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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Oct 27. 2019

슬기로운 회사생활 5-'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즐겨라

당신은 관계 맺기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인간관계라고 얘기할 것이다. 아무리 힘든 일도, 어려운 프로젝트도, 풀리지 않는 숙제도, 올라가기만 하는 매출 목표도 그 끝이 분명히 있다. 그게 잘 해결이 되건, 실패를 하건, 그로 인해 욕을 먹던 어느 순간 일단락이 되고 한숨을 돌릴 틈이 생긴다. 하지만, 관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같다. 세상 돌아이 같던 상사가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아싸~'하는 순간 세상 본 적 없는 희한한 인간이 '짜잔~'하고 나타나 준다. 매일매일 더럽게 말 안 듣고 뺀질한 직원, 저 놈만 없으면 내가 10년은 더 살겠다 싶은 직원이 이직을 하겠다고 하면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고 '안타깝지만 네가 원한다면... 굿바이'하며 시원하게 보내주겠지만, 인사팀에서는 곧 다른 팀에서 폭탄 한 명을 충원이랍시고 우리 팀에 투척하기도 한다.


특히나 마케터는 회사 내의 거의 모든 부서와 커뮤니케이션과 코웍이 필요하다. 마케터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부서와의 협력을 통해야만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하다 보니 그 어떤 직무보다도 원활한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다시 말하면 직급과 관계없이 자신의 전략을 설득할 수 있는 자신감, 욕을 먹어도 꿋꿋이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는 두꺼운 얼굴, 7번 까여도 8번 전략을 수정하여 예산을 따낼 수 있는 인내력, 거친 사람, 쪼잔한 사람, 우유부단한 사람, 일을 잘 모르는 사람, 고집 센 사람 등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지치는 사회생활하다 보면 일보다 더 힘든 게 인간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인간관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도 한두 번쯤 하게 된다.


그러니,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관계 맺기이다.

일을 하는 것보다 관계를 잘 맺는 것에 대한 고민과 시간 투자,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사회생활이 직장생활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엮이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는 나를 정신과 상담까지 이끌어주기도 한다.


나의 과거의 어느 하루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아침 일찍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나의 짜증 나는 인간관계는 시작되었다. 느닷없이 울리는 전화 벨소리. 시아버님 시다. 아침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니 남편과 니 아들을 조심시켜라라는 전화다. 물론 자식을 걱정하는 우려와 근심으로 주신 전화이므로 감사히 받아야겠지만 나에게는 바로 짜증 나는 인간관계의 시작이었다. "네~ 아버님, 그럴게요, 저 출근할게요" 난 그 새벽부터 울린 전화 때문에 짜증 나는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하는 사람에게 꼭 뒤숭숭한 얘기를 해야 하나? 왜 내가 남편을 조심시켜야 하지? 그럴 거면 남편한테 전화하지 왜? 나한테 전화를 하시는 거지?' 짜증이 훅 올라왔다.


그날 오전은 한 달 전 새로 론칭한 브랜드의 결과보고를 하는 날이었다. 기존의 브랜드들에게 비해 좋은 성과와 소비자 반응으로 마케팅뿐 아니라 영업에서도 한껏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였다. 사업부장을 중심으로 관련부서 팀장급 이상 약 30여 명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나는 브랜드 론칭 결과 리뷰와 앞으로의 전략을 브리핑했다. 사업부장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칭찬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저 수고했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정도만이라도 듣고 싶었다. 자신감 뿜 뿜 하며 브리핑을 마치자, 사업부장은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누가 들어도 꼬투리였다. 나는 굴하지 않고 사업부장의 반응에 대응했고, 그러자 기분이 나빴는지...' 그래서 너는(예전에는 이렇게 부하직원을 하대하듯 반말하는 윗사람들이 허다했다) 결과에 만족한다는 거야? 이걸 가지고? 야~ 아직 멀었다.~블라블라 블라~' 약 30분을 나에게 갖은 공격을 해댔다. 그저 기분이 상했던 거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저 듣고 있는 기존의 분위기에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내 큰 눈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듯 더욱 부리부리해졌고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목소리는 한껏 톤이 올라가 있었다 "저는 사업부장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론칭이 성공적이고 앞으로의 전략을 통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싸한 분위기의 회의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고 나는 그 이후 한동안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다행히 잘리지 않았고 이후 사업부장께서는 나에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해 주시는 큰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날 오후, 다음 달 전략 세팅을 위해 팀 전략회의를 했다. 각자 맡은 브랜드 전략 결과 리뷰와 매출 분석, 차월 전략계획을 짜 와서 함께 팀 전략을 세팅하는 회의였다. 항상 내 속을 까맣게 태우는 팀원은 아침에 뚜껑이 열린 내 머리에 기릉을 확 부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자료, 매출 분석은 숫자들이 엉켜있었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전략은 내 머리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직원은 말도 안 되는 말댓꾸를 해대며 내 속을 뒤집어놓았다.


퇴근 직전, 관련부서에서 업무 협조를 못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워낙에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부서장, 비위 맞추기가 워낙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기에 업무협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맞추어가며 일해야 하는데 그날도 역시나 무슨 기분이 상했는데 부하직원에서 협조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직원들 선에서 해결이 안 되니 결국 내가 직접 찾아가 읍소하고 협의해야 했다.


퇴근하는데, 아이 친구 엄마가 전화가 와서 별것도 아닌 이슈(물론 내 기준에서)로 전화통을 붙들고 30분을 하소연을 하고 다른 엄마들 욕을 해대고 아이들을 흉보고... 나에게 자기 의견에 동조해줄 것을 강조했다.


퇴근 후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다. 정말 친한 친구이긴 한데, 약속을 참 안 지킨다.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이고, 약속 시간 30분 전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을 취소하기도 한다. 그날도 몇 번의 취소 끝에 다시 잡은 약속이었고, 난 약속을 잡으려면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 엄마께 미리 부탁을 하고 회사일과 스캐쥴도 미리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막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나에게 까똑이 울렸다. " 어마~ 어떡해~ 미안해~ 나 오늘 못 나갈 것 같아. 진짜 진짜 미안해" 정말 그 순간, 다시는 그녀(받침에 'ㄴ'을 붙이고 싶다.)를 보고 싶지 않다고 절교 선언을 하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약속을 너무나 중요시하고, 정말 큰일이 아니면 절대 약속 시간을 어기지 않는 나에게 이런 친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크나큰 불행이었다.


이대로 집에 들어갈 수 없는 망가진 심신 상태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커피도 술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다. 바로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자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일단 심호흡을 하고 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그리고 작은 노트를 꺼내어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정신없이 흩어져 있는 복잡한 심경을 하나씩 하나씩 적어 내려 가며 머리에서 노트로 옮겨놓으면 머릿속이 훨씬 더 가볍고 맑아진다.


이렇게 적어 내려 가 본다.
'어느 하나 쉬운 관계가 없고, 어느 하나 노력 없이 되는 관계가 없다.
때로는 의무감으로, 때로는 책임감으로, 때로는 계산된 필요에 의해, 때로는 진심으로, 때로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엮여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
관계의 복잡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로 지칠 때 혼자임을 선택해본다.'


그리고 멍을 때린다. 그냥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불빛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갑자기 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하루 종일 가슴 위쪽으로만 숨을 헐 떡 헐 떡 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 가슴을 쫙 펴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어본다. 살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행복하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고, 관심 없는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다.

그러다 문득... 혼자가 좋다고 하면서도, 혼자일 땐 외롭다.

이상한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을 즐기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면 어떡하지?

나만 소외당하는 건 아닐까? 내가 혼자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함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아니라고? 당신은 그런 불안함이 없다고?  물론 이건 내 성격 탓일 수도 있다.

항상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 그저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좀 더 솔직해보자~ 가정해보자~
혼자 커피 한잔 마시러 카페에 갔는 때 거기서  나만 빠진 지인들의 모임을 목격했다면 진정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다.

때로는 나 스스로도 나만 소외된 듯한 느낌을 견디기 힘들다. 내가 필요할 때 누군가가 그걸 미리 알아채고 손을 내밀어 주길 기다린다. 절대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나에게 먼저 연락하는 사람 중심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수동적인 인간관계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도 솔직히 이런 마음이 큰 사람이다.


관계는 노력이다.

좋은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이고 싶을 땐 완벽하게 혼자가 된다.


관계와 외로움을 둘 다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다.

어떤 관계도 노력 없이 되는 것은 없다.

관계를 원한다면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다 지치거나 서운해하지 말고 먼저 연락해서 관계를 맺어라.
그리고 관계에 지쳤다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믿어라.
혼자 있는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장점들을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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