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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Jan 07. 2024

삿포로 카페: 운이 좋았던 삿포로 <모리히코> 방문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삿포로 여행을 간다면 (3)

4박 5일 중 '2일 차 한낮' - 27.12.2023


<차례>

- 크로스 호텔 삿포로 & 오도리 역
<토자이선은 반대 방향으로 가면 돌아오는 길이 매우 멀다>

- 마루야마 공원
<어떤 경우엔 구글맵보다 공원 내부 지도가 유용할 수도 있다>

- 진구차야 & 홋카이도 신궁
<주의, 홋카이도 신궁에는 메이지 천황이 신으로 모셔져 있다>

- 모리히코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 시간대를 노려라>

- 스프커리 syabazo
<엽떡 착한맛을 먹어도 5단계는 맵지 않다>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올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활동적이지 않은 두 부모님과 가까스로 평균 체력을 넘는 두 20대 남매가 다녀온 삿포로 여행 일정을 소개한다. 이 일정이 심심하다고 생각된다면 마음껏 자기 취향대로 코스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삿포로는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구석구석 뜯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러나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눈 내린 삿포로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부디 가족의 체력과 여행 성향을 고려해 무탈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저 멀리 <호텔 몬테레이 에델호프 삿포로>로 추정되는 건물 / 객실마다 비치된 드립 커피 세트
<마루야마 공원>에 가시려면 이 방향으로 타셔야 합니다
삿포로의 역, 정류장 이름은 주소 형식인 경우가 많아 숫자와 동서남북을 일본어로 알면 길 찾기가 조금 수월하다


크로스 호텔 삿포로 & 오도리 역


정보: 토자이선은 반대 방향으로 가면 돌아오는 길이 매우 멀다


<크로스 호텔 삿포로>에서 <마루야마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도리 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물론 일본 타 지역 교통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오도리 역>에는 세 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데 <마루야마 공원>으로 가려면 주황색 '토자이선'을 타야 한다. 토자이선의 양 방향 플랫폼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틀린 쪽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불안하다면 계단을 내려가기 전 역무원에게 물어볼 것.



고소한 감상


여행에서 아침 식사를 중시하진 않는 우리 가족. <크로스 호텔 삿포로>의 조식 뷔페는 평이 좋은 편이지만 우리는 따로 결제하지 않았다. 대신에 이날 아침 식사는 전날 <세이코마트>에서 산 에그샌드위치로 해결했는데 맛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식빵으로 만든 것보다 핫도그빵으로 만든 것을 추천한다.



마루야마의 첫 풍경 / <마루야마 공원> 표지판 / 엄청난 눈더미
고급 주택인 줄 알았던 프렌치 식당 <l'Auberge de l'Ill Sapporo> /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부모님
<마루야마 공원> 초입
공원 초입의 자판기 / 숲을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석조 구조물


마루야마 공원


정보: 어떤 경우엔 구글맵보다 공원 내부 지도가 유용할 수도 있다


<마루야마 공원>을 찾은 이유는 근처에 위치한 <홋카이도 신궁>과 <진구차야>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도시에 있는 공원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울창한 자연이 있는 공원이므로 <마루야마 공원>을 산책하면서 신궁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다만, <마루야마 공원>에서 구글맵으로 길을 찾으면 헤맬 수도 있다. 공원을 통해서 <홋카이도 신궁>까지 가는 최단거리의 경로로 가면 인도도 없는 도로가 나오기 때문이다. 신궁 입구(도리이)를 찾기 위해서 공원 안에서는 안내 표지판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마루야마 공원> 외에도 마루야마감성적인 분위기의 카페, <홋카이도 신궁>, <마루야마 동물원> 등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많으니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충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평화로운 감상


여행책에서 보기를 마루야마는 삿포로 시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 중 한 곳이라고 했다. 마루야마 공원 역에서 나와보니 바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삿포로 시내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건물 높이가 높지 않고 일정했으며 차도나 길거리도 넓었다. 시야가 확 트이는 도로를 양옆으로는 주택가 골목이 여럿 있었는데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약간의 일산의 부촌과도 느낌이 비슷했다. 공원으로 가는 길 건너편에 고급 빌라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돌아올 때 보니 <l'Auberge de l'Ill Sapporo>라는 프렌치 식당이었다. 이곳 외에도 멋스러운 외관의 식당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는데,  빌딩 내부에 음식점이 위치한 경우가 많은 삿포로 시내와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주택가 골목 안에는 카페와 세련된 상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몇 년 전부터 더 주목받고 있는 동네라고 한다. 여행에서 조용한 길거리를 찾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 마루야마는 나중에 한 번 더 삿포로를 찾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홋카이도 신궁>으로 향하는 도리이
신궁보다 먼저 만나게 되는 <진구차야>
구운 모찌가 <진구차야>의 별미
대충 미끄러우니 서로 밀지 말고 멈추라는 현수막 / 신궁 안에서 입구를 바라본 모습 / 신궁 외부의 석등


신궁 안팎의 커다란 삼나무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큰 홋카이도의 까마귀


진구차야 & 홋카이도 신궁


정보: 주의, 홋카이도 신궁에는 메이지 천황이 신으로 모셔져 있다


<마루야마 공원>에서 비탈길 끝에 위치한 도리이를 지나면 우리나라 등산로처럼 음식 가판대가 줄지어 서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눈이 많이 와서인지 아니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궁보다 먼저 <진구차야>를 마주치게 된다. 내부에 먹을 수 있는 자리는 없지만 건물 뒤에 벤치가 몇 개 마련되어 있다.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파는데 따뜻한 커피와 구운 모찌의 조합이 괜찮다. 구운모찌는 떡을 납작하게 눌러 구운 모양인데 크로플보다도 두께가 더 얇다. 팥이 들었지만 과하지 않게 약간 단맛 정도이며 테두리는 더 얇고 바삭바삭해서 별미라고 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전병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떡. 간식 메뉴판에서 맨 윗줄에 쓰여있으니 확인 후 주문하자.


홋카이도 신궁에는 '개척 3신'과 더불어 1964년부터 메이지천황도 신으로 모셔져 있다. 메이지 천황은 전범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 군국주의의 시작이 된 천황이자, 야스쿠니 신사를 설립했으며, 을사늑약이 체결된 시기에 천황이었던 인물이다.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의 관광객이 찾는 <홋카이도 신궁>이지만 참배를 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찝찝한 감상


일본에서 신사나 신궁을 마주치면 항상 검색해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검색해 보니 <홋카이도 신궁>에는 메이지 천황도 신으로 모셔져 있다고 했다. 메이지 유신의 그 메이지 천황이다. 일본에서는 근대화의 아버지 정도로 생각되는 인물 같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뜻도 된다. 워낙에 한국인도 많이 찾고 삿포로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찝찝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단순 관광지로서 보는 것에는 크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으나 건물 자체도 굳이 오래 볼 만한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휘휘 둘러보고 나왔다.


신궁 자체보다는 그 주변의 숲과 눈이 어우러져 만든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있기도 했고 다른 일정도 있는 탓에 신궁 주변 공원만 둘러봤지만 <마루야마 공원>은 거대한 큰 규모의 자연공원이라고 한다.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까마귀와 다람쥐 등의 동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벚꽃이 핀 풍경도 아름답다고 하니 몇 년 후 봄에 다시 찾고 싶다.



<모리히코> 가는 길 / <모리히코> 외관
메뉴판 / 카페 곳곳의 소품
운이 좋아 손님이 없었지만 평소에는 웨이팅도 있는 카페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닌시럽이 뒤에 보인다 / 음료별로 커피잔도 모두 달랐다
마일드 커피와 치즈토스트 / 치즈케이크


모리히코


정보: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 시간대를 노려라


2층 주택을 개조한 카페이기 때문에 공간이 협소한 탓도 있지만, 워낙에 인기가 많아 웨이팅까지 하는 카페 <모리히코> 그나마 손님이 없는 시간대를 노린다면 평일 오전 낮 시간을 추천한다. 점심시간 이전의 <모리히코>는 비교적 조용해 나무 마루의 삐그덕거리는 소리, 직원들의 달그락거리는 커피 내리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웨이팅이 있는 경우 방문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제한되므로 참고하자.


이곳 역시 일본의 많은 카페처럼 드립커피가 메인. 평소에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고 진한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마일드커피를 추천한다. 가게의 분위기에 비한다면 커피맛이나 디저트는 평범하다. 점심 식사 전 출출한 여행객이라면 치즈토스트도 나쁘지 않다.



달그락거리는 감상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대로 '고양이 꼬리처럼 구불구불한 가는 산책로 앞에 있는 빨간 지붕의 2층 건물' <모리히코>. 큰길을 따라 걷다가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머지않아 발견할 수 있다.


덩굴로 뒤덮인 주택 건물인 터라 내부는 좁았지만, 1층은 천정고가 높아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인스타그램(morihico_coffee)을 보면 커피 외에 '공간'에도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데, 높은 천장과 카페 곳곳에 비치된 각종 소품, 목재의 색깔 등을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모리히코>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조용한 분위기 탓에 마루 삐그덕거리는 소리, 커피 포트 끓이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주방 소리 등을 모두 들을 수 있었는데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보다 다양한 '소리'가 <모리히코>의 진짜 매력 같았다.



소고기 커리 / 람바그, '양고기 함박'이라는 뜻


스프 커리 syabazo


정보: 엽떡 착한 맛을 먹어도 커리 5단계는 맵지 않다


삿포로 노스 플라자 빌딩 지하에 위치한 <스프 커리 syabazo>. 홈페이지에서는 그들의 커리를 '홋카이도 유일의 양 뼈 스프 카레'라고 소개한다. 기본 메뉴, 육수 베이스, 밥 양, 야채 종류(기본 9종 혹은 추가 15종), 토핑 등 고를 것이 많은 스프 커리. 그중에서도 샤바조의 '맵기' 단계 팁을 주자면 한 마디로 '겁 먹을 것 없다'는 것이다. 1단계부터 10단계의 맵기 중에 3단계를 '노말'이라고 표시해 뒀지만 4,5단계도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엽떡 착한 맛도 매워하는 본인도 이곳의 5단계 커리는 맵지 않았으니 매운맛을 즐긴다면 그 이상도 추천한다.


양고기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양 뼈 육수나 양고기 함바그에서 냄새가 나진 않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다. 닭다리 커리는 사진과 다르게 닭다리 사이즈가 작을 때도 있으니 참고하자. 닭다리는 구운 것이 아니라 튀긴 것을 올려준다.


신발을 벗는 좌석과 테이블석이 모두 존재한다. 벗은 신발은 캐비닛에 보관.


가게 입구 바로 앞에 이 건물의 흡연 공간이 따로 있는데, 여성 전용 흡연실이 구분되어 있다.



뜨끈뜨끈한 감상


건물 지하에 위치한 <스프 커리 syabazo>. 일본은 이렇게 상가 건물이나 백화점에 맛집이 몰려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골목길에 위치한 식당보다 주변 분위기는 덜 좋을지 몰라도, 찾기 쉽고 내부에 화장실이나 흡연실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장점인 것 같다. <스프 커리 syabazo>가 있는 노스 플라자 건물에도 흡연실이 있었는데 특이했던 것은 여성 전용 흡연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벽 전체가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니고 내부가 어느 정도 보이는 구조였다.


50대 부모님과 함께 수프카레를 주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마치 '써브웨이'를 처음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우리 엄마도 본인만의 써브웨이 주문 꿀팁이 있지만, 처음에는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 역시 기본 메뉴는 물론 심지어 육수 베이스와 밥 양까지 골라야 해서 식사 전부터 약간 어지러웠다.


개인적으로 데친 야채보다 굽거나 튀긴 야채를 선호하는데, 수프 카레는 대부분 불에 익힌 야채를 올려 줬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우엉 튀김이 맛있었다. 이밖에도 생소하지만 맛있는 야채 토핑이 많으니 배가 고프다면 추가 비용을 내고 '야채 15종'을 주문할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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