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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an 13. 2021

당근마켓의 그녀가 앞집 여자였다.



당근 마켓에서 앞집 여자를 만나게 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직접 계산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낮은 확률이지 않을까.      



저녁에 바닥을 청소하는데, 집이 좁다고 느껴졌다. 원룸 오피스텔이 작은 건 알았지만, 집 규모에 비해 짐이 너무 많은 게 원인이었다. 순간 베이지색 의자가 보인다. 오피스텔에 입주하자마자 침대 다음으로 구입했던 가구이다. 2 SET 조립식 제품으로 6만 원 상당이었고, 지금은 품절 상태이다.


 작업 책상과 의자를 몇 달 전에 새로 마련했다. 즉 의자가 굳이 3개일 이유는 없었다. 작업용 의자는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제품이다. 하지만 베이지 패브릭 원목 의자는 한 개면 충분했다.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만 있으면 됐다.



, 저거 팔아야겠네? 순식간에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전에 ‘당근 마켓으로 쏠쏠히 돈 버는 사람들’ 뉴스가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당근 마켓을 처음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크, 스타벅스 프리퀀시만 팔아봤기 때문에 이런 의자가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당근 마켓 규정을 지키며 사진을 상세하게 찍었다. 정면샷, 측면 샷, 그리고 바닥 샷까지 세장을 올렸다. 가격은 12000으로 정했다. 팔고 싶은 마음은 나름 절실했다. 하지만 새벽에 올린 탓인지 조회수도, 반응도 없었다.



다음날 당근 마켓에 다시 접속했는데 ‘햇살님’으로부터 채팅 메시지가 도착했다. ‘의자를 사고 싶어요.’ 단도직입적인 메시지였다. 햇살님은 나에게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B 오피스텔을 아시는지 여쭈었고, 햇살님은 이곳에 산다고 했다. 나는 ‘오호!’하고 웬 횡재이지 속으로 생각했다. 의자를 굳이 먼 곳으로 끌고 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4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폭설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메시지가 왔다. 햇살님은 계좌이체로 먼저 입금해도 되느냐고 말씀하셨다. “어이쿠, 안되죠. 제가 사기꾼이 아니어서? 그건 둘째치고 마음에 들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돈부터 받으면 제 마음이 불편해서 싫거든요.”라고 마음속에서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채팅에서 “괜찮습니다. 편하게 오세요. 안전이 제일 중요한데 편할 때 거래하고 싶습니다.”라고 보냈다.



 물론 채팅에서 한 말도 진심이었다. 그러자 햇살님은 자신은 17층에 산다면서, 자신의 호수까지 말해버렸다. 나는 당황했다. 그건 바로  앞집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저도 1700동에 삽니다고 말은 했지만 앞집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막상 의자가 마음에 안 드는데  앞집인 게 알려지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원래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늦었지만 우리는 만났고 의자를 거래했다. 그녀는 12000원을 주려고 했지만, 나는 만원만 받겠다고 했다. 우연히 그녀와 내가 같은 오피스텔에 살았기 때문에 나도 먼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안 사실부터 만원에 팔기로 이미 결정했다. 다만 판매 확정이 되고 나서 말해야 그 말의 효력(?)이 좀 더 클 것 같았다. 17층에 사는 햇살님과 나는 굳이 20층에서 만났다. 그건 내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나는 17층과 1층을 동시에 눌렀다. 궁금하지 않았겠지만 ‘편의점에 가야 해서’라고 말을 덧붙였다.




같이 17층에 내려가는 순간 내가 그녀의 이웃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늘 자신이 거래한 여자가 앞집 여자라는 것을 알까? 이제 7개월째 이곳에서 산다고 말씀하셨다. 7개월 동안 서로를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앞으로 7개월 동안도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한 오피스텔 거주민들은 자신이 마주한 우연도 우연인지 모른다. 괜한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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