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14:00,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
3월 8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최 재천 교수님께서 사인회를 하신다는 교보문고 안내문자를 보고, 조금 일찍 출발했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는 집회의 영향으로 적어진 차선을 천천히 달렸고,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서 내릴 수 있었다. 교보문고까지 걸어가는 길에 태극기를 드신 분들과 몇 번 부딪히고 깃대에 찔리면서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교보문고 지하 1층 입구 쪽에서 사인을 해주고 계신 교수님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책을 한 권 더 구매한 후, 순서번호를 받았다. 95번. 그리고 차례가 돌아왔을 때, 교수님과 같이 앉아서 간단한 얘기를 하며 사인을 받았다. 101페이지에 있는 오류를 말씀드리자 안경을 고쳐쓰시면서 내용을 확인하셨고, 사진을 찍어주시는 스탶분에게 101페이지 사항의 확인을 부탁하셨다.
14:00시부터 보라쇼가 시작되었다. 나의 신청번호는 0224. 사전 공연에서는 피아노와 더블베이스 그리고 드럼으로 'My Way',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제주도의 푸른 밤', '흰수염고래'와 함께 '나하나 꽃피어'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나하나 꽃피어'는 그 가사가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듯하여 제목을 적어두고 이후 유튜브에서 찾아 여러 번 듣게 되었다.
본 강연이 시작될 때 사전에 PPT 발표자료를 보내셨다는데 프로젝터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 '큰 일 났다!'면서 '그래도 열심히 해볼게요'라고 하시면서 발표자료 없이 강연을 시작하셨다. 고수는 큐탓을 하지 않는 법이니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역시 고수... 인정.
1996년 양심 냉장고 이야기, 삼수해서 대학에 입학한 이야기, 졸업식 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공평 + 양심 = 공정'이라는 말의 의미를 전달하시면서 '공정과 상식을 떠들던 분 때문에 요 바깥이 시끄럽잖아요'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앞으로 세계는 'K-정치를 부러워할 것이다. 지금을 잘 극복하면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다. 2030 세대가 큰 역할을 했고 사회변화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고 투표율이 증가할 것이다. 젊은 세대에 감사한다'라고 하셨다. 기성세대로서 매우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한강 작가가 말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으로부터 '지킬 것은 지키고 살자'는 말씀까지 '자신만은 속일 수 없'으니 양심적으로 살자고 하신다. 이런 양심으로부터 사회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씀이다.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으실 때는 개인적인 일에 대한 에피소드와 함께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 "차마, 어차피, 차라리"를 자신만의 삶의 기준으로 삼고 계신다고 하셨다. '양심과 함께 '다양성'과 '공존'이라는 단어도 좋아하며 나를 위한 일보다 남을 위해 일하는 일을 잘 하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를 하셨다. 순수과학을 해오신 과학자로서의 삶의 자세이기에 공감이 간다.
밖에서는 탄핵 찬반에 대한 모임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와중에 '양심'에 대해 강연을 진행하시는 교수님과 참여한 200명 이상의 청중의 존재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이 단계를 잘 견뎌서 딛고 넘어야 우리의 진정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대한민국을 모든 세계인이 부러워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