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면 망한다
인생에 있어서 계획은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P다. 게다가 나는 F다. 감성적인 데다가 계획은 안중에도 없는 나란 사람은 언제나 충동적인 선택으로 계획이란 것을 마치 베어먹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 꽈배기처럼 만들어 버리곤 한다.
P들은 왜 그런 걸까? P인 나는 왜 그런 걸까? 인생에 계획대로 되는 일이란 없다고 굳게 믿는 나는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질색한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을 왜 계획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짙게 깔려있는 진짜 문제점 중 하나는 지금껏 해왔던 즉흥의 경험치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즉, 전략이 부족한 상황이 비교적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P와는 정반대의 성향인 J의 계획성은 그저 시간표를 짜고, 결과 예측에 목매며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
J의 계획은 전략이다. 계획대로 실천하고, 그 와중에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들을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금방 좌절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최악의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럴 때 P의 즉흥성,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언제나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는 것에 급급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충동적으로, 감정적으로 해두고서 지키지 못하면 괴로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하루가 전보다 훨씬 가볍다.
유튜버 이연님이 <요즘 것들의 사생활>에 출연해서 한 말마따나 우리는 현재에서 미래에 느낄 감정과, 의지를 절대로 믿어선 안 된다. '나중에 할 거야'는 안 하겠다는 말이다. 때문에 우리에겐 언제나 계획을 잘 실현시킬 쿠션이 아주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cLs3h-sngA?si=2tMB0FWn04F_DC65
오늘도 어질러진 방을 정리해 본다. 재활운동을 하며 누워서 본 방바닥에 머리카락과 먼지가 보이면 바로 쓸고 닦는다. 냉장고에 쌓아둔 음식들을 상하기 전에 먹어버리거나, 바로 버린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한번 상자에 넣어본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둔 공간과 시간에서 계획은 더 이상 시간낭비가 아니라 전략이 될 것이다. 이렇게 계획표를 쓰고 살아온 지난 2년 동안 몰랐던 것을 인생의 위기에서 배우게 된다. P의 믿음은 믿을 것이 못 된다. 하지만 내 안의 J의 전략을 어느 정도 끄집어내어 전략을 만든다면 믿음은 곳 실천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이렇게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