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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딧쓴 Aug 14. 2023

강남대로에 파리로 가는 포털이 열리다

경험되는 기획, 바이럴과 바이럴 마케팅

지난 글의 버스킹 버스, 예전 글의 지하철 클럽칸처럼, '이런 거 있으면 재미있겠다' 싶은 상상들을 종종 하는 편입니다. 강남대로 포털도 그중 하나인데요. 코로나로 한창 세계가 어수선하던 그때, 방구석에서 여행의 욕구를 억눌러가며 떠올렸던 상상입니다.



기획과 경험 사이의 싱크


개인적으로 기획 단계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야할 요소가 기획의도와 경험 사이의 싱크라고 생각합니다. 강남대로 포털의 기획의도는 연결감이었어요. 하늘길이 다 막혀버린 지금, 다른 국가의 다른 도시와 연결감을 경험하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적당한 이미지를 찾지 못했는데요, 미리미리 미드저니를 익혀둘걸 그랬습니다. 어느새 유료구독을 해야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더라고요. 그러니 이미지 없이 상상해 봅시다. 강남대로 한복판에, 뜬금없이 포털 같은 구조물이 생기는 겁니다. 문의 형태일 수도 있겠고,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털 형태여도 괜찮아요.  포털의 너머에는 파리의 에펠탑이 보입니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보이고요. 포털을 지나면 에펠탑이 보이는 그 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내 자리인 것처럼 누가 돗자리도 펴 놓았네요.


너무 각 잡힌 여행사진보단, 요런 느낌에 가깝습니다. | 브런치 @triple


물론 스크린입니다. 하지만 미리 촬영해 둔 여행용 영상이 재생되는 스크린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파리와 강남을 연결해 주는 영상통화 스크린이에요. 같은 시각, 파리의 그곳에서 역시 강남대로의 모습이 보이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조금 많이 큰 화면(최소 건물 출입문 크기의)으로 하는 페이스타임인 셈이지요. 파리에 가지 않아도 파리의 날씨를 느낄 수 있습니다. 파리의 지나가는 시민과 손 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유쾌한 사람이라면 가위바위보 정도도 해볼 수 있겠네요. 요즘 기술로 안될 것 없는 상상입니다. 생생한 영상을 전달해 주는 디스플레이, 실시간 인터넷 연결 모두 가능하니까요.


문제는 시차겠네요. 강남대로가 한창 깜깜할 새벽 시간, 그곳은 화창한 낮일 테니까요. 딜레이를 둬서 시간을 맞출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실시간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획 의도가 연결감이었으니까요. '지금 내가 보는 이 시간을 기준으로 강남과 파리가 연결되어 있다.'를 느끼게 하는 것이 이 프로모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여행사에서나 시도해 볼 법한 프로모션 아이디어가 되고 말았네요. 시의성을 놓쳐버렸으니까요. 지금이라면 연결감보다는 해방감이 더 좋은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어쩐지 삭막한 느낌이라서요. 파리보다는 스위스의 한적한 숲 속이 더 매력적일 것 같아요. 사실 굳이 유럽일 필요도 없지요. 국내에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많으니까요. 국내라면 실시간으로 현장감을 전달하기도, 기술적으로 연결하기도 더 쉬울 것 같고요. 포탈 옆에 있는 이용하기 QR을 스캔하면 패키지 예약 페이지로 넘기는 겁니다. 강남 CGV앞에서 QR을 스캔하면, 눈앞의 포탈(스크린)에 보이는 제주도 협재 해변, 강릉 앞바다 소나무 숲으로 떠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코로나 당시에는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연결감을 많이 고민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재택근무를 해야만 하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연결감을 갖고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많았던 것 같아요. 메타버스 오피스를 만들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작업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협업툴들도 많이 등장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시들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만큼 연결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기획 의도와 경험의 싱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보자면,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는 시몬스 광고입니다.

시몬스 광고에 침대가 전혀 등장하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네요. 

요 광고를 할 때입니다.


댓글에서도 보이는 의견처럼, 침대 광고임을 전혀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영상 전체에서 '편안함'이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몬스 침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시몬스의 핵심가치 역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지요. 광고와 상품이 유사한 감각을 경험하게 합니다.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요.



바이럴과 바이럴 마케팅


마케팅이라는 직군이 엄청나게 세분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콘텐츠, 바이럴, 그로스 해킹 ... 사실 저는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좀 있습니다. 입소문을 내는 방식의 마케팅을 보통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입소문은 '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위의 강남대로 포털 아이디어는 사실 승리호 프로모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강남에 우주선이 추락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근처에는 조사원들이 우주선을 조사하고 있고, 접근을 막는 폴리스라인도 둘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지요. 신기한 광경이다 보니 사람들이 SNS에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요. SNS에 사진을 공유하면 무엇을 준다는 식의 이벤트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본 것을 주변에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전시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위의 사진은 모두 웨스앤더슨 전을 검색하면 볼 수 있는, SNS에 업로드된 사진들입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사진을 업로드했지요. 사진을 공유한다고 해서 전시 티켓을 싸게 주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입장할 때 바이럴을 유도하는 멘트는 있었습니다. 안내를 해주시는 분 께서 "사진 촬영은 자유롭게 가능하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사진을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저 멘트를 들으면 왠지 사진을 남기지 않으면 손해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바이럴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랑하고 싶거나, 왠지 이걸 좋아할 것 같은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거나 해서 자발적으로 퍼 나르는 방식으로요. 승리호가 그랬고, 웨스앤더슨 전이 그랬습니다. 강남역 포탈 프로젝트도 잘만 만들어진다면 꽤 많은 바이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요즘의 바이럴 마케팅은, '마치 입소문이 난 것처럼 분위기를 형성'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기도 합니다. 입소문이 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입소문이 난 것 같은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거죠. 가계정을 만들어서 OO맘카페에 홍보가 아닌 것처럼 게시글을 뿌린다거나, "SNS에서 핫한 이것?!"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방식으로요. 실제로 핫하건 말건 상관없습니다. 광고비를 한껏 태우면 핫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실 보도자료는 조금 촌스러운 방식 같기도 하네요. 실제로는 인플루언서나 PPL로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는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옛날에 교과서에서 봤던 서동요와 같은 방식이지요. 공주를 아내로 삼고 싶은 서동이라는 사람이, 공주가 서동과 왕실 몰래 연애를 한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소문은 돌고 돌아 임금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고 공주는 왕가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로 궐에서 쫓겨납니다. 이후 실제로 서동과 결혼하게 되고요.


서동이 소문을 퍼뜨리는 것을 마케팅 전략이라고 포장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케팅 전략이 되려면 서동의 재능이 특출나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것이 임금의 귀에 들어가 서동을 궐로 부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다 보니, 최근에 재미있게 봤던 광고가 떠올랐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광고였는데요. 파리를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잘 담아낸 광고 같아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만, 카피 한 줄이 계속 거슬렸어요. 

문제의 카피

파리는 '어떻게'가 맞는 표현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광고를 볼 때마다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직업병이겠지요. 실제로 어째서라고 변형을 주어서 기억에 더 오래 남았으니까요. 저번 글 마지막도 그렇고, 아무래도 카피라이팅에는 소질이 없나 봅니다.


광고를 못 보셨다면, 한 번 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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