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경찰 내부망에 동료를 칭찬하는 코너가 등장하였다. 과거 표창은 지휘관 재량에 의해 임의적으로 결정되었고 지금도 고유권한 중의 하나이다. 이를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해보자는 취지에서 코너가 생긴 것으로 안다. 표창 대상 선정에 동료직원들의 평가를 가미해보자는 것이다. 자연스레 어느 동네에서 우리 동료가 뭘 했는지가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효과도 추가되었다. 그중 눈에 띄는 사례가 하나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직 스물이 안 된 남성이 같이 사는 할머니와 여동생에게 보험금을 타야 하니 3개월 내에 빨리 죽으라며 칼을 들이대고 협박하였다고 한다. 여동생은 전화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문자신고를 하였다. 흉기를 소지한 경우 통상 최고 등급인 ‘Code 0’로 사건을 접수한다. 그러면 주의 환기를 위해 경광등이 깜박이듯이 모니터 화면 전체가 벌겋게 번쩍거린다. 흉기 부분도 자동 검색어에 등록이 되어 있어 신고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빨간 글씨로 현출 된다. 대도시 지역이 아니라 약간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해당서 상황실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였다.
우선 상황실은 현장 근무자들에게 철저히 비노출로 출동할 것을 지령하였다. 신고자에게 일체 전화하지 말고 출동하면서 순찰차 경광등이나 사이렌도 울리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미리 여동생에게 문자로 현관 출입문 비밀번호를 확인하여 초인종을 누르지 않도록 하였다. 덕분에 오빠는 경찰관이 가택에 진입하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잠시 칼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방심하는 틈을 타 아무런 저항 없이 신고 접수 4분 만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만약 검거활동이 노출되었다면 4분이 아니라 장시간 대치상태로 이어지고 대치 중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었는데 상황실의 적절한 지령과 일사불란한 현장 근무자의 검거활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상황실의 역할이 예전과는 달리 현격하게 강화되었다. 과거에는 순찰차를 신속, 정확하게 현장에 도착시키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신고사건 전체를 장악하고 필요한 조치는 물론이고 착안점까지 꼼꼼히 챙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금번 사건처럼 도박이나 감금 사건 등은 은밀 접근을 요하는 반면 얼마 전 모 지방에서 발생했던 조폭들의 집단폭력 사건의 경우는 경광등과 사이렌 등을 총동원하여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 등 상황에 따른 조치가 명확히 구분된다. 이러한 부분을 챙겨주는 것이 성공적인 조치의 관건이라 하겠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고 표창이 인생에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자기 임무에 충실한 많은 경찰관들이 있다. 그러나 경찰도 사회적 동물이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왕 하는 거 주위의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으면 없던 힘도 불끈 솟을 것 같다.
싫은 사람을 칭찬하기란 어렵고 꽤나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칭찬은 그래서 부분적이건 전체적이건 호감이란 감정을 동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을 해내다니 대단하군요. 나는 당신의 그런 노력과 자세가 부럽고 무척 보기 좋습니다”라는 의미가 행간에 숨겨져 있다고나 할까.
보통 칭찬을 받으면 우리는 칭찬해준 사람에게 고마움과 함께 호감을 느낀다. 나에게 보내준 숨겨진 호감에 대한 답례랄까. 그래서 칭찬은 사람과 세상을 훈훈하게도 해주지만 상대가 다가오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 그러니 잘 보이지 않는 칭찬도 찾아서 하고 보면 어떨까. 만약 호감을 표현하기 쑥스러운 상대라면 대신 칭찬을 자주 해보자. 왜냐하면 칭찬은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 될 수도 있으니까.