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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AI 사용법은 틀렸다

글쓰기에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 일단 화내지 말고 들어보세요

by 기획자 에딧쓴

지나가는데 시비 걸어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AI에게 판단을 맡기고 계십미까?


그렇다면..

당신의 사용법은 틀렸습니다.

팟칭-


제가 인공지능은 잘 모르지만,

지능에 대해서는 공부를 조금 해봤거든요.


그러니 인간 입장에서 AI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번 글(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두 가지 단계)에서 말한

AI 사용법에 대한 글이 될 겁니다.

특히, 글쓰기를 할 때 활용하는 법이요.



생성형 AI


일단 AI라는 단어부터 바로 잡읍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그리고 제가 사용하는 AI의 대부분은 생성형 AI일 겁니다.


애당초 다른 AI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UI를 가질 필요조차 없으니까요.

AI 개발자 거나 별도의 특수한 목적을 가지지 않는 이상,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AI를 우리가 직접 만질일은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논문을 쓰는 연구자라면 통계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분석 AI를 불러와 데이터 정리를 할 일이 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필요가 발생할 일이 거의 없지요.


어떤 목적을 위해 판별형 AI를 불러와

잠시 사용하는 경우는 있겠지만(하이브리드)

생성형 AI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름 그대로 '생성'입니다.


이 글 처음에 질문을 던졌었죠.

혹시 AI에게 판단을 맡기고 계신지요.

그러고 계시다면,

프린터를 계산기로 활용하고 계신 겁니다.


이게 왜 진짜 있지....?


AI와 생성형 AI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생성형 AI는 '최고의 판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최선의 출력물'을 목적으로 하지요.


생성형 AI에게는 질문이 아니라 요청을 해야 합니다.

- 둘 중 뭐가 더 좋아 보여? (X)

- 이거랑 비슷한 거 백개 만들어줘 (O)



LLM(Large Language Model)


사실 이미 잘 사용하고 계실 겁니다.

SORA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은 없을 테고,

미드저니로 검색을 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유독 판단을 맡기는 AI가 있습니다.

LLM(대형언어모델)입니다.


얘네는 출력물이 텍스트거든요.

그러다 보니 대화하는 느낌이 듭니다.


개발사에서는 LLM들이

인간으로 느껴지도록 UX를 열심히 다듬고 있지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녀석들이요.


말투를 집어넣고, 대화를 기억하게 하고,

다음 대화를 이어갈 질문을 던지고,

사용자의 이름을 부르도록 하는 설정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얘네는 정말 인간처럼 **사고**하고 있는 걸까요?


GPT 갸륵체


와, 우리 정말 **핵심**을 찔렀습니다.


LLM은 생성형 AI의 하위범주입니다.

얘네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가장 '그럴듯한 글'을 생성합니다.


그럴듯한 글이란,

지금까지 있는 모든 글들을 조합해서

그것과 가장 닮은 출력물을 생성한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얘네는 문장을 잘게 쪼개서 의미를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위 문장의 경우 이렇게 이해하는 거죠

얘네/ 는/ 문장/ 을/ 잘게/ 쪼개서/ 의미/ 를/ 이해/ 합니다.


이중에 의미를 담고 있는 주요 성분(얘네, 문장, 쪼개, 의미, 이해)과

강조 등 맥락을 담고 있는 부가 성분(는, 을, 잘게, 합니다)의

가중치를 다르게 줍니다.


다음으로 출력할 문장을 만들어야겠죠?

그건 이렇게 합니다.


다음(으로/은/를/는/은..) → '으로'선택
다음으로 (출력할/순서는/이해합/에딧쓴...) → '출력할' 선택
다음으로 출력할 (문장은/사진은/그림은/사람은...) → '문장은' 선택
...


조금 폭력적으로 요약했는데,

비전문가인 제가 이해한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돼서 그렇습니다.


저기서 괄호 안에는 무수히 많은 후보 단어들이 들어갑니다.

그중 지금까지의 데이터 상 다음에 위치할 확률이 가장 높은 단어를 선택합니다.


그렇게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생성하는거죠.



글쓰기에 AI를 활용하는 법


요게 이 글의 부제목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생성형 AI를, 더 정확히는 LLM을 활용하는 법이 되겠네요.


일단, 저는 브런치나 블로그를 쓸 때

AI가 쓴 문장을 단 한 줄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무슨 대단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게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LLM이 생성한 문장은 '지금껏 확률적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문장'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은 문장'이거나 '가장 일반적인 문장'이기도 하고요.

다시 말해, 흔한 문장입니다.


내 AI가 쓸 수 있으면, 당신의 AI도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걸로 먹고살겠다는 사람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건

경쟁력을 고이 접어 내다 버리는 행위가 되고요.


AI에게 '조금 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글을 써줘'라고 한다면

'조금 더 만날 확률이 낮은 이미 있었던 문장'을 출력해 줍니다.


새로운 조합일지는 몰라도, 새로운 관점은 아닌 거죠.


이전 글에서 글을 잘 쓰기 위한 두 가지 단계

1. 더 나은 문장을 떠올리는 능력과

2. 그중 최선을 선택하는 능력을 이야기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2는 반드시 본인이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1은 LLM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1을 내가 하고 2를 AI가 하면,

그건 AI가 쓴 글이 됩니다.

하지만 거꾸로 1을 AI에게 맡기고,

2를 내가 하면 그건 '내가 쓴 글'이 됩니다.


지금까지 AI로 글을 쓰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건 2번까지 AI에게 맡겨버려서 그랬을 확률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나와있는 글쓰기 AI 솔루션들은

제대로 작동하는게 없다고 느꼈습니다.

모두 2번을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서툰 상태라면

'내가 쓴 문장과 뜻이 비슷하면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여러개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뜻의 여러 문장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고르는 것'은

비교적 쉽게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문장을 고르는 안목만 있어도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문장이란 가장 그럴듯한 문장이 아니라,

내 의도와 가장 일치하는 문장을 말합니다.


생성형 AI는 생성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니 '글을 써달라'며 판단까지 모두 맡기지 마시고,

'비슷한 뜻의 문장을 여러 개 생성'하도록 요청해 보세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새로운 문장을 생성할 때 참고할 원칙들을 정해주면 훨씬 좋습니다.

내가 100개의 문장 중 선택하는 것과, 5개의 문장 중 선택하는 것은

후자가 훨씬 쉽고 빠르니까요.


혹시나 그래도 어렵게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런 작업을 도와줄 수 있는 피그마 플러그인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212.JPG

https://www.figma.com/community/plugin/1558006274791654529/text-editssn


피그마라는 툴을 이미 사용하고 계셨던 디자이너나 기획자 분들이라면

바로 사용해 보실 수 있습니다. 무료로요.


연휴 동안 영차끙차 만들어봤습니다.

AI를 붙이느라 애를 좀 먹었어요.

UX라이팅 관점에서 최대한 괜찮은

네 가지 후보를 보여줄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짜두었습니다.


토큰비용과 치팅예방을 위해 일 30회 제한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래도 하루에 120개 문장을 생성해 볼 수 있으니,

한 번 써보기엔 충분하시..지 않을까요..?


오류 제보나 피드백을 인스타 DM으로 주시면

빠르게 반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다단계처럼 홍보하는 느낌이 된 듯 하네요.

찜찜하지만 뭘 파는 것은 아니니 괜찮다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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