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에 대한 단상-1
마르셀 뒤샹이 <샘>이라는 이름으로 ‘R. MUTT’라는 서명을 적은 남성 소변기를 세상에 ‘던진’ 지 100년이 넘었다. 그가 던진 소변기는 마침 ‘모방’에 지친 미술계에서 이후 다다이즘의 탄생과 입체파 미술에 큰 영감이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성의 없는 ‘레디메이드’ 작품은 팝 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현대미술의 시작을 논할 때에 절대 빠뜨려선 안 될 중요한 오브제가 되었다. 그것이 단지 ‘아방가르드’로 불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뒤샹이 ‘던진’ 소변기는 예술의 정의에 대한 큰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그 경계를 확장시켰다. 이후 뒤샹을 포함한 예술가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창작하는 방법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그것을 보는 시각도 완전히 달라졌다. 경계는 무너졌다.
존 케이지의 그 유명한 <4’ 33”>는 어떤가?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음악으로 꼽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게 어떻게 음악이 되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두르기까지 한다.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그의 불확정성과 무목적성에의 달성, 그리고 일상의 소리를 음악의 범위로 편입시킨 아방가르드 작품으로 평가한다.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것을 꽤나 실험적인 시도였다고 이야기하고 음악가들은 마치 지금의 자신들의 음악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여기기 마련이지만, 그때에는 매우 큰 논란거리였다. 음악의 범위를 획정하고 그 경계에 힘겹게 쌓은 장벽을 단숨에 깨부숴버렸기 때문인지, 어떤 이들은 ‘도전’이라 규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4’ 33”>는 기존의 낡은 창작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 보여줬고, 이후 소음 음악이나 개념 음악 등의 발전에 기폭제가 되어 음악예술 세계를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필자가 이를 두고 감히 ‘뒤샹의 소변기 효과’라고 평가하고 싶은 이유이다.
선불교와 주역과 같은 동양 사상과 그것을 이용한 음악의 목표와는 현실적으로 괴리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존 케이지가 <Music of Changes>에서 작곡가의 의도를 배제하기 위해 이를 도구로 삼은 것은 꽤나 주목할 만하다. 겉모습은 매우 점잖은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소재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감상자에게도 일종의 허무함을 안겨주는 충격적인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전통과의 경계’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