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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Jun 05. 2020

도대체 왜? 걱정은 끝이 없나요

끝없는 불안감으로 힘든 우리들

인생은 불안함의 연속이다.

특히나 나같이 태생이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면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내본 적이 얼마나 있나 싶다.


요즘 나는 미국 생활을 정리 중이다.

4년 반 전쯤,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미국에 왔다. 20년 넘게 마케터로 일한 나의 커리어 단절이 미국행을 결정하는 가장 큰 문제였다. 남들은 ' 미국 가서 좋겠다, 아이 교육에도 좋겠다, 새로운 세상에서의 멋진 경험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건데, 넌 정말 축복받은 거다, 20년 넘게 일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 너에게 허락된 명분 있는 휴식이다.'라고들 말했다. 물론 나도 나에게 주어진 이 기회가 너무나 감사했고, 생각지도 않았던 미국살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고 70대까지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나에게 커리어의 단절은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인생의 모양이 한순간에 흐트러져 버리는 것 같은 불안감을 주었다.

혼자 한국에 남아 기러기 생활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미국 생활이 나에게 줄 또 다른 경험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날개가 달린 듯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나는 귀국을 앞두고 있다.

지금 미국은 Covid-19과 George Floyd의 사건으로 인한 폭동으로 얼룩져 있다. 나는 3개월째 동네 산책과 잠깐의 마트 장보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악의 불안한 미국 생활을 보내고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의 입시를 마무리하고 자유부인으로 맨해튼 곳곳을 누비며 그동안의 힘들었던 수험생 맘을 탈출하려던 희망도, 아들과 단둘이 퀘벡으로의 여행을 꿈꿨던 야무진 계획도 모두 헛된 바람이 되었다. ( 지금 우연히도 틀어놓은 90년대 음악에서 토이의 '바람'이 흘러나온다. '용서해 내 헛된 바람, 하지만 그토록 내겐 절실한 사람 너였어~ )


그렇게 의도치 않게 주어진 많은 시간은 휴식 대신 더욱 큰 불안감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의 삶은 한국의 삶과 180도 달랐다. 20년을 커리어우먼으로 살아온 나에게 전업주부의 삶은 도전 그 자체였다. 전업주부 친구들과의 생활도 처음이었다.(한국에 있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은 모두 일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대화의 소재도, 관심사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삶의 목표도, 행복의 기준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것은 '틀림'이 아닌 '다름'이었다. 난, 이곳에서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여유보다는 바쁨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르게 살려고 노력했다. Full-time job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프리랜서로 일도 이어갔고, 꾸준히 영어공부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글도 쓰고, 미래를 위해 맨해튼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트렌드를 온몸 깊숙이 빨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규칙적이고 꾸준한 삶은 나의 불안감을 제거해주는 방법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다. 나만 도태되는 건 아닐까, 이렇게 내 삶이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뒹굴뒹굴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벌떡 일어나 뭘 해야 하지 하며 찾아 나서곤 했다.


끝날 줄 알았다.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하면, 결혼하면, 승진하면, 이직하면, 미국 가면... 불안감도, 고민도 끝날 줄 알았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면 끝날 줄 알았던 불안감은, 이제 나의 삶으로 다시 초점이 바뀌었고, 지금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의 삶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얼마 전 헤드헌터로부터 제안을 받았던 두건이 모두 나이로 인해 거절되었음을 알게 된 후 더욱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누군가 나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다. 누군가 나에게 쉬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누군가 나에게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다.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불안감에 나 스스로가 지쳐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불안감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불안감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고, 극복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난 불안했지만,

돌아보면,

대학에 갔고, 취업을 했고, 결혼하여 아이도 낳았고, 승진도 했고, 이직도 했고, 미국에 왔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많은 행복을 경험했고, 아이를 대학에 보냈고, 무엇보다 나는 건강했고, 열정적이었다. 그 사이에 나에게도 수없이 많은 시련과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고, 실패도 있었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결론지어졌고 그렇게 하나하나씩 지나갔다.

불안감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결국 그것이 실패이든 성공이든 어떤 결말을 맺어주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감성적으로 그것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는 우리는 연약한 인간인 것 같다.


몇 달 뒤, 몇 년 뒤의 나를 상상할 수는 있지만, 알 수는 없는 거다. 그렇게 불안한 것이 인생인 것을... 또 새로운 한 발자국을 내딛기 위해 서있는 지금 이 순간도 느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감정을 추슬러보려고 매일 노력한다. 난 몇 달 후에 내가 원하는 일을 얻게 될 것이고, 그리고 나면 또 다른 고민과 걱정으로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불안감이란 그런 것 같다. 하나가 가면, 또 하나가 오는 것. 분명한 것은 반드시 지나가긴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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