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이를 보내며
큰 애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집에 가서 엔젤이와 애들을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왔다. 당직을 서는 수의사들에게 전후사정을 얘기하고 안락사 준비를 부탁하였다. 정맥에 카테터를 넣어 준비하고, 심전도를 연결하고, 엔젤이를 옆으로 눕혔다. 앉아있기도 힘든 상태였기에 옆으로 눕는 것이 더 편해 보였다.
애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하자 각자 엔젤이를 쓰다듬으며 한 마디씩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내 손으로 엔젤이에게 마취제를 투여하였다. 마취된 엔젤이는 편안해 보였고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다음으로 안락사약제를 투여하였다. 약제가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모니터에서 보이던 엔젤이의 심장수축이 멈추었고 심전도가 편평하게 변했다. 애들이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심장박동이 없음을 다시 한번 청진기로 확인하고, 간단하게 염을 한 후, 엔젤이를 종이로 된 작은 운구상자에 눕혔다. 진료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엔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집안은 매우 조용했다. 2021년 10월 30일이었다.
엔젤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니 큰애가 작은애와 같이 상의해서 진행하고 싶단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예약한 장례차가 오기로 되어있단다. 애들 둘만 엔젤이와 같이 다녀왔다. 오후에 둘이서 작은 병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병은 애들 방 책꽂이에 꽤 오랫동안 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애가 평창에 있는 나무 밑에 엔젤이를 묻어주고 싶단다. 네 가족이 같이 날을 잡아 평창에 모여서 마당에 있는 주목 아래에 엔젤이를 묻었다.
큰애는 평창집을 방문할 때마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주목을 향해 '엔젤아~! 언니 왔다~!' 하고 인사를 한다. 주목나무는 엔젤이와 함께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