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모래 위를 스치는 바람
칼 끝을 마주한 창백한 백지장
끝을 알 수 없는 저멀리 비포장도로
먼지 하나 없이 반짝이는 마루바닥
숨 쉴 곳조차 찾기힘든 빽빽한 악보
빈 술병과 단 둘이 마주앉은 뒷 모습
용기내어 소리쳤던 허무한 메아리
무심한 군중 속 나뒹구는 한 쌍의 비둘기
내리쬐는 태양아래 홀로 굳어버린 의자
떨리는 손 끝에서 탄생한 의미없는 글자들
무엇으로 사는 것인가
창 밖을,거울을, 한참을
나는 응시한다
우연히 발견해 되돌아가는 법을 모르는 인간이기에
나는 무지하다
가녀린 실끝은 반드시 바늘구멍 속을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완벽한 생의 업무수행
버려진 쓸모없는 끄트머리들은 먼지처럼 사라진다
아무 이유없이 상관없이 버려진 생의 마감
텅 빈 캔버스가 선사하는 숨막히는 적막
나를 데려가라며 내동댕이쳐진 색색의 물감
찌꺼기 하나 없이 조용히 기다리는 수돗물
코를 찌르는 그나마 생기있는 귤 껍데기
또렷하게 쌓인 시간을 알 수 없는 먼지더미
언제부터인가들리는 모르는 사람들의 노래
아는 척하며 달려드는 처음보는 하루살이
별처럼 빛날까 숨죽인 인공의 황색조명
모처럼 구름한점 없이 깨끗한 파란 하늘
꽃가루인지 연기인지 모를 마음의 흩날림
어떻게 살 것인가
공백을, 빈 통을, 한참을
나는 응시한다
어쩔 수 없이 고뇌하는 삶이 인간이기에
나는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