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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 May 01. 2019

10화 인공지능

인간과 기계의 공존

  뭔가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뭔가를 쉽게 한다는 말일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스타플레이어들은 동작도 간결하고 경기하는 게 한결 쉬워 보인다. 하지만 따라 해 보면 사정은 결코 그렇지가 않다. 자세도 안 나오고 스텝도 꼬이고 순서도 뒤죽박죽인 게 어떻게 동작했는지 당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쉬워지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렇듯 간단한 동작 하나도 수천, 수만 번의 반복과 훈련이 있어야 우아한 동작과 맵시가 나오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숙달될수록 과제는 쉬워지지만 지겨움과 나태함도 따라온다. 일상 자체가 따분하게 느껴지고 불필요한 감정에 동요되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을 것이다. 시시때때로 크고 작은 위기가 닥쳐온다. 이런 위기가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 그런 경우 과제의 난이도를 올려야 한다고 본다. 목표와 난이도를 높여서 수차례 고꾸라지다 보면 다시 정신 차리고 신경을 집중하여 목표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층계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생활의 달인들은 유명 스타는 아니지만 그에 견줄 만큼 위대해 보인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처럼 평생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경찰관도 인명과 안전을 다루는 직무의 특성상 일을 다루는 데 있어 세심한 주의와 함께 많은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각종 법률뿐만 아니라 해당 부서의 경우는 하위 법규까지 숙지를 해야 함은 물론 법규로 정할 수 없는 부분이나 세부적인 사항은 지침과 매뉴얼로 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숙지도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이 워낙 많아져서 방대한 자료 관리의 불편함을 덜고 업무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 경찰 내부 온라인망에 「지식관리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기에는 각 기능별로 관련 근거법뿐만 아니라 업무 매뉴얼, 지시공문, 개인적으로 습득한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업무에 도움이 되는 모든 내용을 망라하여 경찰관이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고 올릴 수도 있다. 여기에 마일리지 제도를 가미하여 새로운 지식을 올리거나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는 경우 일정 마일리지가 부여되고 마일리지가 가장 높은 직원은 지식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한마디로 그 분야의 달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꼭 일도 가장 잘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곧 지혜롭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많은 지식이 오랜 기간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속에서 지혜가 반짝하고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아닌가. 수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순식간에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통해 마치 인간이 사고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니 말이다. 수년 전에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받은 놀라움과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에서 우리는 인간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우리가 인간이라서 라기보다는 그때까지만 해도 웬만한 바둑 프로그램은 잘 나가다가도 한 번씩 엉뚱한 수를 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몇 대 몇으로 이기느냐가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참담했고 그 심정을 토로한 어록이 당시 회자되었다. 첫 번째 대국은 당황스러웠고 두 번째 패배는 경악 그 자체였으며 세 번째 패배는 국민 모두를 좌절케 하였다. 네 번째 대국에서 희망을 보았고 마지막 대국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공존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당시 복잡했던 감정들은 이제 많이 희석됐지만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지금도 도도히 흘려 자율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 의료,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거쳐 인류문명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다’라고 설파하였다. 이후 그에 버금가는 천재들이 세상에 등장하여 굵직굵직한 ‘선(善)’들을 실천했다. 「근대 3대 발견」이라고 하면 뉴턴, 다윈, 프로이트를 꼽는다고 한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다윈은 진화론으로 인간은 특수한 종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프로이트는 한평생 인간 심리를 연구해 인간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고 역설했다.


  세 학자들의 발견을 통해 우리 자신의 존재와 사고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겸허함을 배운다. 여기에 감히 알파고의 발명가 하사비스의 말을 더한다면 그는 “기계가 인간 이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러한 시대는 다가오고 있고 공존이 본격화된다면 아마도 많은 분야에서 기계가 달인들을 대체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너무 암울하게 볼 것도 아니라고 본다. 기계에게 맡길 건 맡기고 우리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 기계가 하지 못하는 더 창조적인 세계로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갖은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매번 도전과 응전으로 이를 극복해온 것이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인간은 인간답게 아침에는 생각하고 점심에는 행동하고 저녁에는 밥 먹고 밤에는 잠을 자자, 우리의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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