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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Jan 26. 2024

오타루 기차: 오타루로 가는 기차에서 바다를 보는 방법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삿포로 여행을 간다면 (6)

4박 5일 중 '3일 차 오전' - 28.12.2023


<차례>

- 카페 PAUL Sapporo 스텔라플레이스
<몇 없는 삿포로 시내 아침 식사 선택지 중 최고>

- 오타루로 향하는 기차
<오타루행 기차는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한다>

- 길거리 음식 & 오타루 오르골당
<내부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면 2층으로. 3층이면 더 좋고.>

- 르타오 쇼콜라
<선물 살 생각이 없더라도 시식을 위해 들러 보자>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올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활동적이지 않은 두 부모님과 가까스로 평균 체력을 넘는 두 20대 남매가 다녀온 삿포로 여행 일정을 소개한다. 이 일정이 심심하다고 생각된다면 마음껏 자기 취향대로 코스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삿포로는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구석구석 뜯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러나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눈 내린 삿포로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부디 가족의 체력과 여행 성향을 고려해 무탈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바삭한 크루아상과 꽤나 짭짤한 잠봉

카페 PAUL Sapporo 스텔라플레이스


몇 없는 삿포로 시내 아침 식사 선택지 중 최고


오늘은 오타루에 가는 날. 아침부터 기차를 타기 위해 삿포로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김에 이 날 아침 식사는 편의점 음식이 아니라 가게에서 제대로 먹기로 했다. 방문한 곳은 삿포로역 스텔라플레이스의 카페 <PAUL>.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몇 개 없는 삿포로역 근처 아침 식사 선택지 중에서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1889년 시작한 카페 <PAUL>. 홈페이지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 53개국에 매장이 있다. 한국 여의도에도 매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철수했다고 한다. 


매장 크기는 근처 다른 카페보다 약간 넓은 편. 빈자리가 없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앉을 수 있다. 주력 메뉴는 크루아상이나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 이 밖에도 샐러드, 크루아상 플레이트, 파스타 등의 메뉴가 있다. 우리는 크루아상으로 만든 잠봉 샌드위치와 커피를 선택했다. 


크루아상은 겉이 굉장히 바삭바삭했는데, 특히 껍질에 무언가 박혀있는 듯 식감이 크런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크루아상보다 부스러기가 덜 나온 것이 놀라울 따름. 잠봉은 원래 짠 재료인 것을 감안하고 먹어 봐도 꽤 짭짤했다. 평소게 약간 간을 세게 먹는 사람이라면 입맛에 맞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따뜻한 커피와 먹으면 밸런스가 좋다. <PAUL>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고 한다면 담백한 잠봉샌드위치를 추천한다. 


바게트 샌드위치는 먹어보진 않았지만, 구글맵 리뷰에서 질기다는 평가가 많았으므로 샌드위치 두 종류 중에 고민이 된다면 크루아상 샌드위치가 나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오타루로 가는 기차에서 바라본 바다. 더러운 창문이 아쉬웠다.
오르막길이 싫다면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려야 한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사카이마치로 가는 길은 빙판+내리막길

오타루로 향하는 기차


오타루행 기차는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타루로 가기 위해 기차 플랫폼을 찾았다. 삿포로역에서 오타루로 가기 위해 타야 할 기차는 하코다테 본선과 쾌속 에어포트. 하코다테 본선 역시 지하철처럼 교통 IC카드로 탈 수 있다. (다른 지역 IC카드 포함)


하코다테 본선 일반석과 쾌속 에어포트 지정석의 가격은 거의 두 배 차이. 가격차에 비해 소요 시간은 15~20분 정도 하코다테 본선이 느릴 뿐이다. 짐이 많아서 꼭 앉아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코다테 본선을 타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폭설이 오는 경우 기차 일정이 당일에도 변경될 수 있으니 항상 행선기와 안내 방송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엔 선로 사고로 인해 하코다테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모두 운행 중지되었다. 다행히 오타루 방향으로 가는 기차는 정상적으로 운행했다. 


눈이 쌓인 겨울철 삿포로역에서 오타루로 향한다면,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차창 밖으로 겨울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순간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들리며 카메라를 든다. 왼편에 앉은 사람들은 목을 빼꼼 빼며 아쉬움을 삼키게 된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에 몸을 담근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오타루를 찾는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정보겠지만,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려 오타루역 방향으로 관광을 시작하면 내리막길을 걸으며 관광할 수 있다. 보통의 똑똑한 한국인들은 이 방법을 선택한다. 우리 가족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후회했는데, 삿포로보다 작은 도시인 탓인지 빙판길이 더 심했기 때문이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본격적인 관광지가 시작되는 사카이마치거리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부모님과 동행해서 빙판길이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오르막길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젠틀 착용하거나 등산화만 신어도 걸을 때 크게 무리가 되진 않는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오면 저 멀리 보이는 <르타오 본점>
<오타루 오르골당>
<오타루 오르골당> 내부
사카이마치의 다양한 가게들
타코야끼 가판대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멜론 참치 가게(?)
마치 큰 창고 같은 <롯카테이>

길거리 음식 & 오타루 오르골당


내부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면 2층으로. 3층이면 더 좋고.


<오타루 오르골당>에서 쭉 이어지는 사카이마치 거리. 오타루의 상징과도 같은 <르타오 메인 스토어>를 지나면 각종 기념품 가게와 길거리 음식이 가득한 길이 나온다. <롯카테이><키타카로>에서 선물용 간식을 사고 길을 걷다 보면 <르타오 쇼콜라>, <르타오 파토스> 등의 르타오 매장을 만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가보지 않았지만 <키타이치 유리공방>도 이 길에 있다. 오타루 어묵 직판장인 <카마에이>를 뒤로 하고 더 걷다 보면 사카이마치 거리가 끝나고 <오타루 운하>가 보인다. 배가 고프다면 중간에 스시거리를 방문하거나 <삼각시장>에 가도 좋다. 이게 바로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린 관광객의 일반적인 코스. 사실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오타루의 유명 관광지는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있으니.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가면 저 멀리 보이는 시계탑 모양의 건물이 <르타오 메인 스토어>다. 르타오는 불어로 '친애하는 오타루의 탑(La Tour Amitie Otaru)'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제일 눈에 띄는 건물은 르타오지만, 내리막길을 모두 내려오면 곧바로 <오타루 오르골당>을 만나게 된다.


<오타루 운하>와 함께 오타루의 명소인 오르골당은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이라면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오르골을 건드려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3층 규모의 매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오르골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오르골당의 내부 모습을 찍는 것도 중요하다. 오르골당 내부를 찍고 싶다면 2층이나 3층 난간에서 찍는 것을 추천한다. 


계산 직원 한 두 명과 나머지 포장 직원들이 오르골당의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긴 줄을 기다려서 계산한 후 맞이하는 정성스럽고 깔끔한 선물 포장은 구매자로 하여금 '잘 샀다'는 기분이 들게 해 준다. 추가 요금은 없으니 선물 포장을 부탁해 보자. 단, 부모님께서 아기자기한 아이템에 관심이 없거나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신다면 <오타루 오르골당>은 빠르게 넘겨야 할 것이다.


오르골당에서 길을 건너면 만나는 <르타오 메인 스토어>. 이곳에서 <롯카테이>, <키타카로> 매장까지 이어지는 길에도 사람이 넘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우리는 와규 고로케와 타코야키, 그리고 유바리 멜론을 먹었다. 만족도는 모두 보통. 유바리 멜론은 맛있었지만 플라스틱 한 컵 분량에 2,000엔의 사악한 가격이 아쉽다. 이 밖에도 홋카이도식 가라아게인 '잔기'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과 구경거리가 넘치니 아침 식사가 부족했다면 점심 전까지 이곳에서 허기를 달래도 좋을 것이다. 몇몇 가게는 뒷공간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우리가 먹은 타코야키 가게는 운이 좋게도 실내 공간이 마련된 곳이었는데, 휴지와 난로도 준비되어 있었다. 참치 머리를 전시해 두고 유바리 멜론을 파는 가게가 바로 건너편에 있으니, 만약 발견한다면 몸을 녹이면서 타코야키도 맛보길 바란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겨울 홋카이도 여행에서 중간중간 쉴 곳을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디저트 브랜드 <롯카테이>와 <키타카로>, 그리고 뒤이어 소개할 르타오 매장에서 선물까지 사고 나면, 어느새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오타루 운하>로 가야 할 시간이 된다.



<르타오 파토스>의 치즈케이크와 초코케이크

르타오 쇼콜라


선물 살 생각이 없더라도 시식을 위해 들러 보자


우리는 <오타루 메인 스토어>에는 들어가지 않고 길거리를 구경하다가, 점심 식사 전까지는 <르타오 쇼콜라>와 <르타오 파토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르타오 쇼콜라>는 르타오의 초콜릿 상품만 모아 놓은 곳이다. 좌석은 없지만 선물을 사갈 생각이라면 들러 보길 추천한다. <르타오 파토스>는 오타루의 르타오 매장 중 규모가 가장 큰 지점이다. 내부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정도. 1층에는 작은 카페와 선물 매장, 2층은 디저트 레스토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2층 레스토랑은 1인 1메뉴가 기본인데, 세트는 메뉴 두 개가 아니라 한 개로 취급하므로 주의하자. 또한 손님이 많아서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잠시만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면 조금 정신이 없더라도 1층 카페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르타오는 모든 매장에서 시식이 가능하다. 마트 시식처럼 한 곳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손님을 찾아다니며 시식을 권하는 시스템이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물건을 꼭 사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부담 없이 먹어봐도 좋다. 그러나 한 번 맛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운 맛일 것이다. 과거엔 거리까지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식을 권하기도 했다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현재는 매장 안에서만 시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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