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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 Sep 20. 2023

007_돈은 공기다

 내가 느끼기에 돈은 공기 같다. 모두가 다 가지고 있고, 모두가 매일 쓰거나 살기 위해서 모으고 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돈은 공기라는 생각은 끔찍한 면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비트는 밈을 보면 마음의 여유는 통장 잔고에서 온다고 했던가. 돈은 그야말로 공기 같아서, 돈이 없을 때 나는 세상에 중요한 것들을 완전히 잊고 살아가게 된다. 이게 돈이 공기인 이유이고, 돈이 무서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결국 욕심을 줄이고, 인정하는 것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2호선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다 보면 가끔 명품을 두르고 열차를 타고 내리는 이들을 본다.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느낌은 어떨까? 발렌시아가 신발, 프라다 버킷햇을 쓰고 다니는 사람의 세상은 어떤 색깔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 명품들을 알아보고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돈을 (진짜 돈을) 사람들에게 뿌리는 쇼츠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얼떨결에 받아서 기뻐 날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그 모습이 정말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그 돈을 받으면 나도 왠지 저러지 않을까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영상은 달랐다. 팁으로 1000달러를 받은 배달부가 다음날 또 찾아와서 '덕분에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영상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미스터 비스트'의 영상이다. 그 영상을 보며 돈을 나도 모르게 터부시 하고 스스로를 쪽팔리게 만드는 나의 모습을 뉘우쳤다.


돈은 공기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것이다. 돈이라서가 아니고 그들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온정 어린 시선과 연민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돈이 더 도움이 되는 자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돈은 공기 같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소지하지 않으면 비참하게 죽어야 하고,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의 소중함 보다는 삶의 소중함에 눈뜨게 해주는 그런.


나는 돈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부족한 산소량을 채우려고 매일을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이 부단한 것이 되고, 나의 방점을 찍는 어느 순간에 돈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 삶의 소중함은 지금부터라도 돌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의 폐활량이 인정하는 만큼부터라도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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