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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도시 Nov 09. 2020

성평등을 위한 도시 디자인 가이드

Agenda_ 젠더 앤 더 시티 : 젠더와 도시디자인

앞선 글 에서는 공간단위로 젠더 중립을 표방하는 사례를 다루었다면,

이번 화 에서는 도시 디자인 차원에서 젠더 이슈를 다루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비엔나의 '젠더 메인스트림'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 

(Gender mainstreaming in urban planning and development)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는 90년대부터 일찍이 '젠더 메인스트림'(Gender Mainstream)* 관점에서 도시디자인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현재 6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는데, 중요한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묶어 도시디자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도하다. 홈페이지에는 도시 디자인과 관련한 다음의 항목들에 관해 관련 연구 결과와 적용 사례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평소 생각치 못한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어 놀랍다. 


일상생활과 주택

공공건물 및 공원 등의 오픈스페이스

교통계획

도시 구역 개발

*젠더 메인스트림(Gender Mainstream)이란? 

 젠더 관점에서 모든 사회 영역을 바라보고, 기존 성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변혁을 모색하는 성평등 전략이다. 주류 질서가 여성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문제시하고, 여성이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주류 사회의 인식과 시스템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부차적인 여성 정책을 시행하거나, 수혜자로 인식시키는 것은 지양한다. 궁극적으로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적합한 양성 평등 도시를 설계한다는 아이디어로 이해할 수 있다.   

 비엔나의 영향으로 베를린, 바르셀로나, 스톡홀름, 코펜하겐 등의 여러 유럽도시들이 젠더 주류화 원칙을 도시디자인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비엔나 시가 추진하는 젠더 메인스트림 관점의 도시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교통정책과 공원 디자인의 원칙이다. 이들의 디자인 원칙에서 중요시되는 요소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소년과 소녀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를 디자인 한다는 것이다. 


보행친화적인 환경이 성평등 도시디자인의 필수 조건인 이유


 비엔나 시는 교통 정책에 젠더 메인스트림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우선 남성과 여성의 이동데이터를 조사했다. 이동의 경로, 사용하는 이동수단, 수요를 반영해야 보다 성평등한 도시를 디자인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 밝혀낸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은 자동차를 더 자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보행과 대중교통을 더 자주 사용했다. 둘째, 남성의 이동경로는 집-회사-운동시설 등으로 전형적인 반면, 여성의 이동경로는 집 - 아이나 노인의 돌봄과 관련한 장소(유치원, 학교, 요양원 등) - 병원 - 상점 - 회사 등으로 매우 다차원 적이었다. 


 시는 전체 보행자의 2/3가 여성으로, 거리의 디자인을 보행친화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도시환경을 양성평등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는 단순히 여성 친화적 디자인을 넘어, 어린이, 노인,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이기도하며, 더 지속가능한 이동수단 이용을 촉진함으로써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지정된 파일럿 지구인 Mariahilf에서는 접근성, 안전 및 이동 용이성에 초점을 맞추어 도시 디자인을 시작했다. 야간 보행시에도 여성들의 이동이 제한받지 않도록 공공조명의 질을 개선하고, 보도 폭 확충, 보행자 친화적인 신호등을 도입했다. 교차로에는 유모차와 휠체어 사용자가 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경사로 육교가 설치되었다. 


비엔나 시에 설치된 다양성 신호등 ⓒ비엔나 정부 웹사이트


 더불어, 시 전역에는 성다양성을 옹호하는 시의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신호등을 설치했다. 홀로 외롭게 서있는 사람의 픽토그램 대신, 이성애자와 동성 커플의 신호등 그림을 제공해 도시 인구의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다. 2015년 시의 이벤트를 위해 120여곳에 설치됐던 이 신호등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으며, 영구적인 시의 공공 시설물로 자리잡았다.


공정한 도시공유, 소녀를 위축시키지 않는 공원 디자인



 한 사회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 도시에서 소녀들은 약  9세 이상이 되면 서서히 공원과 광장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울타리가 쳐있는 축구장, 농구코트, 스케이트보드 파크가 남성 위주의 스포츠 활동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은연 중에 소녀들의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공공공간에서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영향이 있다는 연구이다.


 비엔나 시의 조사결과, 여학생의 70 %(남학생의 44 %)는 나이가 많은 남학생이 이미 차지하고있는 공간에 참 여하는 것을 주저하며,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시도한 소녀의 82 %(남아의 47 %)가 거절당했거나, 종종 성적인 모욕과 협박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원을 이용하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이들의 보호자가 요구하는 사항을 카테고리화 하고, 동등한 사용기회를 위해 이러한 기능들이 복합화된 공원을 디자인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소녀와 여성을 위한 고려사항 

    다양한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장치들 :  배구, 배드민턴, 롤러 블레이딩, 등반, 균형 잡기, 스윙 사용

      프라이버시를위한 틈새 ( 예 : 퍼걸러, 앉을 수있는 낮은 벽)    

안전을 위한 시야확보와 조명 : 보도가 명확하게 보여야 하며, 공원을 가로 지르는 보도가 밝을것

      공원의 청결, 놀이터 또는 공원과 가까운 깨끗한 화장실    


소년과 남성을 위한 고려사항 

    스케이팅 경사로, 농구 코트, 축구 코트. 단 축구 단일 종목만을 위한 케이지형 코트가 아닌, 다양한 구기 종목을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


어린 자녀의 부모 / 보호자를 위한 고려사항  

놀이기구 순서를 위해 더 큰 아이와 경쟁하거나 눈치볼 필요없는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별도의 놀이 공간

보호자가 놀이 공간을 잘 볼 수있는 충분한 수의 벤치와 테이블

    그늘에있는 장소

    물에 대한 접근

가깝고 깨끗한 화장실  

변경이 가능한 테이블

겨울철 해가 진 후에도 공원을 사용할 수 있는 조명


 파일럿 지구에서는 공공 스포츠 코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도가 추가 되었고 , 수많은 축구코트 대신, 배구 및 배드민턴 코트 등이 도입되었다. 거의 즉각적으로 공원 사용 패턴에 변화가 나타 났고, 여성의 이용율을 높였다. 


 성평등 공원 디자인 공모를 통해 디자인을 개선한 Bruno Kreisky Park ⓒ비엔나 정부 웹사이트


Bruno Kreisky Park은 성평등 공원 디자인 공모를 통해 디자인을 개선했다. 


"작고 큰 자유"라는 컨셉 아래 공원에는 넉넉한 공동 스포츠 공간과 다양한 그룹의 활동을 촉진하는 소규모 공간 구조가 섞여있다. 원래 야구장으로 쓰이던 중앙 공간은 다른 공간들과 다르게 150cm 정도 레벨이 다운되어 있는 초원으로 변신했다. 이곳은 다양한 스포츠와 이벤트를 포괄하여 쓰이는데, 중앙 공간의 레벨이 구분됨에 따라 외부로 이어지는 동선과 주차장까지의 가시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 유아 놀이터를 별도로 구분해 어린 아이들이 더 큰 아이들이나 성인의 활동에 의해 놀이를 제약받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이런 작은 활동 공간과 중앙 초원 지역의 가장자리에는 다양한 테이블 벤치 조합이나 해먹 등이 설치되어 있어 작은 모임이나 소규모의 활동, 대화 등이 가능하도록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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