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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te Liebe Apr 20. 2023

존에게는 있고 복순에게는 없는 것

존 윅 4 를 보다. 


1. 존윅 보고 왔습니다. 영화보고 나온지 3시간쯤 지났으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조나단님은 한 300명은 더 죽였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은 가슴이 너무 뜨거워져서 1시간이 100 wick-kill-time 으로 자동 환산되는 군요! 



 2. 킬복순은 못해내고 존 윅은 성공적으로 해낸 가장 중요한 지점은 - 사실 킬복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이 실패하고 있는 - 무슨 폼을 잡아도 그럴듯한 세계관을 구축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범죄조직들이 있음. 이 범죄조직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매우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지만, ‘범죄’라는 업의 성격상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내적 불안정성 -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의 도덕성이 바닥임 - 의 한계로 인해 번번이 무너지게될 것이기 때무네… 하여 이 조직들은 절대로 어길 수 없는 ‘규율’이라는 것을 만들고,  상당히 공들여서 관리 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함. 


여기까지 그림을 그리고 나면 사나이들의 목숨을 건 결투를 그리는데 필설의 형용함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깔아놓고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지요. 


3. 그렇기 때문에, 존 윅에 대해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 - 스크립트는 별로지만 액션이 죽인다 같은 말은 사실 별로 의미없는 이야기일 것도 같습니다. 액션을 채울수 있는 그릇으로서 그럴듯한 세계를 만드는 것도 절대 쉬운일은 아니거든요. 


킬복순 예를 들자면, 전도연 설경구가 아무리 연기를 살벌하게 하고, 미술감독이 사무실에 아무리 비싼 벽지를 발라도, 남편 바람 피워서 열받은 아내가 살인 청부하는 돈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그리고 있는 한, 간지는 멀리 멀리 떠나가는 그런 원리겠지요.


그런데 지난번에 정이 얘기하면서도 얘기했던거 같은데, 우리나라 SF 나 액션이 배우들의 개인기나 후까시 외에는 도무지 간지를 설계하는데 무능한건, 사회 전체의 분위기나 역사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 진짜 권력, 규칙, 규율의 힘, 세계를 지배하는 규모, 일사분란한 어드민이 주는 압도감 같은걸 잘 이해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하이 테이블의 권위는 혼자 패션쇼하는 후작님의 후까시 연기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일사불란한 오퍼레이터 조직의 묘사에서 나오잖아요? 성공한 프랜차이즈가 되기 위해 진짜 간지가 넘치는 세계를 설계하는 밑그림이 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면, 규율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공정한 법집행, 유능한 관리 조직, 기계적이지 않은 정치적 공정함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적 성찰 등등 우리 컨텐츠들이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몇개 떠오르지만 존 윅 보고 길게 할 얘기는 아닌거 같으니까 일단 패스. 



4.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어떤 배우의 실제 ** 도 다치거나 떨어져나가지 않았습니다. 디스클라이머라도 띄워줬으면 한결 마음이 편했을 거 같았습니다. 하아. 3편 보면서도 느꼈지만, 당연히 CG 일줄 알았는데, 어떻게 동물 배우들을 그렇게 완벽히 트레이닝 시킬 수가 있죠? 아슬아슬해서 진짜 내가. 



아카데미 동물 연기상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동물 배우들의 열연이 놀라운 영화 


5. 아무튼 재밌게 봤어요! 저의 작은 소망은 존 윅 6을 RRR의 라자몰리감독이 연출해서 개가 아니라 호랑이가 거기를 무는 것을..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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