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서비스 전환에 성공했던 Adobe가 AI 시대엔 고전 중...
포토샵과 PDF 왕국 어도비(Adobe.com)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사랑하는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강자입니다. 이런 어도비가 파괴적 기술 AI의 광풍에 스탠스를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11일에 어도비의 기대치를 상회한 분기 실적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주가는 15% 정도 곤두박질칩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적이 좋은데 왜 주가가 떨어졌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2025년의 매출과 수익 전망치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참고 기사: Adobe Stock Drops as Revenue Forecast Disappoints) 주당 20달러 정도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18달러 전망치는 성에 차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작 2달러의 차이에 이렇게 시장이 매정하게 움직인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이유를 파악하려면 시간 범위를 늘려서 봐야 합니다. 어도비의 주가는 2024년 최고 기준 이미 30% 이상 떨어진 상황입니다. 어도비의 수익 성장률은 5분기 연속 둔화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년도 전망을 더욱 힘들게 하는 주요 지표가 됩니다.
국내 AI스타트업이 발표하는 매출이나 DAU, MAU 같이 사용자를 이만큼 모았다고 보여주는 누적지표는 대표적인 허세지표이며 더 이상 관심대상이 아닙니다. 수익이 따라오지 않는 매출은 그저 숫자일 뿐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AI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수익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AI 투자에 대한 ROI에 의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참고 기사: Lack of ROI On AI Investments Rattles Adobe’s (ADBE) Shareholders)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지난주에 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웠지만, 미래 AI 수익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시장의 환호를 이끌어 낸 세일즈포스와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 (참고 기사: Salesforce Q3 Earnings: Revenue Beat, EPS Miss, Free Cash Flow Up 30%, AI Driving 'Groundbreaking Transformation) 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와 시장은 그동안 약 2년간 AI에 막대하게 투자한 비용에 대해 이젠 수익화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를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도비의 전략은 전통적인 재래시장 약장수/엿장수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옛날에 재래시장에 가면 약장수가 처음부터 약을 팔지 않고, 차력이나 마술을 보여주면서 많은 관중을 끌어 모은 후에 약이나 엿을 파는 전략입니다. 일단 Mass(대중)를 모으고 나면 약이던 엿이던 더욱 쉽게 팔 수 있는 미끼 전략입니다. PDF 기술을 팔기 전에 (애크로밧) 리더를 무료로 풀었고, 여러 창작제품을 베타란 형식으로 사용하게 만들어 어장에 가두는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파이어플라이를 비롯한 어도비의 AI제품 역시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왜 투자자들은 조급할까요? (참고 기사: Adobe Investors Impatient For AI Monetization)
투자자 입장에서 AI는 그 비용 투자가 기존과는 천문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차력사와 마술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약/엿을 얼마나 팔아야 이익이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시장 AI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수익 창출에 의존하기 전에 무료 사용자 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생성형 AI가 가까운 미래에 성장 곡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AI 비즈니스를 시작한다고 하면서, 무료사용자를 모으는 전통적인 프라이싱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이 방법은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시도하는 방법이지만, 투자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비용 회수 전략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가진 전략은 무료모델에서 구독 모델로의 전환이 대부분인데, 전환시기쯤이 되면, 시장에는 또 다른 경쟁플레이어들이 생겨나서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국내 AI 스타트업 결산 보고서에는 "AI 투자 수익"이라는 핵심 지표가 빠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수익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명심해야 할 사항으로는 일반적인 기술 투자자들은 매우 근시안적일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개선을 원합니다. AI 스타트업은 제품의 가입 사용자 기반을 개선하고 투자비용 회수를 위한 가격 정책을 제공해야 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AI 제품 마켓이 빠르게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경쟁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갑자기 어도비의 도구가 너무나 비싸고 불필요해 보이게 하였습니다. 이제는 비싼 OpenAI나 구글, 앤쓰로픽의 모델이 아닌 퍼블릭 LLM 모델을 사용해도 AI 기능 구현을 하는데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디자이너가 수년 동안 디자인해야 하는 것을 이제 AI가 단 한 번의 프롬프트만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게 어도비의 실적을 급격히 나쁘게 하고 있는데요.
어도비는 칸바(Canva), 피그마(Figma), 오픈AI(OpenAI),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빌리티 AI(Stability AI)와 같은 신생 경쟁업체들과 각개전투 도전을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물론 어도비처럼 엔드-투-엔드 창작자 솔루션을 풀스택으로 갖고 있는 기업은 없습니다만, 하나하나의 어도비 제품을 프로가 아닌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는 데에는 더 쉽고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업데이트가 되는 제품이 시장에 차고 넘치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도와야 하고, 중동 전쟁도 피하도록 지원해야 하면서, 동시에 한반도에 긴장도 보고만 있을 수 없고,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동시에 해야 하는 미국의 형편과 비슷한 상황이 어도비에 비유해 볼 수도 있겠죠.
물론 어도비의 상황이 지금 어렵다고 미래가 아주 어둡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싸움은 길어질수록 창고에 총알을 많이 쌓아둔 어도비가 승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도비만큼 사용자 데이터와 패키지 딜리버리, 협업 플랫폼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은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잠시 스타트업 제품에 관심을 기울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결정을 할 때는 혁신성보다는 안정성을 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AI 스타트업은 LLM에 크게 의존하는 문서 작성, 요약, 검색이나, 간단한 몇 가지 워크 프로세스를 파이프라인으로 구성한 정도로는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의 전체 프로세스에서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약한 고리를 찾아내어 AI 기술을 사용하여 여러분의 방법만으로 풀어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판매는 퍼플 카우같은 큰 수익원이죠. 이제는 그 수익원을 보장하기는 힘들 겁니다.
사용자는 그동안 이런 판매 이모티콘의 사용으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쉽게 만들고 갖기를 원했는데 그 느낌을 판매 중인 이모티콘으로 대리만족했었습니다. 새롭게 출시한 애플 인텔리언스의 GenMoji는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원하는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너무나 쉽고 간단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기능을 내가 갖고 있다면 굳이 판매되는 이모티콘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작은 변화는 카카오톡이라는 기본 메시징 플랫폼 탈출을 고민하게 되는 아주 작은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내용은 모든 AI 기술 기업에게 닥친 궁극적인 과제입니다. 특히 국내의 AI 스타트업에게는 2025년에 훨씬 강하게 닥칠 파도일 겁니다. 어도비 같은 대기업의 경우도 경험하는 것과 같은 투자자와 사용자, 경쟁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드는 일이 작은 스타트업으로선 훨씬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비용 투자와 유지가 높은 LLM 의존도를 줄이고 사용자 워크프로세스에 집중하여 AI 기술 가치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