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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같은 편안함, 유후인 오카에리

유후인 가성비 료칸, '오카에리'

by JUNE HOLIDAY Mar 01. 2025

구글맵에서 '오카에리' 바로가기


유후인으로 향하는 버스

찬바람이 점점 거세지는 한국의 1월 중순. 서울보다 춥지 않으면서도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고민하던 나는 후쿠오카로 향했다. 짧으면 3일 만에도 웬만한 관광지는 다 둘러볼 수 있는 지역이기에, 4박5일 일정에 유후인까지 하루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효율적인 동선을 생각했을 때, 유후인은 여행 첫째 날, 혹은 귀국 하루 전날에 1박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는 여행 첫째 날,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으로 향했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과 이동 시간이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여 버스를 선택했지만, 기차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훌륭하다고 하니 다음번 방문 때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서 와', '다녀왔어?'라는 뜻의 오카에리.

지친 나를 반겨주는 오카에리

유후인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료칸 오카에리(おかえり)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긴 이동과 생각보다 매서운 유후인의 산골 바람에 지친 우리에게는 쉬운 걸음은 아니었다. 유후다케산(由布岳)이 만든 캄캄한 어둠은 숙소로 향하는 길이 더욱 길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캐리어를 끌고 좁은 길을 따라 이자카야 몇 군데와 고급 온천 호텔, 그리고 고마쓰야(小松家)라는 작은 떡집을 지나면, 작지만 알찬 유후인 료칸 오카에리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캄캄한 유후인의 밤에서 밝게 빛나는 '오카에리'라는 단어가 지친 우리를 맞이해 준다.


'오카에리(おかえり)'는 '어서 와', '다녀왔어?'라는 뜻이다. 흔히 '다녀왔습니다'라는 뜻의 '타다이마(ただいま)'와 짝꿍처럼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 영화에서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올 때조차 '타다이마~' 라고 말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집은 지친 하루를 끝내고 돌아오는 곳, 편안한 안식처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들어올 때 '어서 와'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 오카에리는 여행 첫째 날부터 지친 우리를 맞아주는 곳이었다.


따뜻한 배려와 더 따뜻한 온천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한기. 온천 이용객을 위해 유카타와 함께 도톰한 '하오리' 자켓을 제공한다.
지하 휴식 공간의 식기와 만화책. 한쪽에는 간단한 다과와 주스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어가 꽤나 유창한 사장님이 계신다고 했지만, 늦은 밤이어서 그런지 우리를 맞이해 준 분은 일반 직원인 것 같았다. 그래도 간단한 한국말은 할 줄 아셔서 다행이었다. 여성분 혼자서 캐리어와 짐을 옮겨 주는 모습에 약간 당황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짐을 한쪽으로 치운 후 숙소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셨다.


오카에리는 총 5개의 온천탕과 1, 2층의 객실, 그리고 지하의 널찍한 휴게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곳곳의 사용법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신 후, 우리는 1층 구석의 객실을 안내받았다. 


1층 객실의 모습
1층 온천탕 중 하나 / 5곳 중 가장 넓은 야외 노천탕

따끈한 물에 몸을 녹이는 것만큼 피로가 풀리는 게 또 있을까. 문만 잠그면 나만의 작은 공간이 되는 다섯 곳의 온천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야외 노천탕. 샤워기 역시 밖에 있다는 것이 겨울철에 흠이라면 흠이지만, 잠깐의 추위만 버틸 수 있다면 야외온천이 주는 만족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빼꼼 보이는 밤하늘과 옆 온천탕 사람들의 뜻 모를 수다를 듣고 있으니 길었던 하루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아침밥 주는 료칸, 오카에리

도심에서 벗어난 료칸은 가까운 곳에 주변에 늦게까지 여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걱정 없는 것이 식사가 아침과 저녁 2번 제공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이세키 정식이 제공되는 료칸의 경우 1박에 3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이 부지기수.


오카에리는 1박에 20만원을 넘지 않는 '가성비 료칸'에 속하지만, 한 상 가득 차려진 저녁상을 제공하진 않는다. 그래도 이른 아침 제공되는 정갈한 아침 식사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메뉴는 위와 같이 고정. 짭조름한 우엉버섯밥과 오리고기, 그리고 버섯국. 전날 밤 온천욕으로 녹아내린 몸을 이끌고 아침 8시에 일어날 수만 있다면, 아침밥으로는 손색없는 구성과 맛이다. 


여행 첫째 날 우리를 따스하게 맞아준 오카에리는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하룻밤만 묵는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지만, 마지막까지 집밥 같은 편안함을 제공받은 덕분에 우리는 전날의 피로를 잊고 '유노츠보거리(湯の坪街道)'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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