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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Dec 21. 2023

단풍 없는 속초 단풍 여행

속초(1) - 19/10/2023

한국의 평범한 가족이라면 여름휴가철이나 연말연시 밖에 가족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엔 좀 나아졌지만 우리 아버지가 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 여름이나 겨울이 아니면 며칠 연속으로 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5일 이상 시간을 시간을 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말마다 짧은 여행을 떠나는 집도 있겠지만 우리 집 가풍은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우리 집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여행을 떠났다. 수년만에 네 가족이 고속도로에 몸을 실은 이유는 '단풍'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속초로 향했다. 


적어도 구글맵 평점보다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좀 늦게 나올 뿐.
토스트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엄마와 아빠


가평 휴게소 (호봉토스트)


점심 메뉴는 순두부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요기거리만 사기로 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한 탓에 약간은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와중에 마침 토스트 가게가 눈에 띄었다. 호봉토스트와 햄치즈토스트 세트를 각각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바로 앞사람이 간발의 차이로 토스트 네 개를 주문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토스트 나오는 속도가 좀 느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엄마와 아빠는 바로 옆 파리바게트로 향했다. 토스트가 거의 나올 즈음 두 분이 빵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찹쌀 도나스 몇 개와 맛남샌드가 들어 있었다. 처음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만든 지역 특산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려 맛남샌드를 사기 위해 서울에서 가평 휴게소를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유명한 메뉴였다. 심지어 줄을 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맛남샌드를 하나씩 맛본 후에야 토스트 세트 두 개를 받을 수 있었다. 맛은 괜찮았다. 빵 사이에 계란을 넣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지만 휴게소 토스트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 중간에 잠깐 즐기는 간식이라는 점도 토스트를 더 맛있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다만 벤치에서 먹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차에 자리를 잡고 토스트를 한 입 먹기도 전에 커피를 왈칵 쏟아서 동생 아이폰이 흠뻑 젖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주 다행히 동생 폰은 멀쩡했으며 동생도 그리 화를 내지 않았다. 미안한 감정을 뒤로하고(?) 토스트를 먹은 후, 우리는 다시 속초로 떠났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있는 것도 아니고 없진 않은데 


하성 짬뽕 순두부


 숙소에 도착하기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순두부촌에 들어섰다. 편의상 순두부촌이라고 불렀지만 순두부집이 네다섯 군데 몰려 있는 곳이었다. 그중에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짬뽕순두부와 솥밥을 메인으로 파는 가게였는데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손님이 없었다. 음식이 나올 때쯤 되니 단체 가족 손님 한 팀이 더 들어왔다. 특이했던 점은 서빙 로봇이 있었다는 점이다. 솥밥이나 순두부 등 무거운 음식이 많아서 음식을 내리는데 손이 꽤 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서빙 로봇을 선호하진 않는다. 어서 서빙까지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로봇이 상용화되었으면 좋겠다. 


여행 첫 끼. 토스트는 끼니로 치지 않는다.


그래도 로봇이 서빙을 하든 셀프로 서빙을 하든 제일 중요한 것은 맛 아니겠는가. 강릉 두부마을에서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부디 이번 여행에서는 만족스러운 두부 요리를 먹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내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짬뽕맛도 났고 순두부도 있었으며, 건더기가 적지도 않았다. 조금 싱거운 느낌이 있었지만 짠 것보다는 심심한 맛을 즐기는 편이라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딱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국내 여행은 해외여행보다 먹는 재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길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국내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풍경이나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 받쳐줘야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는데 <하성 짬뽕 순두부>는 많이 부족했다. 내 기대가 큰 탓도 있겠지만 여행 첫 끼로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가족들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옆 테이블 손님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주방부터 소파, TV까지 일직선으로 된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울산바위뷰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소노 펠리체 델피노


교토 시리즈에서 <기온 엘리트 테라스>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소노 펠리체 델피노>는 그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고 있었다. <기온 엘리트 테라스>는 동네 골목길에 있어 오고 갈 때 분위기가 좋았다면, <소노 펠리체 델피노>는 시원한 풍경이 특징이었다. 목욕탕 시설 역시 훌륭했다. 목욕탕에서는 리조트 골프장이 보였는데, 울산바위뷰가 인기가 너무 높아 예약하지 못했던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일 정도였다. 아, 하나 더 꼽자면 단풍을 보러 왔는데 아직 설악산이 푸릇푸릇했다는 것도 아쉬웠다. 


이번 숙소 역시 (내 기준으로) 무리가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숙소파'인 엄마는 그런 건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카페, 산책, 호텔 등 공간이 주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인 것 같다. 매번 사이트 비밀번호를 까먹는 엄마지만 호텔을 찾을 때만큼은 검색 능력도 올라간다. 덕분에 적당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곳에서 하루 묵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숙소가 좋아도 속초까지 와서 방에만 있을 수는 없는 법.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침대와 이불을 배정한 우리는 리조트 시설을 살펴보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방 문을 나와 발이 푹푹 꺼질 정도로 푹신한 카펫 길을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는 <물치항회센터>에서 가장 괜찮은 횟집을 검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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