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삼양라운드힐 고갯마루에 있던 교훈
일요일 오전 6시에 눈이 떠졌으나, '일요일이니 조금만 더 자자'는 생각으로 뉴스를 들으며 누워있다보니 8시가 되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부엌으로 가보니 집사람이 냉동된 떡을 녹여 먹고 있다. 커피를 손으로 갈고 물을 끓여, 진한 커피를 한 잔 만들어 햇살이 비치는 앞마당과 동네를 바라보며 오랫만에 느긋하게 마셨다.
'아이들과 같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주제로 여기저기 탐방을 하고 싶다는 집사람의 꼬드김에 (실은 운전대를 맡기기 불안해서) 대관령 라운드힐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강원 주민 1명과 대인 1명이 입장했다. 책을 한 권 들고 입장한 나를 위해 집사람은 위쪽에 카페와 온실이 있으니 거기 가서 책을 읽고 있으란다. 본인은 위쪽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둘러보고 오겠단다.
버스 타는 곳에서 집사람을 보내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길의 좌우를 확인하며 위쪽으로 올라갔다. 길 주위에 별도로 만들어진 데크길을 걷다가 큰나무들 아래에 있는 바위 위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를 보고는 감탄했다. '저런 환경에서도 나무가 자라는구나.' '아무리 힘들어도 여건을 탓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결과가 생기는구나.' '저렇게 자라서 언젠가 바위를 가르고 우뚝 서는 날이 오겠지.'
마사인지 양사인지 모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안을 들러보니 양사인 듯 했다. 위로 걸어가 초지를 확인하고 다시 이어진 길을 걸어 본래의 길로 돌아왔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면 그냥 스쳐갔을 여러가지 풀들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 다양한 식물들이 같이 모여서 살고 있다. 자연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서 어우러져 사는 것이지.
타조와 양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양과 타조에게 줄 먹이를 자판기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먹이를 줄 때는 긴 스테인레스 국자에 담아 주도록 안내되어 있었다. 양과 타조들은 사람들이 다가오면 먹이를 준다는 것을 아는지, 내가 다가가자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미안하게도 나는 너희들에게 농후사료를 많이 주고 싶지 않단다. 과자만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거든.'
타조사를 돌아 위로 올라가니 작은 온실이 있다. 온실 내에는 책이 꽂혀있고,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같이 놓여져 있었다. 아마도 집사람은 이곳에서 커피도 판매하고 (이전에 판매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여기서 기다리라고 한 듯 한데,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온실에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온실을 나와 다시 길을 걸어 올라갔다.
산등성이를 돌아 위로 올라갔을 때 삼양목장의 전체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양몰이를 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문구.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고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문구였다. '그래, 힘들다고 느낀 것이 있으나,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하고 싶어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자.'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내 자신에게도 만족스럽게 되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그들도 행복할테니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단점을 보려고 하지 말고 장점을 보고 배우자. 내가 완벽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으며,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다면, 나보다 잘 하는 사람에게 배우고 그들에게 부탁하자. 그들도 완벽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다면, 그들도 나에게서 배울 것이 있고, 나도 도와줄 것이 있을테니까. 아낌없이 주자. 나누어 준다고 내 것이 줄어들지도 않고, 나눔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마음이 가뿐해졌다.
양몰이 장소에서 행복해서 햇살을 맞으며 '바람의 언덕'을 한 잔 했다. 시원하고도 씁쓸한 맛이 일품이다.
햇볕에 타서 발갛게 된 것인지, 술에 취해 붉어진 것인지 구분이 안간다며 집사람이 우산으로 햇살을 가려주었다. 더운데도 불구하고 보더콜리 '맥스'가 18마리의 양들을 이리저리 잘 몰고 다닌다. 기특한 녀석.
푸드트럭에서 '바람의 언덕'을 판해하던 분이 마이크를 잡고 양몰이 행사를 진행했다. 1인 2역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아 보인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을텐데도 재미있게 진행한다. 어느 곳에서나 어느 역할이던지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서는 좋은 느낌과 이미지가 느껴진다.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일들을 많이 하니 현재의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것이리라.
집사람 덕분에 큰 깨닳음을 얻은 하루였다. 언제나 현명한 집사람의 조언에 감사하게 된다. 집에 돌아오니 현관문 위에 '제숙씨 (집사람이 지어준 이름)'가 열심히 알을 품고 있다. 곧 부화해서 새끼들이 노란 주둥이를 벌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할 것이다. 박씨가 떨어져 있는 지 잘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