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단 걸 깨달았다. 실패 없는 메뉴만 고른다던지 (김치찌개, 돈가스, 비빔밥, 김밥, 라면, 참치마요.........)
평점 따라 보는 영화들에 손가락질하며 취향을 밝혀본 적도 없으며, 한 번쯤은 가본다는 국내 여행이라는 것을 가본 적도 없다. (제주도는 어떤 곳일까?)
내가 추구하는 음식들과 문화는 하나 같이 빨리 제공되고, 항상 실패가 없는, 그러니까 하나같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쉬운 선택지들이었다.
그래서 한 번 내가 좋아하는 게 뭔가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나는 공차의 베스트 콤비인 타로 버블티 점보 ‘얼음은 적게, 당도는 50’이 좋다. 직원분이 내 준 플라스틱 용기를 거꾸로 뒤집어 살살 흔들며 가게를 나서는 것을 즐기며, 빨대가 정중앙으로 관통될 때의 쾌감을 즐기고 (써두고 보니 나 좀 이상한 인간 같다) 음료가 끝날 때 펄도 깔끔하게 끝장내 버리는 쾌감 또한 좋아한다.
나는 내가 사는 동내의 생경할 정도로 어지럽고 지저분한 길거리 위로 떠다니는 구름을 좋아한다. 그림과 거짓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이, 마치 나는 아직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느낌 때문이다. 나는 길거리를 걸을 때 두리번거리며 사물과 사람들을 두루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마 그렇게 둘러본 나의 길 위에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혼자 노래를 부르며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노래를 못한다. 보컬 수업을 두 번이나 거치며 나의 희망 사항과 재능의 갭을 좁혀나가기엔 나의 현실엔 처리해야 할 문제가 더 많다는 걸 재확인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스스로 위안이 되고, 그래도 내가 가진 물건 중 가장 비싼 나의 물건인 기타는 언제나 내 손짓에 응답한다.
생각보다 나는 내 인생에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꽤나 발란스(발음이 중요하다 발란스 발란스...) 있게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가꾸고 키워나가다 보면 언젠가 내 삶의 목표가 생길거리는 희망도 보였다. 그래, 이런 이유로 또 살아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