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he fear.
마블 영화란 게 통상 그렇듯 아무 생각 없이 치고받고 슉슉 휘날리는 걸 기대하며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월요병도 함께 날려보길 바라며.
두 시간의 러닝 타임 중에서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열심히 닥터 스트레인지가 돌려대는 손가락 마법보다도 초반에 나왔던 몇 대사.
"당신은 항상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잖아.
존경하긴 했지만 사랑할 순 없었어."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전 애인 크리스틴 팔머가 남긴 말.
난 어릴 때부터 그런 사람이 좋았다.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 길을 향해 부단히 달려가는 사람들.
그만한 열정도 없으면서 조금이라도 닮아가려고 부단히 애쓰던 날들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였기에 가능했던. 그런.
후회하지 않지만, 좀 더 빨리 현실을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
후반에 또 크리스틴 팔머가 남기는 말이 있다.
Face the fear.
나를 존경한다 말하는 사람이 남기는 말이라면 결코 동정이 아닌 따뜻한 위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왠지 멀티버스니 다른 차원이니 어쩌고 저쩌고 보다 이런 대사들로 더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