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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왼손 Feb 13. 2023

나는 아파트보다 밭을  샀다

3. 당근의 땅 제주

3.    당근의 땅 제주


제주 농사의 꽃은 당근과 밀감이다. 4월에 꽃이 피고 푸른 열매를 매달아 11월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밀감농사를 과수농사라고 분류된다면 전통적인 겨울 들판 농사의 꽃은 당근이다. 제주의 겨울 들판은 당근과 감자, 브로콜리와 콜라비, 월동무와 비트 등의 다양한 작물들이 재배되지만, 당근농사가 꽃인 이유는 가장 좋은 땅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월동무나 기타 작물의 경우 토양의 활력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에 비해 당근농사는 토질과 최상급의 토양 활력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 겨울당근의 70%가 생산되는 당근 주산지인 제주 구좌읍의 들판의 토양은 제주말로 ‘모살밭’이다 모살밭은 모래와 흙이 섞여있는 밭을 말한다. 그러니까 오래전에는 바다였던 지형에 물이 빠지고 모래가 남은 밭이다. 모래 위에서 당근을 재배하게 되면, 땅속 깊이 내려가는 당근의 모양이 이쁘고 잘 빠지게 된다. 단단한 흙을 파고 들어가는 당근에 비해 색도 더 화려하고, 당근에 묻은 흙 대신 모래는 잘 털어져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 유통된다.


7월 중순경부터 파종되는 모래 당근은 흙에서 재배된 당근에 비해 더 이쁜 모양과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지만, 수분함류량이 적고 당도가 낮아 실질적인 맛은 흙당근이 더 우수하다. 착즙을 하게 되면 흙당근이 더 당도가 높고 착즙률이 높아진다. 상품성은 모래당근이 더 높고 품질은 흙당근이 더 나은 셈이다. 당근의 씨앗은 주로 트랙터 뒤에 파종기를 부착해 기계로 파종한다. 135cm의 이랑에 6줄로 파종하는 당근은 씨앗을 파종한 후 7일에서 10일 사이에 발아된다. 135cm의 이랑을 형성하는 것은 수확 시 트랙터에 부착한 수확보조기로 기계수확을 하기 위해서다. 수확기의 넓이가 135cm라 소형트랙터의 바퀴도 135cm로 맞춰, 고랑으로 트랙터를 몰아 당근이 부서지지 않게 기계 수확을 한다. 상당히 정밀하게 넓이를 맞춰 파종해야 하는 농사라 정밀한 트랙터 운전 기술이 필요하다


7~10일 사이에 당근이 발아되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 한다. 토양 자체의 수분만으로는 씨앗이 발아되기 힘들어 스프링클러를 돌려 밭에 수분을 공급하거나, 일기예보를 보고 파종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특히 모래밭에서 발아된 가는 당근의 줄기는 7월 말의 태양에 뜨거워진 모래의 온도 때문에 후끈 달아오른 열기 때문에 녹아내릴 위험이 있어 구좌읍의 당근밭에는 모두 스프링 쿨러가 설치된다. 토양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반면에 전통적인 흙에 파종된 당근은 원만하게 자라게 된다. 이렇게 7월부터 8월 중순 사이에 파종된 당근은 12월부터 겨울을 맞으며 본격 수확을 시작해 3월까지 이어진다.



당근 재배의 역사가 오래된 것에 비해 당근 재배의 기술은 특별히 나아지지 못했다. 이전에 손으로 뿌려 흙을 덮던 파종이 트랙터 파종으로 변경된 정도가 상당한 발전이다. 세상의 모든 씨앗들은 대게 씨앗 크기의 3배에서 5배 정도의 흙을 덮는다. 당근의 씨앗은 길고 납작해 아주 적은 양의 흙을 덮어야만 정상적으로 발아된다. 만일 10cm 정도의 흙을 덮게 되면 당근 씨앗은 여름의 높은 습도와 열기로 흙속에서 미쳐 세상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전에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당근농사가 특별한 농사인 이유 중의 하나는 지독하게 노동집약적인 농업이기 때문이다. 당근을 파종하기 전의 빈 밭은 굳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트랙터로 경운을 해 잡초를 제거할 수 있지만 파종 후에는 정작 당근씨앗이 발아되기도 전에 잡초가 미리 발아되기 때문에 뜻밖에도 제초제가 많이 사용되는 채소다. 그래서 당근을 파종 후 3~4일 후 잡초가 발아되었을 때 다시 한번 제초제를 뿌리기도 한다. 그 제초제가 뿌려진 토양 위로 며칠 후 당근 싹이 고개를 내민다. 물론 유기농에서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잡초를 다 제거한다. 그것을 당근밭의 초벌매기라고 한다. 물론 두벌매기도 있다. 잡초를 다 제거해도 다시 토양이 비를 맞으면 잡초가 나기 때문에 잡초를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뽑아야 한다. 그렇게 당근밭의 잡초제거에 열심인 이유는 당근이 발아되어 형태를 잡기 직전까지 지독하게 약하고 모든 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이다. 내가 키우는 당근이 다른 잡초에게 지지 말라고 응원해 주는 것이 당근밭의 잡초제거다. 반면에 당근이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당근은 강력해진다. 웬만한 가뭄과 폭우에도 강하게 살아남는다. 그래서 유아기의 당근을 잘 보호하면 당근재배는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게 된다.



특히 당근은 향이 나는 식물이다. 흔히 사람들이 허브라고 불리는 식물들은 특정한 식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향이 나는 대부분의 식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렇게 향이 나는 식물의 특징은 그 특유의 향을 대부분이 싫어하기 때문에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전통적인 유기농법 중의 하나가 밭의 경계 쪽으로 허브류들을 심어 벌레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을 응용한다면 흔히 한약재로 쓰이는 향이 나는 식물을 끓인 물을 벌레 기피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벌레를 죽이는 살충의 효과는 없지만 벌레가 싫어하는 기피제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당근재배는 유기농 재배가 어렵지 않은 채소다. 벌레와 충과 균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는 채소다. 다만 잡초제거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해 생산비용이 증가된다. 그런 이유로 많은 농가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한다. 또한 유기농 당근과 화학농약으로 재배한 관행당근의 가격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은 관행채소에 비해 통상 1.3배에서 1.5배 사이다. 만일 당근 20kg 한 상자가 5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1kg 당 2,500원 정도고, 유기농 당근이 3,300원 정도인 셈이다.


당근은 여러모로 억울한 채소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식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채소가 아니기도 하고, 특히 당근주스는 당근의 약효인 시력강화와 보호에 필수적인 것에 비해 당도가 낮다는 인식으로 당근주스 자체보다는 소위 ‘캐로플’로 이용된다. 즉 당근+사과다. 향은 당근에서 당도는 사과에서 끌어와 맛을 내는 주스다. 반면에 겨울의 제주당근은 사과만큼 달아진다. 그래서 당근 자체만으로 높은 당도와 향을 낼 수 있다. 제주당근의 힘이고, 유기농 당근의 힘이다. 특히 화학을 사용하지 않고 토양의 힘과 당근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게 되면 당도는 더 높아진다.


사람들에게 당근은 그냥 당근이지만 농업에서의 당근은 여러 가지다. 가장 먼저 크기와 무게로 당근을 분류하게 되는데 통상 250g 내외의 잘 생근 당근을 특품당근으로 구분되며, 그 아래로 상품당근과 중품당근으로 무게별로 구분된다. 300g 이상이 되며 왕당근으로 분류된다. 실제로는 요리용 당근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늘고 길어 통째로 요리의 장식에 쓰일 수 있는 부드러운 당근이 요리용이고 어린 당근이다. 이 당근의 생산이 가능한 것은 당근 재배의 특수성 때문이다. 당근의 씨앗의 발아가 의지하기 때문에 5배에서 10배의 씨앗을 파종한다. 당근의 재배거리가 10cm 정도의 간격인 것에 비해 씨앗의 파종은 1cm 간격으로 많이 뿌린다. 씨앗이 잘 발아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많은 씨를 뿌려 솎아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좁게 심어진 당근을 솎아내는 작업이 당근재배에서 많은 비용을 차지한다. 이러한 당근 솎기 작업을 조금만 늦추게 되면, 어느 정도 큰 당근을 솎아낼 수 있고, 이러한 당근들이 버려지는 대신 부드러운 요리용 당근으로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의 채소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유통을 하고 싶어도 유통할 방법이 없다. 당근 주스의 경우도 채소가게의 진열대에는 비교적 작고 가는 당근이 주스용 판매되지만 실제로는 크고 굵은 당근이 주스의 양도 많고 당도도 높다. 작고 가는 당근은 생식용 당근으로 판매되어야 함에도 반대로 주스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당근주스, 즉 요리용 당근보다 주스용 왕당근을 내 당근농사의 중요한 생산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유기농으로 생산한 작고 못생긴 당근이 아니라 크고 굵고 즙이 많이 나오고 당도가 높은 것이 주스용 왕당근이다. 그래서 성산읍 삼달리에서 “나의 왼손”이라는 당근주스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당근주스 매장은 상업적인 운영보다는 당근주스의 맛을 보여주는 플래그쉽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당근주스의 특수성 때문이다. 가열하지 않고 살균하지 않고 멸균하지 않은 생착즙 당근 주스의 유통기한은 냉장보관으로도 24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유통자체가 불가능한 주스다. 12월부터 4월까지는 그나마 냉장보관 기간이 1주일이 넘지만 5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냉장보관 기간이 1주일에서 3일로 그리고 하루로 급격히 줄어든다. 바로 착즙 해서 바로 마셔야 하는 주스다. 그 이유는 당근의 즙이 산소와 반응하며 검어지기도 하고, 빛과도 빠르게 반응하며 온도의 변화에 민감한 지독히 예민한 주스이기 때문이다.



당근주스는 일체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완벽한 채소 요리다. 한편으로는 다른 어떤 첨가물이 필요하지 않은 요리라는 말이다. 정성스럽게 재배된 당근 몇 조각만 있으면 시원하고 향긋한 당근주스가 완성된다. 그 요리사는 바로 당신이다. 다른 어떤 기술도 필요하지 않고, 시중에 판매되는 투입구가 큰 착즙기만 있으면 매일마다 빠르게 당근주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당근의 수분율은 통상 50%다. 그 말은 10kg, 의 당근으로 5kg, 즉 5리터의 당근주스가 생산된다. 그리고 당근은 1도 정도의 온도와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밀봉을 하면 6개월까지도 싱싱하게 저장이 되는 저장성이 강한 채소이기 때문에 생산된 당근을 9월까지 먹고 마실 수 있다. 실제로 나는 12월부터 생산하는 당근을 이듬해 9월까지 유통시키고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게차와 수십 톤의 당근을 저온저장 할 수 있는 전용시설이 필요하다. 내가 지향하는 ‘지속적인 공급’의 실제다. 생산한 채소를 한 번에 파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공급하는 농업을 지향했고, 10여 년 동안 지속적인 공급에 필요한 건물과 시설을 마련해 왔다. 일개 시골농부가 마련하기에는 아주 많은 비용이 드는 고급시설이어서 전재산을 걸고 시설을 건립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에 도전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쩌면 내 생전에 뿌려놓은 씨앗의 열매는 내가 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농업이라는 게 그렇다. 내가 뿌려놓은 씨앗의 열매를 반드시 내가 따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아니라 내 다음세대의 농부들이 수확하지도 모르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 농사다.


나는 2007년에 제주도 성산읍 난산리로 귀농했다. 그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당근은 파종한 첫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수확하지 못했다. 내가 빌린 밭들은 아무도 농사짓지 않은 척박한 땅들이었고, 간신히 발아된 씨앗들이 한여름의 폭염으로 폭우로, 그리고 태풍으로 자주 사라져 버려 3년 만에 처음으로 당근을 수확했다. 마트의 매장에 진열된 흔한 당근 몇 개가 스스로 생산하는 것까지는 무려 3년이 걸렸다. 나는 자주 내가 생산한 채소들에 부르기 편한 이름들을 붙이곤 하는데 생식용 가는 당근에게는 “그녀의 손가락당근”이라고 이름을 주었고, 건강하고 잘생긴 당근들에게는 웃통을 벗고 몸을 단련하는 군인들처럼 “특공무술당근”이라는 이름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척박하고 버려진 땅들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일구고 있으며 나는 이제 당근을 심을 수 있는, 당근을 심어도 되는 그런 1등급의 좋은 밭들을 35,000평 이상 경작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주 멀리서도 밭의 품질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었던 수많은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농업에 도전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특별하고 특이한 작물들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시장을 먼저 선점하고 특이성으로 사람들에 어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반대로 아주 흔하고 흔한 월동무나 감자 당근 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들에 도전하기를 권한다. 그 흔한 채소들조차 정상적으로 재배하지 못한다면 농업분야에서의 안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흔하다는 그 말은 재배가 쉽다는 말이 아니라 유통량이 많다는 말을 의미하고 내가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이 농부에게는 필요하다. 그리고 작은 성공, 재배의 작은 성공이 있어야만 농업이 이어질 수 있으며, 주변에 당신에게 실전으로 농업을 가르쳐줄 선생들이 많을 것이다. 농업에도 유행가처럼 유행이 있어 뜨고 지는 작물들이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 작물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외면되곤 한다. 특별한 채소들은 그 인기조차 금방 사그라들기도 한다.



제주도의 성산읍은 겨울 월동무의 주산지다. 대부분의 밭들에는 월동무가 심어지는 지역이다. 브로콜리나 비트, 칼리플라워 같은 특이 작물들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나는 제주의 동쪽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종류의 채소들을 재배해 왔다. 더러는 동쪽의 토양에서는 재배가 어렵다는 채소들조차 도전했고,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채소들이 월동무나 감자 당근처럼 원활하게 유통을 시키지는 못한다. 재배해 보고 싶어 재배했고, 아주 많은 실패에도 매년 다양한 채소들을 파종했다. 심지어는 방울양배추까지 재배한다. 자칫 실패할뻔한 다품종 유기농재배가 작년부터 실마리를 찾고 있다. 바로 모둠채소다. 한 상자에 월동무와 당근 감자 브로콜리와 칼리플라워 레몬등 직접 재배한 모둠채소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많은 양을 유통하기 어려운 비트나 콜라비 등을 다른 채소와 섞어 파는 방식이 현재의 핵가족 시대에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녹즙용 채소상자, 피클용 채소상자 등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물론 고품질의 채소 생산에 집중해야 하는 농부에게는 가혹한 현실이지만, 농업이라는 것이 그렇다. 벽에 부딪치면 벽을 밀어보고 망치로 깨보고 벽을 넘어도 보는 수밖에 없다. 국가의 어느 시스템도 농민이 농산물의 생산에 집중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는다. 한번 포기하면 매번 포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랫동안 한 가지의 일을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과 여유 품격을 알기도 전에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나는 농업기술자가 되었다. 유기농 농업 기술자다. 유기농으로 어떠한 농산물을 생산해 달라고 요청이 오면, 네 한번 해볼까요 하면서 재배에 몰입한다. 그리고 재배에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도전한다. 1만 평의 여주밭도 내 도전의 기억 중 하나다.


매년 12월이 되면 표선면과 성산읍 그리고 구좌읍에 흩어진 당근밭들을 돌며 당근의 품질을 확인한다. 길고 잘생긴 주황색 당근을 뽑아 생으로 씹어 먹고, 또 착즙기로 주스를 내어 본다. 그 한잔 주황색의 당근주스 한잔이면 모든 기억들이 사라진다.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당근밭에서 잡초를 뽑던 기억과 비가 오지 않던 가물던 여름, 태풍과 폭우, 그리고 겨울의 당근밭에 불던 바람과 추위들까지 다 잊어버린다. 괜찮네. 그 말 한마디가 내가 내리는 내 채소에 대한 평가다. 괜찮으면 된다. 괜찮네 라는 말에 나는 또 마음을 가득 담는다. 그 말 한마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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