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러운
<마츠코의 혐오스러운 일생>이라는 작품이 있다. 인생 영화 Top 10안에 드는 영화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하지만 나는 원작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좋다.
주인공 마츠코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누명을 쓰기도 하고, 매음굴에서 일하고, 사람을 죽이고, 오랜 기간 죄수로 살기도 한다.
죽기 살기로 삶을 지탱하는 목표는 너무나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그녀는 그렇게 그녀에게 닥친 무수히 많은 고난과 역경을 완벽에 가깝게 이겨낸다. 모범수로 미용사 자격을 취득하고, 매음굴의 금손이 되어 매출을 쓸어 담는다.
하지만 경제 버블로 무너져 가는 사회에 휴지 값이 치솓아 올라 난리가 난 상황에 자신이 일하는 업소에 위생품으로 수북이 쌓아둔 휴지들을 뒤로 한 채 그녀는 뉴스를 보며 연신 허벅지 근육만 단련한다. 오로지 사랑받기 위해.
그녀와 교제를 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소름 돋는 순수한 헌신과 사랑에 갈려나간다. 그녀를 밀어내고, 배신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이용한다. 야쿠자와 사랑에 빠져 온갖 폭력과 수모를 겪으면서도 살려달라는 외마디 비명과 같은 목소리로 “난 지옥이라도 그와 함께 살아갈 거야!”라고 이를 악물고 사랑을 갈구하는 마츠코.
그런 그녀도 영화의 끝자락에서는 모든 희망을 잃고 폐인이 된다. 히키코모리가 되어 아이돌 그룹에게 책 한 권 분량에 달하는 자신의 인생사를 포함한 러브레터를 보내기까지에 이른 그녀. (그마저도 무시당한다) 비대해진 몸으로 악취를 풍기며 거리를 미친 듯이 활보하는 그녀.
그리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듯이 정말 마지막, 마지막으로 다시 인생을 살아보자고 다짐한 그때 너무나 비극적이게 아이들의 시비에 몰매를 맞고 죽는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악취 나는 그녀의 삶의 끝자락과는 달리 그녀가 지나간 사람들의 인생엔 사랑의 온기가 맴도는 아이러니한 인생을 표현한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그녀는 혐오스러운가? 그녀를 둘러싼 인생이 혐오스러운가? 그럼에도 무엇이 그녀를 이야기의 중심에 있게 했는가?
그녀가 그토록 파란만장한 생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너무나 간절하고 분명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그녀가 원한 것은 한 가지였다.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것을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음을 재차 확인하자, 모든 희망을 내려두고 살아있는 시체로 살기로 한다.
누군가가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동굴의 막장에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삶에 대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삶을 계속 이끌어 가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가?
고백하자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생에 큰 획이 있는 순간들은 모두 짧은 미래에 대한 대응이었을 뿐이었다.
내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