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09/2023, 10/2023
울산에 다녀왔다. 여자친구와 서울-울산에서 떨어져 지낸 지 1년이 넘었다. 이젠 한 달에 한 번 울산에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신경 쓰이고 귀찮으실 텐데도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여자친구의 부모님, 특히 어머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1년을 제외하고 우리는 약 5년의 연애 기간 동안 거의 매일을 만났다. 지난날의 우리는 매일 서로 보고 싶었고, 매일 서로가 필요했다. 물론 지금도 서로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각자의 삶에도 충실하다 보니 생각보다 버틸 만했다. 가끔 우리도 얘기하는 건데 그렇게 매일 붙어 있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롱디를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가끔은 꼭 껴안을 존재가 없다는 것이 아쉬워 예전의 좋은 추억이 남아 있는 사진을 꺼내 보곤 한다. 사진. 연애 초기의 나에게 사진은 '여자친구를 기쁘게 하는 도구' 정도였다. 원체 사진을 잘 못 찍어 어쩌다가 칭찬 들을 만큼(그나마 사람 같이) 사진을 찍어 칭찬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망한 사진이 많았기에 구박을 듣고 기분이 상한 적이 더 많긴 했지만. 이제 웬만큼 사진을 찍는 터라 그때의 사진을 꺼내 보면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
이제 익숙해진 여자친구의 동네. 우리 동네에서도 그렇듯 익숙한 곳에서는 카메라를 들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이번 울산 여행은 글로 남기고자 생각했기에 '아차' 하며 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도, 익숙한 옷을 입은 모습도, 배경이 예쁘지 않아도 카메라를 들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찍힌 사진에는 '애정'이 남아 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이번에 찍은 사진을 몇 번이나 꺼내 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