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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심비우스 '양심'

차마, 어차피, 차라리

by 돌팔이오

이메일로 날아온 교보문고 안내.


(광고) 오픈 동시에 마감임박한 교보문고 3월 강연 라인업!


3월 처음 보라쇼에 최 재천 교수님의 사진이 보인다. '양심? 새로 출판하신 책인가?' 검색했더니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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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주문했고, 보라쇼도 신청했다.




책은 2월 28일 도착했고, 저녁 회의와 회식에서도 계속 얼른 마치고 가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마디로 술술... 3월 01일, 오전 마지막 페이즈를 덮으며 학자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모심비우스, 차마, 어차피, 차라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내 안의 깨끗한 무엇', 바로 양심이다.' 겉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책 표지가 마무리가 안 됐다. 책 등에 실과 접착제인듯한 느낌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그 책등에 'ㅇㅑㅇㅅㅣㅁ ㅊㅈㅊ'라고 굵게 인쇄되어 있다. 책을 펴자 책이 가운데에서 굽어지지 않고 옆으로 쫙 펴지는 형태의 마무리. '아하, 이런 것이었군.' 읽을 때 손으로 열심히 좌우로 누르지 않아도 된다.



서문 제목이 '차마, 어차피, 차라리'이다. '차마 못 하다가, 어차피 할 것이라면, 차라리 내가 하자'는 뜻인가? 서문을 읽으며 이 제목의 의미를 서서히 음미하게 되었다. 역시 학자답게 양심의 의미부터 확인하셨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1997년 3월 27일 [도로교통법제41조제2항등위헌제청]에 관한 전원재판부 선고 96헌가11에서 양심이란 인간의 윤리적 도덕적 내심 영역의 문제이고,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한 바 있다.(법 조항은 왜 띄어쓰기를 안하는지 아직도 알 수 없고, 법 조문은 문장이 길어서 이해하기 힘듬)'


'양심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일컫는다.'


이렇게 시작된 양심에 대한 논의는 결국 '양심을 가진 학자로서 또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하여 "알면 사랑한다, 사랑하면 표현한다."로 귀결'되는 듯하다. 호주제 폐지, 동강댐 건설 중단, 4대 강 사업 진행에 대한 이야기는 학자로서 의견을 개진하고 부딪히면서 직접 경험하신 일들이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느끼신 것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양심으로 표현되었고, 이에 '내 안의 가장 깨끗한 무엇'인 '양심'에 대한 통찰을 얻으셨다. 그리고 '양심과 명예가 살아 숨 쉬는 그런 세상'을 꿈꾸시고 계신다.




교수님의 여러 책을 읽어왔고 교육이라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공감대가 많았다. 특히, 이 책은 학자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진지하고도 깊이 있게 고민하신 결과이다. 후배들에게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달라는 부탁은 가슴에 훅 다가왔다.


동물복제에 대한 고민과 모든 생명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스스로 "생명을 죽이는 사람에서 생명을 살리는 사람으로 바뀌겠다"라고 결심하신 담담한 소회는 지금 우리의 수의학과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다.


제돌이 방류를 진행하시면서 하셨다는 말씀. "자유는 쉽게 얻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는 투쟁을 통해 얻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해서 자유를 얻었듯이, (돌고래에게도) 내일 죽더라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자유입니다." 이런 말씀은 정말 고민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생각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학자로서의 이런 느낌을 대기업에게도 그대로 전하신다. '재미도 돈도 자유만큼 소중할 수는 없다.'라고.


그 과정에 정부의 연구비 삭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교수님의 말씀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과학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연구결과라는 것이 제조공장처럼 원료가 들어가면 바로 제품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더 많은 연구비를 더 오랫동안 진지하게 투자하여야 한다.



교수님의 말씀과 함께 이를 편집한 '팀최마존'의 글도 마음에 와닿는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내용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단이 이 책의 백미이다. 이 책을 전국의 선생님들과 대학 교수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졌다.


'학자의 양심이라는 거창한 표현도 아깝지 않지만, 한 개인 앞에 놓인 운명 속에서 결국은 숨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고자 용기를 내는 것은 우리 모두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역사는 그렇게 양심의 잉크로 새롭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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