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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Nov 24. 2023

'서울의 봄'과 나

오랜 시간 후에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하리라

  학교에서 공채가 진행된 날 저녁.  관련 분야의 공개발표는 호의적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착잡한 마음에 여러 사람들과 왁자지껄 얘기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집에서 가까운 메가박스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을 위해 KT 멤버십을 확인해 보니 메가박스 이수에서는 '서울의 봄'이 1순위로 상영 중이었다.  성인 1명 예약하고 출발했다.  


  11월 23일, 19:20, 6관, F-12 


  마늘맛과 캐러멜맛 반반이 들어있는 팝콘통을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섰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다.  옆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편하게 조용하게 혼자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 가며 볼 수 있었다.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손에 의해 팝콘은 모두 사라졌고 낮은 톤의 군가가 배경으로 흘러나오면서 영화는 마무리되었다.   


  일부 군인들이 개인적인 연결고리로 군대를 움직였고, 실권을 장악하여 사익을 추구한 무리가 한 때 이 나라의 주인행세를 했다.  그들이 실권을 가지고 있거나 살아있을 때는 그들의 영향력으로 인한 피해를 당하는 것이 두렵거나 혹은 그 영향력으로 인해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되게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동의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역사가 있었다.


  44년 전에 있었던 일로 인해 우리는 오랫동안 길을 돌아서 가야 했지만, 다시 제대로 된 길로 되돌아왔었다.  지금 또다시 이 나라는 돌아가는 길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학교에서도 똑같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름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대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길을 돌아서 꾸불꾸불 가야만 하는 걸까?  왜 저 올바른 길로 가자고 같이 소리 높여 말하지 못하는가?  오늘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도 저 멀리 보이는 목표가 자꾸만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44년 전의 일이 어느 순간 다시 해석되고 평가되었듯이, 지금 이 순간 이 나라도 다시 해석되고 평가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학교에서 진행된 일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후에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하리라.'  그때까지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대비하여 천천히 준비하자.  그때는 말할 수 있으리라.  그때에는 우리의 목표에 많이 다가가 있기를, 그리고 그날이 가능한 한 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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