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27년, 만 25년 간 엔프피(ENFP)로 살아왔다. 그 기간 동안 엔프피의 단점을 깊이 고민해봤다(사실 ENFP가 아닌 나의 단점이 더 정확하지만). 외향(E)과 직관(N) 등 MBTI 속 두 지표를 조합하여 나타나는 여섯 가지 경우의 수(EN, EF, EP, NF, NP, FP)를 통해 ENFP의 단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EN (외향+직관) : 새로운 자극만 추구하다 용두사미가 된다
외부 지향 에너지(E)와 직관에 기반한 가능성 탐색(N)의 결합. 이는 '새로운 자극 추구'로 발현된다. 엔프피에게 세상은 탐색 대상이고, 새로운 호기심이 늘 존재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곳에 머물거나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즉 관심은 쉽게 점화되지만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꾸준함의 부재'로 이어진다. 시작은 창대하리나 그 끝은 미약하리라. 소위 '용두사미' 패턴이 반복된다. 내 개인적 사례로, 일본어 자격증 공부와 전문직 공부가 있다. 초기 열정을 갖고 일본어 학습을 시작했으나 빠르게 식었다. 지루함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과 꾸준함이 부재한 것은 중도 포기로 이어졌다. 이는 전문성 확보 및 성과 창출의 명백한 장애물이다.
극복 방안 : 단편 소설 등 프로젝트성 과제 수행
EF (외향+감정) : 감정이 외부로 쉽게 드러난다
내부 감정(F)을 외부(E)로 즉각 투사하는 성향이 크다. 이는 내부의 감정 파동을 여과 없이 타인에게 표출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솔직함으로 포장할 수 있으나, 결국 관계의 긴장 또는 타인의 부담으로 적용되기 일쑤다. 희로애락의 무분별한 표출은 주변인의 피로와 당혹감을 유발한다. 흔히 말하는 '급발진'이다.
'감정 기복'이라는 평가도 여기서 기인한다. 순간의 감정에 기반한 즉각적 행동은 관계망 형성에도 큰 패착이다. 타인 차단/잠수타기(SNS) 등이 그 예시다. 현타가 온다고 잠수를 타지만, 그 내면엔 자신의 감정 해소가 우선시되고,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관계 형성을 저해하며, 감정에 종속되는 미성숙의 증거다. 타인보다 자신의 감정이 우선한다.
극복 방안 : 감정을 직접 사람에게 쏟기 전에 일기 등 '한 번 걸러 표현'하는 습관 갖추기. 말은 되도록 아끼기
EP (외향+인식) : 오지랖과 산만함
외부 자극(E)에 반응하고 유연하게(P) 탐색하는 에너지는 종종 '오지랖'으로 나타난다. 타인 문제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개입 등은 선의로 시작해도 결과는 부담과 간섭로 이어진다. 자신의 판단을 정답으로 간주, 요구되지 않은 조언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인식(P) 기능은 깊이보다 즉흥성에 의존하므로, 조언이 대부분 실질적 도움보다 공허한 참견에 그치기 쉽다. 이는 자신의 얕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오만이다.
또한, 외부 탐색 과정에서 '충동적 성향'으로 이어진다. EN과 결합하여 계획 부족은 필연적이다. 여러개의 일을 동시에 시작하지만, 끝끝내 완수하지 못한다. 즉흥적 결정은 실패와 혼란을 야기한다. 결국 삶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타인에게 신뢰 상실의 원인이 된다.
극복 방안 : 척수를 거치고 말하기. 투두리스트 작성하기
NF (직관+감정) : 현실 감각 부족
현실이 아닌 이상(N)을 감성적(F)으로만 해석하는 관점. 이는 '현실 감각 부족'으로 귀결된다. 실현 가능성과 논리보다 당위와 의미에 몰두한다. 긍정적 동기가 될 수 있으나, 현실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이 든다.
결국 객관적 현실을 간과한다. 냉철한 현실 직시와 상황 분석보다 잘될 것이라는 기대와 감에 낙관한다. 문제의 실체 직시를 회피하고 희망적인 가능성만 모색한 결과는 더 큰 파멸로 이어진다.
극복 방안 : 스스로 절망의 계곡에 빠져봐야 안다
NP (직관+인식) : 우선순위가 없다. 깊이가 없고 디테일에 약하다
끝없는 호기심(N) 앞에서 유연한(P) 사고는 의사결정을 가로막는다. 즉 '우선순위'가 없다. 모든 가능성이 동등해 보이므로, 집중해야 할 대상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가용 자원의 희소성을 고려한다면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깊이 부족'을 드러낸다.
특히 사고의 발산(N)과 즉흥적 표현(P)은 '두서없는 말'로 나타난다. 초점 이동이 잦고 논리적 연결이 부족해, 상대의 이해를 방해한다. 타인은 엔프피만큼 스파크가 튀지 않는다. 타인과의 속도차를 고려한 대화법을 읽힐 필요가 있다. 공지 등을 꼼꼼히 읽지 못하고 '세부 사항'을 놓치는 오류도 범한다. 큰 그림을 그리다 세부 사항을 간과하게 된다.
극복 방안 : MECE와 로직트리
FP (감정+인식) : 갈등을 회피한다
관계의 조화(F)를 중시하는 태도와 유연한(P) 사고는 '갈등 회피' 성향으로 나타난다. 대립과 불편한 감정 자체를 기피한다. 싫은 소리를 하거나 싫은 소리를 듣는 행위 모두 회피한다. 결과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명확한 의사 표현을 못 하고 문제를 방치하거나,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에게 맞춘다.
자신에 대한 '비판 수용력'은 현저히 낮다. 부정적 피드백, 논리적 비판 등을 인신공격으로 해석, 쉽게 상처받고 위축된다. 사소한 지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평정심을 잃고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 갈등의 불편함 때문에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이다. 이는 감정(F)이 앞서지만, 이를 정리하지 않고 즉흥적(P)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T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의 감정에 충실한 FP는 스스로 공감을 잘한다고 오판하지만, 실상은 타인의 감정보다 자기 감정의 파동에 더 깊이 몰입한다. 자기연민과 감정 과잉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배양한다.
극복 방안 : 불편한 대화 피하지 않기, 공감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감의 방향이 자기 쪽에 쏠릴 수 있음을 자각할 것.
이러한 6가지 단점들은 사실 단점이라기 보단 경향성에 가깝다. 인과의 논리가 아닌, 확률의 논리인 것이다. 또한 그림자를 직시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점이다. 나 또한 이러한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부단히 노력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그림자를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대신, 의식적으로 이해하고 다루는 것이다. 그림자 또한 자신이기에, 그 에너지를 자기 파괴적이 아닌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과제다. 약점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