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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 Oct 06. 2020

코로나 시국에 북페어 나가기

온라인 북페어는 오프라인 북페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북페어를 준비 중이다. 내가 준비 중인 북페어의 이름은 바로 언리미티드 에디션 12 - 서울 아트북페어(줄여서 UE12)이다. 


UE12는 주로 독립출판물을 작업하는 창작자, 출판사 등이 모여 직접 구매자들과 만나고 창작물을 판매하는 행사로 원래는 매년 오프라인에서 열렸다. 최근 몇 년은 서울의 북쪽 끝...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코로나 19 비상시국으로 인하여 오프라인 행사가 전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진행되었다’가 아니라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한 이유는, 이번 UE는 BOOKS와 PRINTS 두 차례에 나누어 열려, 책을 판매하는 BOOKS는 9월 초에 개최되었고, 지금은 10월 말 열릴 PRINTS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로 두 번째 UE에 참가하고 있다. 작년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릴 때에는 (그 당시엔) 노원구에 살고 있어서 남들이 다 멀다고 하는 개최 장소가 우리 동네인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삼일 내내 부스를 지키고 앉아있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신기했던 것은 그 삼일 동안 내 작업 소재였던 러시아, 쇼스타코비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산 적이 있다고 하신 분도 만났고, 내 작업에 대해 사전에 전혀 모르던 관람객들 중에서 쇼스타코비치를 좋아하신다고 한 분도 몇 분 뵈었다. 이런 만남과 구매(는 사랑입니다) 덕분에 3일간의 오프라인 북페어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정말 모든 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공기관에서 열리던 UE는 결국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두 차례에 나누어 진행이 결정되었다. 처음 UE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아쉬웠지만, 막상 UE BOOKS를 한 차례 치르고 난 지금은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느낀다.


내가 이렇게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책을 고르고 구매하는 것이 오프라인 북페어 현장에서 책을 고르고 구매하는 것보다 의외로 ‘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직접 책을 만지고 궁금한 것은 창작자에게 물어보며 구매하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수많은 부스가 밀집해있는 북페어 현장에서는 시간적, 체력적, 기타 여러 이유로 인해 놓치는 부스와 책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 역시 작년에 UE에 나간 삼일 동안 중간중간 친구들이 부스를 지켜준 때에 몇 번씩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다른 부스를 구경했지만, 다닐 때마다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부스와 책들을 발견했다. 아마 3일 내내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 부스, 책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UE12 BOOKS는 홈페이지에서 참가팀, 책 표지, 책 제목, 키워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검색하여 행사 오픈 기간 전부터 책을 미리 고를 수 있었고, (선착순이라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마감되긴 했지만) 카탈로그를 무료 배포하여 카탈로그에서 책들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또 온라인으로 북페어가 진행되어 좋은 점 하나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작년까지 UE가 진행된 장소는 서울의 북쪽 끝...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와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했지만, 전시장에 방문한 많은 분들이 “멀다.”, “세상의 끝이다.”와 같은 말을 종종 해주셨다. 서울의 북쪽 끝... 에도 체감상 이러한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은 어떨까. 비단 이것은 UE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문화 행사가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것은 현실이다. 


부스 참가자 입장에서도 온라인 행사가 여러모로 편리하기도 했다. 앞서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현장에서 책을 직접 고르고 구매자들과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지만(물론 이것은 정말 좋다)... 이 모든 것을 떠나서 너무 힘들다.. 정말 힘들다... 일단 삼일 동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장소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나는 오프라인 행사가 작년 UE(UE11)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큰 행사는 UE11가 처음이었기에 준비 기간도 길었고, 행사가 끝나고 난 뒤 3~4일 정도 서울을 떠나 쉬다가 왔다...^^ 그러나 올해 UE BOOKS는 준비부터 진행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기에 판매할 책과 굿즈를 이고 지고 행사장으로 갔다가 다시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수고가 없었다! (특히 작년 UE는 거의 삼일 내내긴 했지만 철수하는 마지막 날 저녁에 비가 와서... 짐 가지고 돌아갈 때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울고 싶었다...) 


그러나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UE는 홈페이지 업데이트 확인 등등 모든 준비가 끝나고 UE BOOKS 행사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참가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은 sns 홍보뿐! 이후 판매 수량을 UE 측에서 전달받아 해당 수량만큼 입고를 하면 정말 끝이었다! 이런 경제적인 방법이! 이 모든 경제성, 편리성, 체력 소모의 최소화는 오프라인 북페어가 취소되었다는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앞서 말했듯 UE12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10월 말 PRINTS 행사가 남아있다. 나는 올해 UE12 @Home : PRINTS 에 엽서집 두 권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하나는 작년 쇼스타코비치 관련 텀블벅에서 선보였던 쇼스타코비치의 주요 작품(교향곡 15곡, 발레 3곡, 오페라 1곡 등)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엽서집(20매)이고, 올해 새로 선보이려고 준비 중인 것은 지난 1, 2월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찍은 쇼스타코비치의 기념물, 동상, 기념 현판,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장소를 담은 사진엽서집(12매)이다. 온통 쇼스타코비치 일색인 이 엽서집을 과연 누가 살까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내 이전 모든 작업도 공개하기 전에 같은 생각이었기에 일단 완성과 공개를 목표로 작업 중이다. 특히 새로 낼 엽서집에는 나처럼 쇼스타코비치의 흔적을 찾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헤맬 누군가를 위해 해당 장소의 주소도 넣을 예정이다. 



2020. 10. 05.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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