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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n 25. 2021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죽음 후에 남겨진 것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p.197,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영사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줄거리

「죽은 자의 집 청소」 는 특수청소부 직업으로 인해 겪게 된 경험과 감정에 대해 술회한다. 저자는 특수청소부로서 쓰레기 집, 고양이 사체, 죽은 자의 공간 등을 깨끗하게 처리한다. 실재하지만 자주 외면되는 현실의 문제를 직관하게 되면서,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선명하게 조명한다. 1장은 특수청소부 ‘직업’으로 인한 경험을, 2장은 특수청소부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일상에 대해 들여 본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결국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죽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볼 때 외로움과 괴로움으로 구분 가능하다. 인간은 외로움에 못 버티거나 괴로움에 버거워 삶을 등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고립된 채 살아간다는 것은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삶을 좀먹게 한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유능한 사람이더라도 혼자 힘으로만 삶을 살아낼 수는 없다.


저자는 죽은 속에서 삶을 보았고, 외로움을 찾았다.

한 편의 시가 생각난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한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오르텅스 블루.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독후감

죽은 자의 공간을 피하고 싶다. 죽음 후에 남겨진 것들은 유해하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죽은 자의 공간만 피하는 것일까?

“어떤 불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지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안녕 주정뱅이」 <실내화 한 켤레>, 권여선”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은 결국 사람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누군가 간절하게 보내고 있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묵살한 적은 없을까. 죽은 자의 마음을 나는 감히 헤아리지 못한다. 수없이 부서지고 붙잡았을 마음을 나의 능력으로는 알지 못한다. 죽기 직전 분리수거를 하고 죽음 후 청소 비용을 알아보는 그 마음을 나는 알 수가 없다. 또한 가족과 주변인이 아닌 사람이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이해한다고 말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타인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필요하다. 삶과 죽음은 동시에 양립할 수는 없지만, 분명 맞닿아 있다. 삶의 이면의 죽음이 존재하고, 죽음의 이면에 삶이 존재한다. 태어난 순간 우리는 죽음에 다가간다. 살아있는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자가 말한 것처럼 삶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겠냐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에 대한 말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 마음을 모른체할 수는 없다.


오늘 누군가 아프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남음 음식을 치우는 일은 가볍고 쉬운 것, 죽은 사람이 남긴 육체 조각과 혈흔을 없애고 냄새나는 살림을 치우는 일은 무겁고 엄숙한 것이라고 누가 선을 그을 수 있는가. 특수 청소를 하는 것은 남다른 일, 특별하고 어려운 행위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처치일 뿐 그 일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을 누군가가 대신하는 것뿐, 그래서 세무서가 발행한 사업자등록증엔 이사업의 업태를 ‘서비스’라고 표기한다.
p.134
늘스위치가 켜져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죽음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이것을 단순히 ‘괴롭다’ 또는 ‘즐겁다’는 감각으로 나눌 수 없는 것 같아요.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밝아도 여봐란듯이 쉽게 잠들곤 하잖아요. 제 경우는 이제 스위치를 켜둔 채 잘 자는 편이 된 것 같아요.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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