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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쭈 엔젤이 이야기-11

엔젤이와의 추억

by 돌팔이오

엔젤이는 작은 체구의 시쭈였다. 식탐도 많지 않아서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체중은 3.5 kg 전후로 유지되었다. 물론 밥과 물을 먹지 못해서 마지막 보내기 전에 확인했을 때는 2.6 kg이었다. 간식을 줄 때 '기다려'를 하면 공손하게 앞발을 모으고 앉아서 기다려주었다. 그러면 애들이 옆에서 기다리다가 먼저 '먹어~!'를 외쳤다.


공손한 엘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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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는 항상 엔젤이에게 무엇인가를 장식하기를 좋아했다. 배나 사과 포장지를 조금 가공해서 씌워놓고 깔깔대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배 포장지를 목에 씌어놓으면 꽃순이가 되었고, 사과 포장지를 조금 잘라내고 씌우 주면 착한 엔순이가 되었다.


착한 엔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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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마더 엔젤사~!

마더 엔젤사~!.jpg


엔젤이는 언제나 쿠션이 있는 장소를 좋아했다. 푹신푹신한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곳에 앉았을 때 따뜻해서 그런지 푹신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어디든 들어가곤 했다. 특히, 세탁바구니에 빨래가 넘치면 빨래거리 위에도 올라가고, 큰애가 기숙사에 갈 짐을 싸고 있으면 그 가방 속에도 들어가곤 했다. 엔젤이는 그론 푹신푹신한 곳을 좋아하는데 엔젤이 자체가 털이 길어 안아보면 폭신폭신한 감이 있어 우리 집의 영원한 막둥이였다.


언니랑 같이 기숙사로 가고 싶은 엔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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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가 고등학교 (치마길이가 길어 무릎뼈를 가린다고 안 다닌다고 했던 문*여고) 미술 시간에 엔젤이를 유화로 그렸다. 저 그림을 보고 왼쪽의 파란색은 이승이고 오른쪽의 검고 불길이 솟는 곳은 저승인가 생각했지만, 본인은 다른 의미라고 했다. 그림을 손에 잡고 찍어서 왼쪽에 봉숭아물을 들인 작은애의 엄지손가락이 보인다.


작은애가 그린 엔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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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이는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성장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엔젤이를 입양하면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이기에 애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느낄 기회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아빠엄마와의 이별에 대한 연습이 되리라 예상했었다. 그것은 사회인으로서 성숙해 나가는 과정 중에 꼭 경험하는 일일 것이기에 엔젤이는 마지막까지 우리 가족을 위해 헌신한 것이 되었다.


엔젤이를 보내고 마음 상해하는 집사람과 애들을 위해 빨리 다음 시쭈를 입양하려고 봉사활동을 가는 보호소에서 눈여겨보아 둔 녀석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을 먹으며 간단히 '다음 시쭈를 입양해 볼까?'라고 말했더니 집사람이 손사래를 친다.


'아니, 다들 학교 가서 아빠는 늦게 오고, 애들은 주말에나 오는데. 그거 다 내 일 될 텐데, 안돼, 안돼.'


옆에 있던 작은애가 한 소리 거든다.


'아빠, 엄마 말 들어...'


맞은 편의 큰애가 조용히 얘기했다.


'아빠, 아직도 엔젤이를 못 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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