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바꿔 생각해보기
카톡을 보면 생각나는 광고카피가 하나 있다. ‘인도를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이를 카피한다면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카톡을 안 쓰는 스마트폰 이용자는 없다’ 싶을 정도로 카톡은 국민 모두가 즐겨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단톡방이 많이 애용되면서 공사간 모임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톡은 종종 소식이 뜸한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해질 때도 진가를 발휘한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면 간혹 나들이 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찍은 사진도 올리고 그때그때 심경이나 소회도 한마디씩 달아놓아 그간의 무소식을 한 방에 해결해준다. 또한 가끔 상대의 카톡을 보아주는 것도 상대에 대한 배려내지 관심의 표명이 아닌가 싶다.
우연찮게 상사와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어 아부 겸 대화도 풀어나갈 겸 “카카오톡에 사모님과 찍은 사진이 다정한 게 무척 잘 어울리십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할 일이 그리 없어, 요새 일 안 하는구먼, 그럴 시간 있으면 일이나 열심히 해”라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가. ‘어 이게 아닌데, 괜히 쑥스러워서 저러시는 건가?’ 아무튼 당황스러웠다.
하기야 그 전에는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직원을 업무적으로 지적하고 나서 카톡으로 위로나 좀 해줄까 하고 그 직원 카톡에 들어가 보았는데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삽화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6’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로 맞은편에 서서 숫자를 쳐다보는 장면이었는데 그 밑에 ‘네가 맞다고 내가 틀린 건 아니야’라는 멘트가 달려있었다. ‘나는 네가 이리 올 줄 알고 있었어’라며 미리 쳐놓은 올가미에 걸린 들짐승이 된 기분이랄까.
이런 일들이 있고 나서는 남의 카톡에 들어가 보는 게 잠시 망설여진다.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상대가 아니라면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