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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가 의미하는 것

by 몽땅별

우리는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걸까. 역사에서 반복되는 오류를 보며 인간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임을 절감한다. 이번에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율 평균은 29%에 이른다. 이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켰던 스무트홀리법의 20%보다 높은 수준이다. 역사는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금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유효수요. 잠시, 거시 경제학의 아버지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을 살펴보자. 구매하려는 욕구를 뜻하는 유효수요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계·기업의 소비 및 투자가 감소하면, 이는 유효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유효수요가 감소하면 생산이 줄어들고, 고용이 감소하며, 결국 경제 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화. 당신이 신자유주의를 공감하든 공감하지 않든 간에, 오늘날 경제 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바로 세계화였다. 세계화로 인한 무역 확대, 글로벌 대상 상품과 서비스 판매는 고용과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무역은 각국의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생산성을 높였으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는 세계화로 인한 유효수요 창출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세계화의 흐름을 역전시킬 것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면 전 세계 무역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무역량 감소는 유효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실제 중국은 이번에 관세율이 54%에 이른다.


중국 경제의 특수성과 세계화의 영향력을 고려해보자. 중국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자국의 경제 구조를 초과 공급 중심으로 형성했다. 그리고 전세계는 세계화를 통해 중국의 공급 과잉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이 초과 공급을 흡수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중국 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중국의 단순 경기 후퇴가 아닌, 체제 전반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경제적 압박이 극에 달하면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내수를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해진다. 이때 필요한 수단은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역설적이게도 유효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쟁 발발 시 군수 물자에 대한 폭발적 수요가 생기고, 군수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유효수요가 증가한다.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한 유효수요 증가와 전후 재건 수요로 인한 유효수요 증가도 뒤따른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것은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이었다.


역사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법은 20%의 관세율을 부과했고, 이는 대공황을 심화시키고 결국 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각국은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무역 전쟁을 벌였고, 경제적 민족주의가 고조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갈등은 정치적 갈등으로 확대되었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미국 우선주의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시도이며, 그 결과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29%의 관세율은 대공황 시대의 20%보다 높다. 더구나 현대 경제는 1930년대보다 훨씬 더 글로벌화되어 있기 때문에, 관세 정책의 충격은 더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


이 충격에 대해 국민들은 정치인을 원망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은 책임 면피를 위해 전쟁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국내 정치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는 극단적 수단으로.


세계화가 후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는 새로운 유효수요 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무역 증진, 국제 협력, 기술 혁신 등 평화적인 방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다시 한번 전쟁의 비극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만하다. 경제를 정치적 감정으로 재단하고, 정당하다는 믿음 속에서 무분별한 개입을 한다. 경제는 단순하지 않다. 유효수요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며, 세계화가 위협받을 때, 우리는 과연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지금의 우리는 기억하는가. 아니, 애초에 기억하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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