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헤매고 싶다.
코로나를 피해 처박힌 2년...
어릴 때 보던 드라마에는 비행기표를 품에 안고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여행을 꿈꾸며 고된 직장생활을 견디는 등장인물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와..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여행이 그렇게도 좋을까' 라며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 배낭여행을 다녀본 결과, 개고생이 맞았다. 복세편살 대신 편세복살(편한 세상 복잡하게 살기)을 결심한 건지 걱정될 만큼 사서 고생을 많이도 했다. 택시투어가 정석이라는 대만의 '예스진지'를 굳이 대중교통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고선, 태어난 이래로 가장 많이 걸어 여행 도중 넉다운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겨우 기운을 차려 도착한 지우펀에서는 치히로처럼 길도 잃었다. 변명을 하자면 골목이 너무 입체적으로 얽혀있었고, 결정적으로 구글맵이 지금 같지 않았던 때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양을 목적으로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에 꽂혀있던 나에게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2019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의 개고생을 마지막으로 2020년 2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가 등장했다. 2주 자가격리까지 감수하며 갈 용기는 없었고, 그냥 그렇게 지금까지 헤매지 못하게 되었다.
그 2년 동안, 나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 첫날밤, 현지 유심을 사기까지 느끼는 불안함과 답답함을..
인터넷 없이 길 모르는 숙소를 찾아 부유하던 시간들을..
36 베드 도미토리의 위엄을..
어렵게 간 관광지를 앞에 두고 폭우로 갇혀버린 의외의 상황을..
모든 것이 낯선 세상 속에 내던져지는 설렘과 두려움을..
나는 모두 좋아했구나.
그러니 차라리 헤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