 진행하며, 연희동 도시재생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쿠움파트너스, 건축자재만을 다루는 '감'매거진의 프로젝트 데이, 연남방앗간 등 로컬 문화를 만들어가는 어반플레이 등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한편에는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스크가 있습니다.


마침 매장에 계셨던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너무나 친절한 설명 감사했습니다!)

정음전자는 원래 쿠움파트너스의 김종석 대표가 일을 시작했던 곳으로, 전자제품 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집수리 요청을 하나둘씩 처리해주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공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희동을 기반으로 한 저층주거지의 레노베이션 일이 계속 이어지며, 의도치 않게 현재의 연희동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셨다고 해요.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는 동네 사람들이 요청하는 소소한 집수리 요청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고요, 동네를 기반으로 한 주택과 상업시설의 리노베이션에 대한 상담과 작업 의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로컬 기반의 컨텐츠를 발굴하는 어반플레이도 협업하는 만큼, 건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동시 컨설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세탁소'와 같은 동네 기반 상업 시설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진행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철물이나 집수리 용품뿐 아니라, 작업복이나 가방 같은 감각적 신진 브랜드 전시도 팝업으로 열립니다.


요즘도시가 동네철물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내 집은 스스로 고친다'는 DIY 레노베이션이 서울을 위한 도시재생의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츠타야를 방문했을 때, 일본 도시재생 씬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가 무엇인지 궁금해 관련 서가에 있는 모든 책의 제목을 찾아 번역해본 적이 있는데요, 일본 도시재생 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연코 '리노베이션'이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수년을 앞서 빈집 문제나 유휴공간의 문제를 겪었으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의 고민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방법론으로 대두되는 것이 'DIY 레노베이션'이었습니다. 꼭 막대한 공공의 자금을 투여하거나, 건축가의 서비스를 받지 않고도, 시민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공간의 개조 및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자, 라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특히 기타큐슈에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한  '리노베이션 스쿨' 사례가 리노베이션 마을 만들기라는 용어를 도시재생의 화두로 끌어올린 장본인인데요, 유휴공간에 관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이것을 집주인이 승인하고, 아이디어의 주인이 공간을 스스로 고치고 운영할 수 있도록 3박 4일간의 집중적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지요.

츠타야의 도시분야 서가는 '리노베이션'이라는 키워드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담긴 부동산 발굴을 통해 유휴공간, 저층주거지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해온 '도쿄 R부동산' 도 거주자가 직접 자신의 공간을 편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Toolbox’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내가 원하는 공간은 내가 만든다'라는 모토는 일본 도시재생의  큰 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데이의 심영규 PD는 아래의 유튜브를 통해 공구 사용법 등의 영상을 제작해 올리기도 하네요. 감 매거진을 통해서는 건축자재를 심도 있게 다루고, 철물점을 통해서는 공구의 사용방법을 다루는 등, 그리고 있는 방향성이 참 좋다는 생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wXaNUZIKU


정음철물의 행보도, 서울에서 DIY레노베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시재생의 흐름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주목이 됩니다. 


+덧, 아우리에서 최근 마을재생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공간 운영자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시공사와 유명한 DIY유튜브가 함께하는 빈 점포 고치기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더 자주 이런 워크숍을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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