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한 평범하면서 현실적이고, 진심이 담긴 후기입니다. 그래서 다소 깁니다. 특히 중개사 시험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한 내용이 많습니다. 끝까지 읽어 보시면 그래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
수험 후기를 읽기 전에
저도 수험생활 시작 전에 여러 합격수기를 보면서 합격자 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동경하며 이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다만, 여러 사람들이 합격수기를 이야기하지만 개개인의 상황, 여건, 조건 등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몇 개월(단기간)만에 동차 합격했다 라던가 뭔가 상상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신 분들의 글들로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지가 꺾이기도 하고, 어떨땐 이 시험이 그렇게 할 만하고 쉬운 건가 하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보편적으로 드라마틱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일들을 동경하며 나에게도 이뤄지기를 바라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묵묵히 걸어나가시는게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스펙과 상황을 다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자랑으로 말하는건 듣고 소설로 여기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단적으로 ‘직장인 6개월 동차 합격했다.’는 합격 수기를 보며 도전을 받게 된다면, 일하면서 공부하고 합격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것도 있지만, 직장인이라는 조건속에 해당 회사의 근무시간, 노동강도, 출퇴근 상황 등의 보이지 않는 조건들이 나 자신의 상황을 비추어볼 때 충분히 공감이 되는지 스스로 파악해야 합니다.
사실 그걸 다 알려주지도 않을 뿐 더러 알기도 어렵죠. 그러니 직장인 6개월이라는 말에 나도 가능? 혹은 나는 불가능? 등의 생각을 시작부터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합격수기는 합격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대단하다고 축하해주려고 보는게 아닙니다. 냉철하게 나와 비슷한 상황이나 환경속에서 어떻게 해서 합격했는지, 합격자가 주는 조언을 알기 위해서 간접경험차 보는 것입니다.
단기 동차에 부러워 마시고,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그렇다고 쉽게 생각하지도 마세요.
먼저, 제 개인 스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의 환경에 비추어 비교해 보시면 좀더 현실적으로 제 글의 내용을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나이, 수험상황, 학력 및 직업: 40초, 기혼, 전업 수험생, 4년제 서울소재 대학 출신(경영전공, 심리학전공), 1금융권 시중 은행 12년 다녔습니다. 중개사 수험기간은 8개월이었습니다.
■ 학원 수강여부 및 이전에 중개사 공부 이력: 21년 3월부터 학원 현장 수업 들었고, 이전에 공인중개사 공부는 해본 적 없습니다.
■ 기타사항:
- 학원을 3월부터 6월까지는 매일 꾸준히 다녔고, 7월부터는 특강이나 필요한 과목, 강의 위주로 출석했습니다. 5월부터는 학원 마친 후 나머지 시간에는 아파트 단지내 독서실에서 공부했습니다.
- 6월까지는 하루 최소 5시간 정도는 공부시간을 유지했고(그 이상 한 적도 많고), 7월부터는 최소7시간이상, 9월부터는 최소 10시간이상씩 학습하도록 시간관리를 했습니다(휴대폰 타임워치로 순수 공부시간만을 체크했습니다.).
이렇게 얘길하는 이유는 단 한분이라도 조금 더 실제적으로 자신과 비교해가며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도 많은 후기를 봤지만, 나와 같지 않은 상황으로는 도저히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기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을 비교해서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어떤 시험인가?
1. 과락 40점, 평균 60점 이상으로 합격하는 ‘절대평가’ 시험입니다.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앞서 말한 ‘절대평가’라는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상대평가에 익숙해 있어서 모든 시험을 상대평가적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그 말인즉슨 우리 생각속에는 내가 남보다 더 많이 알고가야 합격한다는 강박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험은 ‘절대평가’ 시험입니다. 절대평가는 나 자신을 이기면 되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하고, 절대평가적 마인드 정립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합니다.
이 시험은 일단 고득점의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고득점을 받기 위해 달리다보면 좀 쳐지더라도 70점대 맞고 여유있게 합격할 수 있겠죠. 그러나 과락 40점을 보충해줘서 평균 60점을 마지노선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80점 이상의 고득점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부하다보면 40점 넘기고 평균 60점 맞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또한, 고득점 의미가 없는 이유가, 어릴 적 봤던 국가시험인 수능의 경우 고득점을 받으면 서울대를 가거나 연고대를 가거나 뭔가 차별이 생기죠.
하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은 40점 과락 넘기고 평균 60점을 넘기기만 하면 되는 시험입니다. 60점 맞고 합격하면 지방에 부동산 물건도 없는 곳에서만 중개업을 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80-90점 맞고 합격한다고 고가의 주택가나 상가, 건물이 즐비한 곳에서 영업하게 해주는 혜택을 주는 게 아닙니다.
절대평가 시험은 정말 자기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면 옆 사람, 주위 사람의 점수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게 상당히 거슬리죠.
특히 모의고사라도 보면, 누구는 몇 점 맞았는데 나는 아직 00과목은 40점대라거나, 나보다 좀 더 못 할 것 같은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맞았다고 하면 거기서 오기가 생기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점수가 아닙니다. 내가 몇 점이냐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합격수기나 여기저기서 들리는 카더라 통신의 얘기들을 보고 들을 때, 고득점 합격했다고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을 더 신뢰하거나, 혹은 간당간당하게 합격했다고 그 사람의 말을 불신하지는 마세요.
제 생각이자 많은 합격자 분들의 생각이 당일 시험 점수는 그날의 운에 따라 과목별로 최소 (+),(-) 10~15점 정도는 변동이 가능하다고 봅니다(문제수로는 4~6문제 정도). 어쩌면 그 이상의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의고사에서 점수가 상위였던 사람도 당일의 긴장도나 개개인의 시험 루틴, 시험장 감독관, 시험장 환경, 그날의 주변 사람과의 관계 등에 따라 불합격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애매하던 사람들도 합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시험시간에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시간에 쫓기면 알던게 눈에 보이지 않는게 당연하고, 불안하게 되고, 뇌는 기억 속 정보를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고, 결국 제 실력을 발휘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 합격 수기를 보시더라도 그 사람의 시험 자체의 점수보다는 나와의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수험생활을 했느냐를 더 중점적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강의 수강이 상당 부분 필요한 시험입니다.
현강(현장 강의)이든 인강(인터넷 강의)으로든 전체 과목에 대한 개념정립과 중요부분 학습 방법을 위해서라도 강의 수강은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더군다나 중개사 6과목에 대해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겠죠.
개인적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은 교수진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교수를 접해서 끝까지 가면 좋지만, 중간에 추가적으로 다른 교수의 강의를 접하거나, 혹은 갈아타기도 합니다. 그런 절차를 통해 나 자신에게 적합한 교수님을 만나서 강의를 듣는게 나름 중요합니다. 것도 빠른 시일내로. 늦어도 4월, 늦으면 5~6월까지는 과목별로 교수님을 확정하시고 쭉~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너무 늦어도 따라가기 어려워져요. 게다가 모든 과목들이 암기코드를 가지고 암기를 하는 부분이 있는터라 교수님별로 꽤 다르거든요.
교수 선택은 남들이 좋다는 교수도 중요하지만, 유튜브이던 학원의 샘플강의 등을 통해 해당 교수의 강의력을 보시고 본인에게 맞는지 꼭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 좋은 교수 후보를 정했다면, 샘플 영상 등을 통해 PPT가 보기 좋은지, 목소리, 억양, 말투 등이 내가 듣기에 괜찮은지 보셔야합니다.
또한, 강의 수강을 권하는 것은 강의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과목에 따라 개정되는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정보 획득과 문제 풀이에 대한 방법, 스킬, 시험에 대한 마인드 형성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학으로 책을 보고 합격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분들을 상대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3. 열심히 보다는 ‘잘’, 과정보다는 ‘결과’를 내야 하는 시험입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저는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저는 마지막 시험을 보고 답안지를 내는 순간까지 숨막힐 정도로 고도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며 제 모든 신경을 이 시험에 집중했었습니다. 그 후 집에 와서 채점을 마치고서야 그 모든 수험기간 동안의 일들이 영화필름 지나가듯이 빠르게 지나가며 마음이 놓여지고, 그동안의 일들로 눈물이 났었습니다.
8개월간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들이 꿈만 같았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고생한 저 자신에 대한 위로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시험의 수험기간은 최장기간으로 볼 때 11월부터 다음해 시험일까지로 끝을 내야합니다. 부득이하게 직장이나, 이런저런 사유로 1차는 올해, 2차는 내년에 보기로 계획하셨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절대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올해 안되면 내년에 해야지 라는 마음은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공부는 엉덩이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로써 잘 마무리를 해야 비로소 완결이 되는 공부입니다. 몇 년 열심히 공부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계속 힘들어지고,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모든 자격시험이 그렇듯, 결과를 내야하는 시험입니다. 더 오래 앉았다고 합격하는게 아닌거죠. 얼마나 집중했는지, 또 주어진 시간에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중개사 공부는 다른 시험들과는 다르게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육아하시는 30대분들, 자녀 뒷바라지 하시는 40, 50대 주부님들, 일과 병행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수험기간 중 힘들거나 나약해질 때마다 그분들을 보며 ‘저렇게 집안일 하고, 아이도 돌보는 분들은 시간도 없을텐데 저렇게 잘 하는 구나’, ‘저분들도 턱턱 합격하는데 전업 수험생인 나는 얼마나 시간이 많은건가. 꼭 합격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며 나태해진 자신을 바로잡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저분들보다 엉덩이로는 더 오래 앉아있었어도 합격이라는 성과는 저 분들은 이루어내고 저는 안될 수도 있었기에 더 긴장했었습니다.
반드시 짧고 굵게 끝을 보셔야 합니다. 절대 장기적으로 끌고 갈 시험아닙니다.
중개사 시험을 위해서 생각할 것
1. 자기 자신에 대한 현상 파악이 우선
먼저 절대평가를 받아들일 심리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본 시험은 남들과 경쟁해서 이겨서 쟁취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이기면 되는 시험입니다. 그런 만큼 주위를 둘러보기 보다 내가 이 시험 준비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자신을 위로하거나, 분발하도록 채찍질할 수는 있겠지요.
시험을 준비하면서 빠른 시일내에 자신의 공부스타일, 건강상태, 주변 환경 등을 파악하고 점검하셔야 합니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내가 공부가 잘되는지, 먹어야 할 영양제, 비타민 등도 잘 챙겨드시고, 주위 경조사로 인한 변수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2. 내려놓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함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러가지를 내려놓고 포기도 해야 할 텐데, 그 중에서도 모르는 문제를 매달리지 않고 포기할 줄 아는 결단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 모의고사 봤을때(5월)는 모르는 문제들을 한 번 읽고, 무슨 말이지? 또 읽고, 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봐야겠다 하고 보다가 해당 과목의 뒤에 문제를 10개 가까이 못 푼 적도 있었습니다. 이러면 그 과목 망하는 겁니다. 뒤에 아는 문제들이 있었을 텐데 아예 손도 못댄거니깐요.
물론 그 문제의 내용을 아는 것이었다면 금방 읽고 이해해서 풀고 넘어갔겠죠. 그런데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많이 했었어도 나중에 실제 시험장에서 내가 이 문제는 풀고 넘어가야 내가 합격할 것 같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모르는 일입니다.
분명 공부 많이 했고, 그동안 성적 잘 나오고 있었는데도 그 문제 하나로 뒤에 몇 문제를 놓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면 불합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끝까지 매달리는 성향이면 빨리 버려야합니다. 수험기간동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이런 것도 포함이 되는 것입니다.
3. 포기하는 문제나 주제는 있더라도, 시험 자체만 포기 안 하면 합격의 8부 능선은 넘은 것
오죽했으면 학원들이 전액환급 프로그램을 운영할까요. 영리사업을 추구하는 학원이 손해날 짓은 절대 안하는데 말이죠. 그 말인즉슨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에 하다가 그만 두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힘도 들고, 공부가 어렵고… 여러가지 일들이 생깁니다(정말이지 시험날까지 가정사 없이 무사히 시험 보는 것도 정말 복입니다.).
동차를 준비하다가 6,7월쯤 가서 2차 점수 안나오고 1차도 간당간당하면 심리적으로 2차를 내려놓고 1차라도 붙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가 8월초 원서접수한 후, 2차를 포기하고 1차만 올인합니다. 일단 시험은 접수했으니 1,2차를 같이 보긴 봅니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 난 뒤 예상밖에 꽤 아쉬운 점수차로 2차가 떨어집니다. 그러면서 2차를 그때 조금 더 했으면 동차로 됐을텐데 하고 후회하시는 분들을 주위에서 꽤 많이 봤습니다.
동차를 하기로 했으면 이 악물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하셨으면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나면 그날은 좀 울면서 공부도 해보고 하는 것입니다.
포기 없이 끝까지 끈질기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정말 합격의 8부 능선은 오른 것입니다. 나머지는 힘겹지만 한발 한발 내딛으며 정상으로 묵묵히 가보고 마지막에 하늘의 도움을 받아서 정상에 오르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