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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Park May 26. 2020

써리에서 캘거리로

Jay의 좌충우돌 캐나다 영주권 및 취업 도전기

나의 몸을 실은 비행기는 김해 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하였고 2시간 후 밴쿠버로 향하는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9시간 가까이 비행한 후 새 인생을 시작할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사뿐히 내렸다. 비행기는 보잉 최신 기종인 Boeing-787 드림라이너였다. 새 비행기라 무척 쾌적했다. 부산 김해공항부터 밴쿠버 공항까지 오는 시간은 중간 환승 시간을 합쳐서 14시간 가까이 되었지만 카를로스와의 마지막 통화가 나에게는 한 가지 희망을 가지게 하였고 만약 카를로스 회사에서 일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인터뷰했고 구직하려고 했던 어떤 업체들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회사에는 10년 전에 알았었던 다수 직원들이 그대로 일하고 있어서 나에게는 낯설지 않은 회사였던 것이다.


캐나다 도착하면 자신에게 전화를 달라는 말이 귓속에 계속 맴돌았었고, 어서 내가 살 캘거리에 도착했으면 하였다. 물론 카를로스 회사가 아니더라도 나머지 2개의 회사도 후보군에 있었기에 왠지 갑자기 세 개의 회사 가운데 한 군데를 골라서 가야 할 경우 어느 회사로 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길까 걱정 아닌 걱정이 살짝 생겼었다.


한 달 이상 세워 둔 나의 애마 (닛산 로그)를 다시 만나는 날이다. 이 녀석은 나 없이 한 달 넘게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캘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게 되어 있었는데, 밴쿠버로 오는 동안 봤었던 팻말이 기억이 났다.



왼쪽 푯말을 보면 M+S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Mud + Snow 용 타이어란 얘기다. 즉, 10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록키산맥을 지나가는 모든 차량은 해당 타이어를 장착하고 여행해야 한단다. 겨울철에는 록키산맥을 관통하는 1번 하이웨이는 눈이 많이 내려서 스토우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많아서 그런지 법으로 무조건 타이어 장착을 의무화하였단다. 그런데, 해당 의무 법은 BC(British Columbia) 주만 해당되어 앨버타 주로 넘어가면 의무 조항이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나라에서 산맥을 가운데 둔 두 Province가 적용하는 법이 틀린단다. 헐~


밴쿠버에서 출발했기에 나는 할 수 없이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했는데 새 타이어는 한 짝에 거의 13만 원가량 하였다. 네 짝이면 거의 45만 원 돈인데 아까웠다. 그래서 구글을 뒤져 중고타이어 가게를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내 차에 맞는 타이어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이 않았다. 전화를 돌리다 1시간 만에 사이즈가 맞는 중고타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샾을 찾았고, 현금으로 $240을 지불하고 타이어 장착까지 끝냈다. 새 타이어는 $500이 넘었을 것인데 그래도 반 값보다 더 싸게 장착하여서 기분이 좋았다.


기존의 타이어는 그냥 거기 두고 올까 했는데 캘거리 가면 다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가지고 가겠다고 하였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였다. 타이어를 트렁크에 실었더니 공간이 꽉 찼다. 아저씨 아파트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혼자만 가는 게 아니라 Poparide에 예약된 손님들과 같이 가야 하는데 그 손님들 짐이 작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차를 다시 그 중고 타이어 샾으로 몰아 싣고 왔던 타이어를 모두 내려놓고 필요 없다고 하고 기증(?)하고 돌아왔다.


저녁때 기름을 두둑이 채우고 그동안 애마를 잘 돌보아 주신 아저씨,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나는 다음 날 아침 캘거리로 향했다. 아침 6시 반에 서리 근처에서 흑인 여자애를 한 명 태우고 7시에 근처의 지하철 역에서 두 번째 손님을 태웠고 세 번째 손님은 Abbotsford라는 밴쿠버에서 30분 떨어진 도시에서 태웠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 가져온 내 짐과 세명의 짐을 모두 실었더니 트렁크 문이 겨우 닫혔다. 만약 타이어를 싣고 왔다면 머리에 이고 왔어야 했다. 두 사람은 밴쿠버에서 3시간 떨어진 Kamloops 시에 내렸고 나머지 한 명은 salmon Arms에 내린다고 한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같이 여행하는 게 훨씬 좋았다. 물론 손님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기름 탱크는 채우고도 남았기에 꿩 먹고 알 먹고 였다.



스노 타이어를 끼우고 달렸는데, 역시 이 타이어는 시끄럽다. 일반 사계절용 타이어와는 재질과 홈 간격, 디자인이 틀려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록키를 넘는데, 왠 걸? 눈이 한 군데도 쌓인 데가 없다. 허거덕~

나중에 안 것이지만 중간에 스노 타이어 장착 여부를 확인하는 검문소가 있는 게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도착하여 사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스노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법이었다.



캐나다는 벌금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캐나다 사람들은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한단다. 준법정신이 선진국 수준이라 그런 게 아니라 단지 벌금이 비싸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도 벌금이 비싸지면 분명히 이 나라 사람들처럼 법 잘 지킬 것이다. 하하~


캘거리로 돌아가는 길은 쉬지 않고 달렸을 때 10시간 27분이 걸린다고 구글 지도에 나오지만,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눈부신 경치를 즐기면서 가면 그 시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써리 출발 후 약 2시간 20분쯤 후에 나오는 도시는 Merritt이라는 도시이다. 자그만 소도시이지만 Kelowna와 Kamloops에서 뻗은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도시로 널따란 평원과 산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이다.

Merritt에서 한 시간 더 운전 후 Kamloops라는 중소 도시를 지나 2시간쯤 더 가면 Salmon Arm이라는 소도시가 나오는데 고속도로 좌측으로 있는 Shuswap lake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운전하다 보면 아름다운 풍광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또다시 2시간가량 록키 산맥을 관통하면 가운데 Revelstoke라는 조그만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는 겨울철 스키장으로 유명한데, 눈이 많이 올 경우 고속도로가 폐쇄되기도 한단다.



다시 2시간가량 더 달리면 Golden, BC 가 나타난다. 7시간 넘게 달렸는데도 아직까지도 British Columbia 주이다. 골든은 록키산맥 가운데 위치해 있는 작은 도시인데 밴쿠버와 캘거리를 오가는 기차 중간 정착역이 있는 곳이다. 물론 록키의 아름다운 호수와 강, 산맥은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을 자랑한다.

내 애마는 23만 킬로를 넘은 할아버지 차인데 고장 나지도 않고 씩씩하게 10시간을 넘게 달려 서 밴프까지 도착하였다. 밴프에서 캘거리로 가는 손님을 한 명 더 태우고 출발 한 시각이 밤 11시였다. 캘거리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걸리니까 도착하면 새벽 2시쯤 된다. 드디어 오랜 운전을 하여 도착한 곳이 캘거리이고, 제2의 고향같이 느껴지는 곳이다. 골든에서 Airbnb를 예약하여 하룻밤에 2만 5천 원 하는 숙소로 입실하여 나는 골아떨어졌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벌써 아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당분간 묵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서 방 한 칸 정도 렌트를 해 줄 데가 있는지 막막했다. 요즘은 모든 것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으니 인터넷을 뒤지기로 하였다. 예약은 하루만 하였기에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airbnb로 예약하여 다시 저녁때 투숙을 하였다.


캐나다는 한국의 중고나라와 비슷한 사이트가 있는데, www.kijjiji.ca라는 사이트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이다. 참, 내 애마도 일전에 이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구매했었다고 했었지?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앨버타 대표 사이트는 www.cndreams.com이라고 한다.

이 사이트는 구인, 구직, 한인업소록, 교회 정보 등등 없는 것이 없다. 물론 집 렌트, 방 렌트 정보도 다 올라와 있는 곳이다.


집 렌트를 구할 경우에는 www.rentfaster.ca 사이트를 이용하면 가장 많은 집들을 찾아서 비교할 수가 있다.


위 사이트 중 kijjiji와 cndreams 사이트 위주로 방 하나만 렌트하는 곳을 찾았지만 싸고 좋은 곳은 역시 없었다. 예산은 한 달에 $500 내로 지불하고 방하나만 렌트하면 되는 곳으로 찾았으나 대부분 지역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있어서 선뜻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캘거리는 토론토나 밴쿠버만큼 비싸지는 않지만 여전히 $500이 넘는 금액은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Airbnb로 사흘을 지내고 열심히 광고를 뒤지던 중, 마침내 눈에 띄는 광고가 Kijjiji 사이트에 올라왔고 나는 해당 전화번호를 돌려 집주인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전화를 걸면서도 왠지 느낌이 좋았고, 좋은 분 일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광고를 보니 포스팅 한지 2시간밖에 안된 따끈따끈한 룸 렌트 광고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나이가 약간 드신 백인 여자분 목소리였고, 광고에도 남편과 본인만 살고 있는 투베드 아파트에 방 하나를 룸 렌트하고 싶다고 한단다. 렌트 기간도 상관없고 원하는 데로 하라고 하신다. 더군다나 룸 렌트비는 한 달에 $300만 받겠다고 하셨다. 나는 당장 가서 구경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친절히 주소를 알려 주신다.


투숙했던 집에서 짐을 챙겨서 향한 곳은 Costco가 가까운 아파트 단지였고 캘거리에서도 NW에 위치한 새로 생긴 커뮤니티였다. 아파트로 들어서는 순간 참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주머니 집으로 들어서니 "샤샤"라는 이쁜 고양이가 나를 반겨 주었다.


나는 어릴 때 집에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애완동물을 참 좋아한다.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듯하다. 내심 아주머니는 내가 Pet을 혹시라도 싫어할까 약간이나마 걱정을 하셨던 것 같다. 내가 광고를 보고 처음 연락 온 사람이고 나는 이 곳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바로 입주해도 되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도 흔쾌히 바로 입주하라고 하신다. ^^


단 사흘 만에 이렇게 훌륭한 가격과 친절한 주인이 사시는 곳으로 오게 해 주신 하나님께 또 감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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