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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te Liebe Jul 05. 2022

RRR-스펙타큘라! 스펙타큘라!

 당신을 놀라고 흥분하고 전율하고 뜨겁게할 모든 것들.

인간이 영화라는걸 발명하고 처음으로 기차가 들어오는 걸 보여줘서 사람들을 놀래켜주자! 라고 생각한 이래, 이 매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이런 저런 궁리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한세기가 약간 넘은 2022년, 마침내 사람들은 액션을 통해 영화적 쾌감을 화면에 구현하는 일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내게 되었지요. 그 구체적인 형태가 어떤지 궁금하시면 RRR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텔루구 영화계의 수퍼스타 감독 라자몰리의 신작이 넷플릭스에 올라왔군요! 



   

1.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인도의 독립투사 두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안역사물입니다. 주인공 중 한명인 빔 Bheem 은 실제로는 부족의 땅을 침탈하는 광산회사와 지주에 저항한 곤디 Gondi 족 지도자였고, 라주 Raju는 영국의 총기를 탈취하여 경찰서들을 연쇄 습격한 것으로 알려진 게릴라 대장이었다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최고의 우정을 나누면서 영국의 점령에 대항해 싸우는 가상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지만…. 실제 인물과의 연관성은, 굳이 예를 들자면 라디오액티브 빔으로 짜르의 군대를 무찌르는 마리 퀴리가 주인공인 원더우먼...정도의 느낌이랄까요..? 특히 후반후에 두 주인공의 각성(?) 이 끝난 후에는 거의 수퍼히어로물이 되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실존 인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낄 거 같지는 않지만, 인도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저는 영화를 본 뒤 호기심에, 인도의 영국에 대한 무력투쟁의 역사나, 주인공들의 모델이 되었던 인도 독립운동가들의 실제 삶에 대해 검색해보고 약간의 정보를 더 얻긴 했지만, 새로 얻은 어떤 정보도 이 영화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요. 


왜냐하면, 


 이건, 그냥 단지 영화가 우리를 즐겁게 하는 모든 것 - 환상과 아드레날린과 남성의 벗은 가슴 근육과, 애국심과, 사랑과, 지치지않는 하체를 과시하는 춤과, 북소리와 함께 서서히 끓어오르는 극적인 슬로우 모션과 미친듯한 속도로 패닝하는 카메라와, 클라이막스가 더 큰 클라이막스로 이어지고, 더 큰 클라이막스 조차 본격적인 클라이막스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그랜드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사이 사이, 


거미에게 물리지 않아도 건물 사이를 나르는 액션과, 포효하는 호랑이와 수퍼솔져 혈청이 없어도 오토바이를 한손으로 들어 던지는 힘과 불타는 다리 아래서 손을 맞잡는 남자들의 우정같은 것을 정말 스펙타클하게 과시하는데에만 오로지 관심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2. 

질문> 인도영화계는 어떻게 클라이막스로만 이루어진 3시간짜리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답 > 8시간짜리 영화에서 클라이막스가 아닌 부분을 다 잘라내서..? 


 위의 농담은 제가 지어낸 거긴 한데, 저는 아주 약간은 설득력이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길고 긴 인도영화들의 상영시간은 세계 진출의 벽으로 여겨졌고  인도 영화인들은 악착같이 러닝타임을 줄여내기 시작하면서 대략 3시간 부근에서 세계 진출이 가능한 극적 타협점을 찾은 듯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감독의 마음속에서 (상영시간이 3시간 밖에 안되는데) 조금이라도 재미없는 부분은 다 없애야지 하는 식의 편집기계가 철컥 철컥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 관객들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긴 영화를 선호해! 라면서 꾸역 꾸역 3시간 부근까지 영화를 늘리고 있는 헐리웃 감독들과는 같은 3시간이라도 접근 방식이 달라요!  저는 최근의 배트맨 영화도 싫어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러닝타임인 RRR과의 체감시간을 비교해보자면 배트맨 쪽은 타르코프스키 시공면에 위치한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군요.  



 타이틀이 뜨기전에 40분간 이어지는 콜드 오프닝에서 시작된 두 인물의 소개 장면조차 이미 멀티버스 수십개를 왔다갔다한 마블영화의 클라이막스 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음악과 카메라 CG와 연출, 액션안무까지 모든 것이 과잉이며, 아름답고, 장대한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적 오프닝에 적응을 마치면 그 다음에는 놀이기구를 타듯이 영화의 흐름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시청각적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면 되는 것입니다. 복잡한 전사나, 다른 우주의 상황 같은걸 고민하지 않아도 되구요! 


 3. 


사실  저는 마블 영화를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고, 케빈 파이기가 뭔가를 만들어 주면 기대를 갖고 보러 가는 사람이긴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비슷비슷하게 답답한 액션들을 보게 할건가 싶은 느낌이 최근 들어 꽤 짙어지긴 했어요.  아니,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시리즈가 감당해야할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사람들이 좋아하는 액션물을 만들기 위해서 시공간의 차원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수많은 멀티버스를 불러와야만 하는 걸까요?  인도에서 온 이 어마어마한 블록버스터는, 영화가 무엇보다도 표현의 풍부함에서 나오는 스릴/감동/정서와 관련있는 매체라는걸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밀도나 화면의 복잡함이 아니라요.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싸우고,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신념을 위해 협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기 위해 몸값이 수백만달러가 넘는 스타들이 대여섯명이 나와서, 우주의 포탈을 열고 닫고, 어마어마한 CG 괴물의 위협적인 모습을 과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본 시리즈도 존 윅도 007도 짧은 신선감을 제공한 후에 사라져버린 시대의 헐리웃 액션 영화는 자기 복제적 농담과 공식에 따라 팽창하는 파괴적 물량 공세 외에 관객을 흥분시킬 수 있는 이렇다할 답이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인도에서 날아온 낯선 시각적 센세이션이 준 쾌감이 더욱 반갑고 신선했던 이유가 되겠군요!


4. 


그 밖에... 


- 그리고, 이 배우.  램 차란 Ram Charan, 2012년 타임지 선정 desirable 싱글남 15위에도 오른적 있는 (팬질의 시작, 위키 찾아봄) 인도 버전 제임스 모모아.. 제가 이런 타입을 보면 바로 전구가 '빠칭' 들어오는 사람이란걸 또 한번 깨닫게 되었지요. 아아 굵직한 미남. 





- 인간 세계에서 짝짓기 춤은 일반적인 리추얼은 아닙니다만.. 춤을 잘 추는 남자들이 왜 일반인들보다 더 활발한 성생활을 하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는 텔루구어 버전의 오리지널 클립이 있네요. 이쪽이 훨씬 좋습니다!  불타는 댄스 플로어, 대영제국의 하찮은 남성들을 하체 힘으로 발라버리는 민족주의 영웅들의 참으로 화사하고 활기찬 댄스 댄스 레볼루션!  


https://www.youtube.com/watch?v=4_eEgJhsBMo

불타는 댄스플로어의 찬란한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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