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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도시 Nov 09. 2020

젠더 중립을 지향하는 공간들

Agenda_ 젠더 앤 더 시티 : 젠더와 도시디자인

젠더 중립적인 공간 개념은 아직 생소하지만, 

곧 다가올 변화다.


앞선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밀레니얼과 Z세대의 성별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성별을 기반으로 디자인하고, 사용 규범을 정하고 있는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화에서는 젠더 중립을 지향하는 공간들의 사례를 다뤄본다. 


<성중립 화장실 논란>


 성중립 화장실 (all gender restroom/ Gender-neutral rest room)은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화장실을 말한다. 성소수자가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어 있는 기존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 겪는 불편과 폭력을 극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젠더중립 화장실을 표현한 로고


 스웨덴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화장실의 형태가 성중립 화장실로 바꾸었고,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화장실에 해당 구조를 적용한다. 화장실 하나가 변기, 세면대를 가진 개별 방의 독립적인 구조로,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타인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성 소수자는 물론이고, 소변기가 죽 늘어서있는 기존의 남성 화장실에 비해 프라이버시가 보호받는 구조다. 이는 보호자가 성별이 다른 고령자나 아이, 장애인을 대동하고 화장실에 가야 할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성소수자를 배려해 시작된 개념이지만, 누구나를 포용하는 화장실의 개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2015년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출생한 성에 따라 화장실을 써야만 한다는 것을 법으로 강제하려고 하자,  화장실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졌었다. 이에 대해 연방정부가 반대의 뜻을 밝히며 백악관이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 이른다. 2016년 캘리포니아는 주내 모든 관공서와 상업빌딩 내 1인용 화장실을 성중립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퀴어퍼레이드에 한국 최초로 도입이 된 이례, 몇몇 대학 캠퍼스나 관공서를 중심으로 설치 확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불법촬영 등 성범죄 우려로 제대로 된 공론화가 되지는 못했다. 일부 매체는 성중립 공간이 젊은 세대들의 성 관념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해당 논의는 지난 4년간 큰 진전없이 멈춰서 있다.



<젠더 중립적인 쇼핑공간, The Phluid Project>

 

 해외의 패션브랜드 들은 성중립 쇼핑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플루이드 프로젝트(The Phluid Project) 는 2018년 봄 뉴욕 노호에 문을 연 젠더리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들은 의류, 화장품 등을 남성/여성 섹션으로 구분하지 않고 진열한다. 따라서 마네킹과 피팅룸도 성별의 구분이 없다. 사이즈도 성별에 관계없이 1~4까지로 구분해 판매한다. 성소수자 또는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이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쇼핑에 제약을 받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고안된 방식이다.  전체 매장이 성중립을 지향하지 않지만, H&M과 같은 대형 패션 업체들도 매장 내 성중립 컬렉션과 쇼핑공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QeeK8pQjmY

세계 최초로 젠더리스 쇼핑공간을 연 플루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영상 ⓒNow This 유튜브


<항공기 안의 고정된 성관념을 깨는 항공사, Airo-K>

 

신규 취항을 앞두고 있는 국내 저가항공사 에어로케이는 젠더리스 유니폼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 승무원의 몸매를 강조하는 치마 유니폼은 없애고, 기내에서의 활동성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바지를 기본으로 한 편안하고 실용적인 실루엣을 도입했다. 여성 승무원의 미와 서비스정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던 항공업계의 관행은, 원거리 이동 및 비즈니스가 남성중심으로 가능했던 과거에 만들어진 권력관계가 답습된 까닭이다. 비행공간 안에서의 복장 변화는 항공기 공간 내 은연중 고착화된 권력관계를 해체하고, 서비스의 본질인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에 초점이 맞추어 지도록 돕는다.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퍼>


 코로나로 오프라인 퀴어 퍼레이드가 취소되면서,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퀴어퍼레이드를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주최측 추산 약 약 8만2천명이 참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아바타를 만들고, 이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온라인퀴퍼’, ‘우리는 없던길도 만들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게 만들었다. 해당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참가자들이 올린 피드가 연결되는데, 형형색색의 코스튬을 입은 축제 참가자들이 도로 위를 행진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온라인 상이지만 참가자들은 마치 퀴어퍼레이드 대열에 합류한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스타그램 상에서 한동안 열기가 뜨거웠는데, 오프라인 퀴어 퍼레이드에 실제로 참가하기에 망설여졌던 사람들도 쉽게 연대와 옹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s6gyBRZlQ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어퍼레이스 ⓒ닷페이스 유튜브


이번 화에서는 개별 공간 단위와 온라인 상에서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다음 화에서는 보다 확대된 도시디자인 차원에서 젠더 이슈를 다루고 있는 사례를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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