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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finder Jan 31. 2022

프롤로그: 스물다섯의 제가 회사 밖에서 돈을 번다고요?

스무살 때 내 꿈은 코스메틱 기업에 취업하는 거였다. 당시 꾸미는 것, 특히 메이크업을 너무 좋아해서였다. 아침을 각종 브랜드 카카오톡 메시지로 시작했다. 립스틱을 종류별로 모으며 희열을 느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의미없게 살았다 싶지만, 그땐 그게 낙이었다.


아모레퍼시픽. 혹은 로레알 코리아 등에 입사하길 꿈꿨던 만큼, 해당 기업에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1학년 때 들었던 마케팅 수업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을 주제로 브랜드 분석에 대한 과제를 제출하기도 했다.



스물한 살, 내 꿈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외대엔 코트라 입사를 꿈꾸는 저학년들이 상당히 많았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제2외국어 뽕에 차있었던 나는 '외대 입학했으면 이중전공으로는 외국어를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중국외교통상을 이중전공으로 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역. 해외영업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땐 경제학 전공에 중국 관련 이중전공이면 코트라에 입사하기 딱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준비할 경제논술, 미리미리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학부 공부를 했었다.



스물 두살부턴 쭉 기자를 꿈꿨다. 교환학생까지 다녀왔건만, 내 중국어 실력은 검은머리 외국인들을 이기긴 무리였다. 한국엔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 뿐 아니라,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인도 많음을 깨닫고 절망했던 시기였다. 결국 내가 잘하는 건 글쓰기, 내 강점은 문해력이니 이걸로 승부를 보자 싶었다. 저널리즘의 '저'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이유도 한 몫했다.


*


다양한 꿈을 견지하며 살았지만 공통점이 있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회사원이라는 것. 단 한 번도 프리랜서, 1인 기업가의 꿈을 꾼 적이 없다. 스물 다섯엔 당연히 오피스룩에 하이힐 신고 출근할 줄 알았다. 그러니 스무살의 나와 스물 다섯의 내가 대화를 한다면 이런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스물 다섯의 나: 나레야, 너 5년 후에 매일 스타벅스로 출근하게 될 거야. 손목이 나갈 정도로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컨설팅도 하게 돼. 근데 중요한 건 소속이 없어. 안정적인 월급도 없어서, 다음 달에 버는 금액이 매번 바뀌게 될 거야.


스무살의 나: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난 당연히 삐까번쩍한 건물에 멋지게 정장 입고 출근할 거라고! �



2017년, 2학년 때 우리 학교엔 <HUFS Career Design 진로설정과취.창업경력개발> 이란 교양과목이 있었다. 필수교양과목이었는데, 창업 교육을 할 땐 거짓말 안하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스티브 잡스도 아니고 무슨 창업이야...취업 잘 하는 방법이나 알려줄 것이지



스물 다섯의 내가 프리랜서와 1인 기업가 사이를 오가며, 야생에서 돈을 벌 줄 알았다면 뭐라도 열심히 듣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코트라에 입사할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나는, 당시 내 옆자리에 앉았던 남학우와 얘기하기에 바빴다. 잘생긴데다 독일에서 15년 넘게 살다 온 희소한 사람이었다. 결과적으로 <훕스 커리어> 과목은 내게 박00씨와의 인연을 선물해줬을 뿐, 창업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남겨주지 못했다.



그래서 <어쩌다 프리랜서>를 쓴다. 프리랜서 시장에 겁없이 뛰어든 나 자신에 대한 놀라움과, 이 정글로 진입하길 꿈꾸는 이들을 위한 팁을 담은 시리즈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물론, 가장 중요한 수익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내려 한다. 



이 시리즈가 자신만의 브랜드로 삶을 개척하길 바라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아, 그리고 머지않아 종이책으로 출판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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